몇 번째의 희대의 연쇄 살인범이 잡혔다. 군포여대생을 비롯한 7명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그야말로 흉악범이다. 사회적 안정망과 인륜을 고려하여 전례 없던 범인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 되었다. 그런데 그 얼굴에서 흉악범을 연상케 하는 곳은 모기 눈꼽 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멀쩡하다 못해 편안하게 잘 생긴 얼굴이다. 동물을 어루만지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과 잔인한 살인범의 모습이 전혀 대칭이 되지 않아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랬을 것이다. 피해자들도 범인의 위장된 좋은 인상에 속아 차에 타고 또는 호의를 베풀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범죄자, 사기꾼 등 자칭 나쁜 넘(?)들의 인상이 그에 걸맞게 흉악하고 간사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현실은 그 넘(?)들이 더 좋은 인상을 가졌기에 그를 빌미로 큰일을 치는 것이다. 만약 이번 살인범 강 모씨의 얼굴이 험상궂었더라면 이와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감히 좋은 인상이 일을 더 많이 낸다는 가설을 설정해 본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외모지상주의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사실 좋은 인상, 멋진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것은 복중의 상복이다. 복많은 사람들이 좋은 인상 덕택에 일을 낸다. 그런데 좋은 쪽으로 일을 내는 사람이 있고 나쁜 쪽으로 일을 내는 사람이 있다. 인상좋은 리더가 되고 인상에 맞게 행동함은 금상첨화이다. 드라마 주연배우가 되고 홍보대사가 되고 좋은 얼굴로 이성에게 더 가까이 가는 것 또한 좋은 배출구 이다. 문제는 나쁜 쪽으로의 배출구인데, 더 큰 문제는 좋은 인상 뒤에 사악함을 숨기고 큰일을 치를 때이다. 흉악범들의 주변평판을 들어보면 모두다 인상 좋은 아저씨, 평소 말이 별로 없던 성실한 청년, 바른생활 모습이라는데 모두들 야누스의 두 얼굴 중 표면의 좋은 모습에 속은 결과이다.

따라서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들이 나쁜 쪽으로 배출구를 찾게 되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간간히 터져 나오는 뉴스들은 타고난 좋은 인상 복을 나쁜쪽으로 몰고가서 큰일을 낸 두 얼굴의 야누스들이 많아 주변을 안타깝게 한다. 후덕하여 맘 좋게 생긴 사장이 대외적으로는 직원들을 배려한다고 홍보하면서 정작 직원들에게는 감원과 임금 체불을 하지 않나. 인상 좋은 선생님이 학부모 앞에서는 아이들을 잘 돌본다고 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종 폭행을 감행하질 않나. 근엄한 종교인이 온갖 비리를 자행하고, 인상 좋은 고아원 원장이 아이들을 감금하고 학대하고 있다. 얼굴 잘생긴 정치인은 얼굴값 반푼어치도 미치지 못하는 정책을 집행하는 것도 모자라서 막말을 일삼아 본인의 얼굴에 스스로 먹칠을 하고 있다.

도대체가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들이 뭐가 아쉽고 불만이어서 이렇게 그릇된 쪽으로 큰일을 친단 말인가? 나쁜 인상을 가진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면 그 진심을 알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고 반대로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들은 나쁜 일을 내면 그 진심을 알기까지 역시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처럼 일을 내는 데는 이렇게 전적으로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들이 유리하다. 그렇다면 이왕 일을 치려면 제대로 좋은 쪽으로 쳐야 될 것 아닌가?

더 이상 좋은 인상을 가진 범죄자, 사기꾼, 못된 사장, 사악한 선생, 종교인, 정치인 등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이제 그 열쇠는 순수한 우리들의 몫이다.
인상에 대한 편견부터 버리자. 인상에 대한 역발상도 가져야 한다. 무늬만 또는 포장만 좋은 인상에 속아서는 안된다. 포장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알맹이가 중요한 것이다. 좋은 인상을 가진 흉악범들은 분명 말라 비틀어진 영혼의 알맹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가 다시는 위선의 탈을 쓴 인상으로 말미암아 비극을 겪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