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치든 못 치든 상관없이, 또 상대 선발이 좌투수여도 게임에 매일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요미우리에 온 것을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선두를 질주 중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주포 이승엽(30)은 새 팀에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투수가 좌우완이냐에 따라 출장이 좌우되던 '플래툰시스템'에서 벗어나 날마다 글러브를 끼고 몽둥이질을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19경기를 치르면서 4번의 결승타, 홈런 5방, 타점 18개를 올리며 단숨에 리그 정상급 타자로 우뚝 선 이승엽은 일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스타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22일 한신 타이거스와의 라이벌전에 앞서 무너지 타격폼을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이승엽을 만나 그의 야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승엽과의 일문일답.
--4월 한달 대단한 성과를 냈다.

▲이제 시즌의 1/10이나 했나.

시즌이 끝나봐야 하는 일이고 아직 멀었다.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낼 줄 기대했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가 열렸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시즌을 일찍 시작했다.

겨우내 웨이트트레이닝과 개인 훈련을 열심히 소화해 가능한 일이다.

--현재 몸무게는 어떤가.

▲95Kg를 유지하고 있다.

빗맞아도 (펜스를) 넘어가면 좋기에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살찌운다.

몸무게가 금방 빠지고 찌는 체질이라 현재 체중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언제 가장 요미우리에 잘 왔다고 생각하는가.

▲게임에 매일 나갈 때, 상대 선발이 왼쪽 투수여도 잘 치든 못 치든 간에 계속 나갈 수 있을 때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요미우리의 4번이라는 책임감은 주로 언제 느끼나.

▲매번 인터뷰 할 때마다 든다.

인터뷰 피(fee, 일본은 선수가 구장 바깥에서 따로 만나 인터뷰할 때 해당 언론사에서 돈을 준다)는 아직 받아보지 못했지만 경기 전 인터뷰를 원하는 언론사와 짧게 5분 정도는 얘기를 한다.

물론 경기에 지장을 주는 인터뷰는 사양한다.

--요미우리와 전 소속팀 지바 롯데의 차이점을 가장 많이 느낀 부분은.
▲(요미우리는 팬이 많다 보니) 구단으로부터 웬만하면 사인을 다 해주고 매스컴에 대답을 잘 해달라는 주문을 받는다.

--센트럴리그를 평가한다면.
▲퍼시픽리그에 비해 더 잘 던지고 좋은 왼손 투수들이 많다.

실제 2주전 주말부터 도이, 요시미(이상 요코하마), 이시이, 이시카와(이상 야쿠르트), 이가와 게이(한신)까지 5명의 좌투수들을 연달아 상대했다.

컨트롤이 좋다.

--스트라이크존은 어떤가.

▲센트럴리그는 퍼시픽리그에 비해 좌우가 넓다.

상하는 비슷하다.

--우치다 준조 타격코치가 특별 지도를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다.

타격할 때 리듬을 잡으라고 주문하신다.

우치다 코치가 선수 스타일에 맞게 알아서 맡기는 분이기 때문에 나와 잘 맞는다.

그 분의 스타일에 공감하고 있다.

--센트럴리그 투수들의 볼배합이 다양한데.
▲아직 상대를 해 보지 못해 경험이 없다 보니 그렇다.

전력분석원이 대비를 해 줄 것이다.

--체력에서 문제는 없나.

▲지금 체력은 아주 좋다.

다만 6~7월이 되면 불안할 수 있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다시 시작했다.

--새 팀에서 심적인 부담감은 없나.

▲물론 못 치면 부담감이 생긴다.

하지만 지금은 진짜 좋은 상태다.

원정가도 선수들과 어울려 바깥에서 식사도 잘 한다.

(이승엽은 이 때 앞을 지나가던 외야수 오니시 다카유키(35)를 한국말로 '형'이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일본 선수들이 "김치 먹었느냐"를 아침 인사로 건네고 "나도 승짱처럼 김치를 먹어야겠다"며 말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승엽 선수가 워낙 잘해서 비슷한 시간 열리는 한국프로야구 관중이 없다는 얘기도 있다.

▲(정색을 하며) 나 때문이 아니라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관중 동원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팬서비스를 확중해 팬들을 모을 생각을 해야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을 보라. 특정 스타가 메이저리그로 갔다고 해도 몇 만명씩이 모여든다.

한국은 고작 몇 천명 밖에 오지 않는가.

한국은 현재 '10년전 시스템'으로 모든 것을 하려 하고 있다.

--WBC 후 팀 동료인 우에하라 고지와 똑같은 격려금(1천만엔)을 받았는데.
▲요미우리에 와서 보여준 게 없는 마당에 똑같은 금액을 줘서 정말 놀랍고 고마웠다.

한국에서 같은 팀의 용병이 WBC에서 잘 했다고 해 그 정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바 롯데에서의 2년간의 생활이 도움이 많이 되나.

▲그 때 자주 했던 말이 '야구는 실패했을지언정 인생은 성공했다'는 말이었다.

'못하면 한국 야구 망신'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훈련했었고 그 당시 고생했던 경험이 없었다면 나중에 감독, 코치를 하더라도 2군 선수들의 고민을 잘 알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 때 생각이 많이 날 것이다.

--WBC에서 미국의 구장에서 뛰었는데.
▲정말 '꿈의 구장'이었다.

특히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가 규격면에서 등 너무 좋았다.

정말 선수 중 누가 '왜 이런데서 실책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거짓말처럼 글러브만 대면 공이 알아서 들어왔다.

그런 곳에서 꼭 뛰고 싶다.

--미국 진출 계획은 잘 돼가나.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는 일본 내 대리인일 뿐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 일은 존 킴(SFX)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그 친구는 내가 어려웠을 때 많이 도와줬고 그 의리로 이제는 내가 그 친구에게 일임할 때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건 시즌 후에 할 이야기지만 LA 다저스(3년 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던 구단)는 싫다.

(당시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지) 다저스를 제외한 다른 구단과는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