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은 12일 전당대회 대의원 선출을 위한 지구당 정기대회를 모두
마치고 이날부터 이틀간 각 지역별로 시.도지부대회를 열어 15개 시.도지부
몫의 대의원을 확정,본격적인 경선전에 돌입했다.

이에따라 각 지구당 시.도지부 대의원들을 상대로한 경선주자들의 각축전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원내외 지구당위원장중 상당수가 지지후보 결정을 대의원의 "자율
투표"에 맡기겠다는 입장인데다 지역주의 바람까지 불고 있어 경선판도는
막판까지 우열을 점치기 어려운 혼미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움직임속에 이회창대표를 비롯 대선예비주자들은 이날오후
전략요충인 서울시지부 정기대회에 대거 참석, 축사를 통해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이대표와 박찬종 이수성 이한동 이홍구고문 최병렬의원 등 "6룡"은 이날
행사에 나란히 참석, 오는 29일부터 시작될 공식 합동유세에 앞서 사실상
첫 유세대결을 벌였다.

이날 대회에서 경선주자들은 후보는 많고 시간은 제약된 점을 감안, "3분
스피치" 대결을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대표 사퇴문제 등에 관한 반이진영의 공격은
눈에 띄지 않았으며 주자들마다 정책비전을 제시하고 단합을 강조하는 등
경선과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행사의 중요성과 의미를 반영하듯 불공정 시비를 감안해 지구당대회엔
일절 참석하지 않았던 이대표도 참석, 유세전에 가세했다.

처음으로 등단한 이대표는 "당이 단합 화합해야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며
"대선예비주자들이 많은 것은 당이 역동적임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경선을
거쳐 한마음을 모으면 폭발적인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당은 전국을 상대로 하는 책임있는 정당이므로 특정지역의
이익이나 연고에 절대로 얽매여서는 안된다"며 경선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지역주의 경향을 경계했다.

이수성 고문은 연설모두에서 "무임승차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눈길을 끈뒤 연설말미에서는 "신한국당의 미래를 위해 헌신할 생각이며
조금의 탐욕도 갖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찬종 고문은 "신한국당의 생명력은 민주적인 공정경선에서 나온다"면서
"그 누구도 대의원의 의사결정을 훼방해서는 안되며 대의원들이 독자적이고
주체적으로 투표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대의원 혁명론"을 폈다.

이한동 고문은 "요즘 우리 당원들 사이에는 주인의식이 없다"며 "우리
모두 철저한 주인의식을 갖고 중심을 바로 잡아 92년 대선 때처럼 다시한번
민정계와 민주계가 힘을 합쳐 정권재창출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인론"을
제기했다.

이홍구 고문은 "전당대회는 경선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대선승리가 목적"
이라며 "당은 절대로 흩어지지 말고 단합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
한뒤 지역할거주의 타파와 미래지향적 정당의 창출을 역설했다.

최병렬 의원은 "대의원들이 민심 동향에 똑바로 서서 투표하는 대의원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면서 "원내외 위원장의 세몰이가 경선을 좌지우지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 불참한 김덕룡의원과 이인제 경기도지사는 각각 전남.북지부
정기대회와 제주도.부산시지부 정기대회에 참석, 지방 대의원 공략에 나섰다.

김의원은 "문민정부 1기가 끝내지 못한 개혁을 문민 2기 정부가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각오로 대선에 나설 결심을 했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이지사는 "여야정치인들이 지역주의에 편승, 패거리정치를 계속하면서
국가와 국민 나라를 내팽개치고 있다"며 "이제 새시대를 열수 있는 젊은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세대교체론을 역설했다.

< 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