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전자담배 기기 ‘릴 하이브리드’. KT&G 제공
KT&G 전자담배 기기 ‘릴 하이브리드’. KT&G 제공
코스닥시장 상장사 아이티엠반도체는 전자담배 기기를 양산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2차전지 보호 회로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이 회사는 오는 4분기 충북 청주 본사 공장에서 전자담배 기기와 카트리지 등 소모품을 본격 생산할 전망이다. KT&G의 전자담배 기기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로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아이티엠반도체 관계자는 “전자담배 기기 신사업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이르면 연말에 기기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담배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자담배 기기 제조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중견·중소기업이 신사업 확장을 위해 새롭게 공급망에 진입하는 한편 기존 업체들의 주도권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ODM 공급사 재편

"3년 뒤 50兆"…전자담배 시장 판 커진다
해외 시장 개척에 공들이고 있는 KT&G의 전자담배 기기 공급사로 최근 추가 낙점된 곳은 아이티엠반도체와 파트론이다. 종합 이동통신 부품 업체인 파트론은 2년여 전부터 전자담배 기기 개발을 마치고 생산을 준비해왔다. 이 회사는 내년 초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티엠반도체와 파트론은 최근 KT&G로부터 신규 모델을 받았다”며 “대기업이 수출길을 활짝 열면서 그 성장 과실이 중견·중소기업으로 확산되는 낙수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는 곳은 이랜텍이다. 내년 물량이 올해 대비 최소 서너 배 불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최근 1년간 공급량은 100만 대를 조금 넘는다. 이 회사는 급증하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최근 말레이시아 및 베트남 공장 증설에 들어갔다.

이랜텍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KT&G의 수출량이 늘어나는 게 첫째, 핵심 협력사이던 이엠텍과 불협화음이 나면서 이랜텍이 반사이익을 보는 게 둘째”라며 “이엠텍 자회사 이노아이티가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새롭게 전자담배 기기 인증을 획득하는 등 던힐의 BAT와 거래를 추진한 게 발단”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T&G와 이엠텍이 기술특허 관련 내용증명을 주고받고 있어 내년 물량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담배 수출 확대 ‘가속’

KT&G는 세계적인 전자담배 시장 확대에 발맞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해외 시장 개척에 총력을 다한다는 각오다. 올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알바니아 일본 등 10개국 수출길을 연 데 이어 내년엔 20~30개국에 추가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K담배’의 수출이 늘어날수록 ODM 중견기업 실적 개선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세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3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2022년 37조원, 2023년 44조원에 이어 2024년엔 5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앞으로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세계 1위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의 야체크 올자크 회장은 최근 국내 한 행사에 참석해 “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나라에서 10~15년 안에 불을 붙여 피우는 일반 담배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