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생 털어낸 토머스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지켜봤다"며 눈물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지난 1월 새해 개막전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3라운드 도중 짧은 거리 퍼트를 놓치자 혼잣말을 내뱉었다.

토머스가 내뱉은 말은 성 소수자를 비하하는 욕설이었다.

이 부적절한 말은 방송 중계 전파를 고스란히 탔고 토머스는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렸다.

비난이 폭주했다.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온 의류 기업 랄프 로렌은 후원 계약을 파기했다.

주요 후원사 씨티 그룹은 후원금 일부를 성 소수자 인권 개선을 위한 성금으로 내놓아야 후원을 계속하겠다며 토머스를 압박했다.

토머스는 틈날 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고, 인성 교육 프로그램까지 이수하며 파문을 어느 정도 가라앉혔지만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2월에는 할아버지 폴 토머스가 타계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평생 골프 교습가로 살아온 할아버지는 토머스에게는 골프를 처음 가르친 스승이자, 영원한 멘토였다.

토머스는 할아버지 타계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강행한 피닉스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오버파를 적어내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코스 안팎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인 타이거 우즈(미국)가 교통사고로 두 다리가 모두 부러지는 등 크게 다친 사건도 토머스에게는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줄줄이 이어진 심란한 사건은 성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3위 이후 치른 3차례 대회에서 한 번도 10위 이내에 들지 못했다.

피닉스오픈에서 우승 경쟁에 나서는 듯하다가 최종 라운드에 무너져 공동 13위로 밀렸고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는 컷 탈락했다.

워크데이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15위에 그쳤다.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 컷 탈락을 포함하면 4차례 대회에서 컷 탈락이 두 번이다.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을 건너뛰며 심기일전한 토머스는 15일(한국시간)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그동안 시련을 털어내고 다시 비상할 채비를 갖췄다.

3, 4라운드에서만 12언더파를 몰아쳐 승부사 면모를 되찾았다.

3타 뒤진 채 출발한 최종 라운드에서는 8번 홀까지 1타를 잃고 있었지만 9∼12번 홀에서 5타를 줄였고,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와 공동 선두이던 16번 홀(파5)에서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 깔끔한 버디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토머스는 "힘든 경기였다.

정말 잘 참아냈다"면서 7번 홀까지 파 행진에 이어 8번 홀 보기로 뒷걸음쳤던 순간에 인내심을 발휘한 게 역전 우승의 원동력이었음을 시사했다.

이날 그는 단 한 번 그린을 놓쳤을 뿐이다.

토머스는 "내 생애 통틀어 이렇게 샷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자평했다.

토머스는 이번 우승으로 작년 8월 페덱스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 제패 이후 7개월 만에 거둔 통산 14번째 정상에 올랐다.

만 28세가 되기 전에 14승 고지에 오른 선수는 우즈, 조니 밀러,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에 이어 토머스가 네 번째다.

작년 8월에 잃었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을 발판도 마련했다.

그는 "지난 몇 달 동안은 힘들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여러 가지 일을 겪었다.

특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내게는 큰 시험대였고 이겨내서 자랑스럽다"고 전에 없이 감성적인 우승 소감을 밝혔다.

토머스는 "특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준 팀에 감사한다"고 가족, 캐디, 매니저 등에게 공을 돌렸다.

토머스의 코치는 아버지 마이크 토머스다.

자신의 첫 스승이자, 아버지 마이크의 스승이기도 한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그는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토머스는 "할아버지와 이제는 대화를 나누지 못하지만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절친 우즈의 조언도 힘이 됐다고 그는 털어놨다.

그는 "우즈가 해준 많은 조언을 머릿속에서 되뇌었다"고 말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처음 우승해 너무 기쁘다"는 토머스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루"라고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