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권력 비대화 막으려는 '김정은의 용인술'
"최룡해 여전히 정권 핵심인물…영향력 변화 없어"


북한 김정은 정권의 2인자가 최룡해 노동당 비서에서 다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권력 서열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게 작년부터 벌써 두번째다.

최고지도자의 권력을 능가하는 2인자를 두지 않으려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용인술이 엿보인다.

황병서는 지난해 5월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정치국 상무위원 겸 총정치국장에 오른 최룡해를 제치고 이 자리를 차지했다.

이 때 최룡해는 군복을 벗고 노동당 근로단체 비서로 물러났고 서열도 한참 뒤로 밀렸다.

대신 황병서는 공식 권력 서열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다음으로, 사실상 권력의 2인자로 자리매김하는 듯 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지난 작년 10월 최룡해는 근로단체 담당 당비서 신분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다시 호명됐다.

이번엔 아예 공식 서열마저 내각 총리인 박봉주와 총정치국장인 황병서까지 제치며 '영의정' 자리에 오르는 듯 했다.

당 비서 신분으로 총리와 군 총정치국장을 제친 경우는 1998년 김정일 체제 공식 출범 이후 한번도 없었다.

이런 막강 권력은 김정일 정권의 막강한 2인자 장성택을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2인자 최룡해의 생명도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6개월도 안 돼 다시 상무위원 자리를 황병서에게 내주고 정치국 위원으로 물러났다.

작년 5월과 10월, 올해 4월까지 두 사람이 6개월마다 2인자 자리를 왔다갔다 한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이 2인자를 두고 이같은 시소게임을 즐기는 데는 고모부이자 김정일 체제와 김정은 체제의 2인자였던 장성택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장성택이 김정일 후계체제부터 김정은 체제 출범까지 전 기간 최고지도자의 신임을 바탕으로 막강한 2인자로 활약했으나 결국 자신의 권력을 노린 '배신자'로 처형했다.

하지만 이들의 지위가 바뀌었다고 해서 결코 두 사람의 영향력과 역할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2인자가 황병서와 최룡해 두 사람 사이에서 왔다갔다했다는 것은 어느 한사람에 권력이 쏠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뿐 이들에 대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임과 의존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최룡해가 비록 상무위원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박봉주 총리 다음에 호명되고 노동당 비서 중 서열이 제일 앞서 있는데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시찰에도 자주 동행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장성택 숙청을 거치면서 최고지도자에 필적할만한 2인자를 배격하려는 것 같다"며 "황병서가 권력서열 2위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다시 재편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소식통은 "최룡해는 김정은 정권의 대내외 정책 등 국정운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핵심인물"이라며 "그가 비록 상무위원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그의 영향력이나 역할은 크게 줄어들게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