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만나느니 못하다.

만나고 나면 복잡한 방정식이 풀리기는 커녕 더 꼬인다.

만나면 만날수록 두사람의 관계는 더 멀어진다.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만나면 늘 뒤 끝 안좋은 두 사람

2007년 대선 이후 두사람은 모두 네차례 만났다.

대선 10일 후인 2007년 12월29일 양자회동이 있은 직후 총리직 등 공직 제안 논란이 불거졌다.

총선 공천문제를 놓고 회동했던 2008년1월23일 만남도 비슷했다.

공정한 기준에 의한 공천에 합의했지만 공천이 끝난 뒤 박 전대표가 “저도 속도 국민도 속았다”고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같은해 5월10일 양자회동에선 친박 의원들의 복당문제가 논의됐지만 7월까지 결론이 안나면서 복당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2일 회동도 마찬가지였다.청와대에서 생일케이크를 잘랐지만 정치철학의 차이만 확인한 자리가 됐다.

이 대통령은 “당정 화합에 나부터 나서겠다”고 했지만 박 전 대표는 “쟁점법안 처리는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이 대통령의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정치혐의증 가진 불도저 MB vs 퍼스트레이디 지낸 돌다리형 박근혜

두 사람은 왜 만나고 나면 관계가 더 꼬일까.우선은 너무나 다른 성장배경에 따른 스타일의 차이를 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맨손으로 시작해 현대건설 회장과 서울시장,대통령에 오른 대표적인 자수성가형이다.광야에서 모든 걸 스스로 이룬 사람이다.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매사에 돌파형이다.

속도전이 몸에 배어있다.말이 거침이 없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게다가 고비용저효율의 여의도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갖고 있다.

박 전대표는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한동안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다.

신중함이 트레이드마크가 된 배경이다.‘수첩공주’라는 얘기를 들을정도로 꼭 필요한 말만 한다.

이 대통령과는 달리 국민을 마음을 읽는 탁월한 대중정치인의 기질을 가진 게 장점이다.어느 한 구석도 공통점이 엇보이지 않는 두 사람이다.

‘화성남자 금성 여자’라는 얘기 듣는 상반된 화법

두사람의 화법은 상이하다.

이 대통령은 속도전이 몸에 배었는 만큼 짧은 시간안에 많은 이슈를 정리하려 한다.박 전 대표는 한가지라도 명확이 정리하길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한가지 이슈가 어느정도 정리되면 ‘알았다’며 넘어가는 스타일데 반해 박 전대표는 최종적인 합의를 요구하는 스타일이라 대화의 내용을 놓고 나중에 해석의 차이가 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 대통령이 쟁점이슈에 대해 “알았다”는 표현은 오케이의 의미라기 보다는 나중에 좀 더 협의하자에 가깝다는 게 한 측근 얘기다.

이 경우 박 전 대표측은 “합의하지 않았느냐”고 하고 이 대통령측은 “그 방향으로 논의해보자는 정도”라는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화법의 차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의 대표직 제의 여부를 놓고 심각한 해석차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무너진 신뢰가 현재권력 대 미래권력의 갈등 키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당내 후보 경선과정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대표측이 제기한 BBK와 위장전입,도곡동 땅 등 각종 의혹으로 인해 경선때는 물론 본선에서도 고전했다는 서운한 감정이 생각보다 컸다고 한다.

감정의 앙금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거꾸로 박 전대표측은 승자의 아량이 부족하다는 서운한 감정을 표출한다.대선후 공천 등 인사에 있어 엄청난 불이익을 당했다는 피해의식이 강하다.

이런 불신속에 현재권력인 이 대통령과 미래권력인 박 전대표가 손을 잡기는 쉽지않다.정치역학상 현존권력보단 미래권력에 힘이 기울기 마련이다.

계보 의원이 60명인데다 점점 힘이 쏠리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이명박 대통령계의 움직임이 갈등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다.

조기 레임덕에 대한 우려가 갈등의 뿌리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손 놓고 마이웨이 할 가능성은

정령 두사람은 화해할 수 없는 걸까.스타일과 철학이 다른 두 사람은 근본적인 의문점에 부닥친 것 같다.

갈라서면 안된다는 생각과 “과연 끝까지 같이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교차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일부 인사들은 “두사람이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없다면 빨리 갈라서는 게 나을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만 결별이 서로에게 득보단 실을 안길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이 대통령으로선 박 전 대표와 갈라선다면 운할한 국정운영은 불가능해진다.

박 전 대표도 집권당을 떠나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키는 이 대통령의 성공여부다.이 대통령이 지지율을 회복하고 성공한다면 박 전 대표는 당내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거꾸로 이 대통령이 민심을 잃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 '이재창의 정치세계' 블로그 뉴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