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서울시 버스운송조합 이사장으로부터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여원을 수수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가 구속된 지 7일로 일주일이 됐다.

검찰은 현재까지 김 씨가 김 이사장으로부터 받은 돈이 정치권이나 대한노인회 등으로 흘러들어간 흔적은 없고 김 씨가 사용한 돈도 대부분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김 씨가 김 이사장이 실제 비례후보로 추천될 것으로 믿고 홀로 대담하게 30억여원을 모두 차지하려 했던 것인지, 왜 김 이사장에게 받은 돈을 즉시 입금하지 않고 수표로 갖고 있다가 공천 탈락 이후 자신의 계좌에 넣었다 되돌려줬는지 등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 김옥희 '원맨쇼'였나 = 우선 김 이사장이 정치적 배경도 없는 70대 중반의 김 씨에게 30억여원을 건네주며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부탁했다는 점이 선뜻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김 이사장 역시 한나라당 서울시의원을 지낸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업적 가운데 하나인 `대중버스 교통체계 개편'과 관련해 당시 이 시장을 도왔고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이 후보를 위해 자신의 직위를 적극 활용하는 등 정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김 씨가 김윤옥 여사의 `친언니 행세'를 하고 다녔다고 해도 이런 그가 정치권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김 씨에게 30억3천만원이라는 거액을 제공한 경위가 석연치 않은 것.
김 이사장 측은 "일단 10억원을 준 상태에서 추가 요구를 거절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뒤에야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명했으나 계속 미심쩍다는 의심을 가졌던 김 이사장이 김 씨가 `친언니'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김 씨가 노인회 추천을 받아 김 이사장을 공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측과 사전 교감했는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노인회가 김 이사장이 공천에서 탈락한 뒤 김 씨 요청에 따라 `공천이 잘못됐다는 여론이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청와대에 내고 청와대 쪽에서 다시 전화를 걸어와 다른 번호로 팩스를 다시 보내달라고 했다는 등의 진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등과의 충분한 협의가 있었더라면 김 이사장이 왜 후보가 되지 못했겠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 20억원은 돌고 돌았었나 = 김 씨가 김 이사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뒤 즉시 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한동안 수표로 갖고 있었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씨는 김 이사장으로부터 지난 2월5일과 대통령 취임일인 2월25일, 3월7일 세 번에 걸쳐 각각 10억원씩 30억원을 수표로 받았지만 계좌에 입금하지 않았다.

그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발표가 있던 3월24일 직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계좌에 20억원을 입금했고, 발표 직전 10억원을 넣었다.

처음 김 이사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은 시점으로부터 한달 이상이 걸린 셈이다.

김 이사장이 공천됐더라면 30억원 중 공천 직전 입금한 10억원은 자신의 몫이었고 나머지는 정치권에 전달됐었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20억원을 김 이사장의 공천 추천을 위해 정치권 등 모처에 전달했다가 공천에서 떨어지자 뒤늦게 돌려받아 김 이사장에게 반환하기 위해 계좌에 입금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씨가 공천 발표 전에 3억원을 꺼내 오피스텔을 구입하고 손자에게 외제차를 사준 점 등은 그가 김 이사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처음 입금했던 10억원은 `내 몫'이고 나머지는 `제3자의 몫'이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억원이 실제로 제3자에게 갔다가 돌아왔다고 해도 계좌 입금 등의 형태가 아니어서 김 씨의 자백 등이 없는 한 검찰이 이를 밝히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계좌 추적 결과를 종합하면 김 씨는 김 이사장으로부터 30억3천만원을 받아 25억4천만원을 돌려줬고 공천 이후 6억5천여만원은 '다른 곳'에 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래 김 씨 계좌에 돈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30억3천만원과의 차액 1억6천만원이 또다른 '공천장사'를 통해 받아온 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검찰은 계좌추적을 확대하고 있다.

◇ 또다른 미심쩍은 부분은 없나 = 김 씨가 김 이사장 외에 다른 인사에게도 공천을 시도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 씨가 김 이사장으로부터 공천 명목으로 대담하게 30억원이라는 거액을 받은 것은 그가 대통령 부인의 사촌언니라는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그가 지난 1월 서울시의원인 이모 씨에게 접근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로, `대한노인회 몫의 비례대표로 나갈 수 있는데 도와주겠다"는 제의를 했다가 거절당한 뒤 대신 이 씨의 소개로 김 이사장을 만났다.

정치권에서는 김 씨가 이 두 사람에 앞서 다른 정치권 인사에게도 접촉해 비슷한 제의를 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검찰이 최소 10억원의 특별당비를 내고서라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으려는 의사가 있었던 김 이사장을 `공직선거법상 피의자'가 아닌 단순 `사기 피해자'로 우선 봤다는 점도 그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 등과 함께 수사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다.

아울러 오비이락일 수도 있지만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우병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에게 맡긴 점이나 브로커 김 씨의 변호를 정 수석이 몸 담았던 법무법인의 동료 변호사가 맡은 점 등도 검찰에는 언제라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이 김 씨 개인의 사기행각이었던 것으로 마무리될 지, 아니면 정치권에 큰 파문을 불러올 뇌관이 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