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대간 일자리 전쟁을 피하는 방법 >

## 사례 1.

대기업에 다니는 A씨(55)는 올 연말 정년을 맞는다. 관리직인 A씨는 퇴직을 앞두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30여년을 보낸 직장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회사 일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그는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주경야독도 하고 있다. 내년 2월 박사 학위 취득을 목표로 저녁 시간과 주말에 대학원을 다닌다. 퇴직 후 겸임교수나 연구소 객원 연구원이 목표다. A씨는 “퇴직하면 돈 쓸 일도 줄기 때문에 월 200만 원만 받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사례 2.

장관급 고위직을 지낸 K씨(60대)는 올 봄학기부터 유명 사립대학의 석좌교수로 내정됐다. 대기업과 정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그는 요즘 들떠 있다.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시절에 비해 보수가 10분의 1로 줄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봄 학기를 기다린다. 35년간 쌓은 생생한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수업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새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지인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 수십년 쌓은 인맥이 전직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 사례 3.

중앙부처에서 국장을 지낸 L씨(61)는 4년째 정부산하기관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음달에 임기 2년 만료다. 그는 올 들어 연임을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일 욕심도 많고, 건강도 좋아 적어도 65세까지 현업에서 활동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부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부하 직원들이 많은 힘이 되고 있다. 이번에도 재선임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민국은 평균 수명이 80대 후반인 고령화 시대다. 수명은 늘어나고 건강상태는 좋아졌다. 문제는 일자리다. 괜찮은 일자리는 늘고 있지 않는데 일 하려는 사람은 넘쳐난다. 은퇴한 노년층들도 현직에서 좀처럼 물러갈 기미가 없다. 젊은이들은 사회에 진출하려고 하지만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다.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간 충돌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하반기 대학가를 휩쓸었던 ‘대한민국, 안녕하십니까’에서 나타난 젊은층의 분노는 진행형이다.

한 국경제가 연 2%대의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다. 성장이 정체되면서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길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고학력자들이 갈만한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크게 늘고 있지 않는다. 웬만한 기업입사경쟁률은 수십대 1을 넘고, 9급 공채 공무원 시험도 50대 1에 달한다.

일자리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1월20일 세계노동기구(ILO)가 내놓은 ‘2014년 전 세계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지난해 2.9%에서 1.2%포인트 높은 4.1% 성장할 것으로 보지만 고용시장은 오히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 세계 실업률은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높은 6.1%로 상승하고 2018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시장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울한 예측이다.

한국은 주요 국가 가운데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다. 그만큼 글로벌 경기 동향에 영향을 받기 쉽다는 뜻이다. 내수시장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가 어려운 이유다. 많지 않은 일자리를 놓고 장·노년층과 젊은층간 대결이 심할 수밖에 없은 구조다.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형과 동생간 일자리 전쟁이 남의 일이 아니다. 주변 곳곳에서 일자리를 놓고 파열음이 터져 나온다.

세대간 일자리 전쟁을 피하려면 양 세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마음을 열어야 하고, 사회 공동체 존립을 위해 ‘배려감’을 키워야 한다.

먼 저 장년층과 노년층에게 ‘노욕’을 버리라고 감히 주문하고 싶다. 경륜을 살려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선의’를 십분 이해한다 해도 자칫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뺏는 듯한 과욕은 피해야 한다. 한정된 일자리를 계속 지킨다면 신규 진입의 공간이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돈을 많이 버는 일자리를 오래오래 하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대신 사회적 약자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륜과 재능을 기부하는 봉사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어른들이 많은 사회가 진짜 선진국이다.

젊은이들도 부족한 일자리를 사회 탓으로 돌리는 자세는 버려야 할 것 같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간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아무리 큰 대기업이라 해도 무작정 일자리를 늘릴 순 없다. 생존이 우선이다.

수도권의 몇 안되는 대기업 사무직만을 선호해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수도권과 지역간 격차를 비판만 할게 아니라 지역 경제 발전의 선두에 젊은이들의 힘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지역에 더 많이 내려가 지방 활성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도 더 많이 나가야 한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명언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아직도 유효하다. 좋은 일자리의 정답은 지방과 해외에 있다. 세대간 일자리 충돌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 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janus@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