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투자조정방안이 확정돼 시설신증설 허용여부를 둘러싸고 벌여
오던 논란이 매듭지어지게 됐다.
이미 생산설비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나프타분해 중간원료(SM) 카프로락탐등은 오는 95년까지 신규
투자를 중단시키고 내수나 수출등으로 수요증가가 뒷받침될수 있는 합성
수지 방향족(벤젠 톨루엔 크실렌) 합성고무등의 계열제품은 투자시기나
필요성등을 감안해 선별적으로 허용한다는게 골자다. 제도적으로 신규
투자를 통제할수있는 수단은 없으나 금융기관이 투자재원 대출심사과정
에서 이지침을 적용토록 함으로써 추가적인 투자를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그동안 대기업들의 경쟁적인 유화산업참여로 대부분의 품목에서
시설과잉에 따른 가동률하락 덤핑경쟁등의 부작용이 빚어져온데다 현재
건설중인 공장도 적지않아 정부의 이같은 투자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모든 석유화학투자가 과잉투자로 인식돼 부문을
가리지않고 일률적으로 여신규제를 받아왔다는 점에서도 당국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시급한것으로 지적돼왔다.
시설과잉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되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부문은 투자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시켜야한다는 현실적인 요구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관련업계에 투자가이드라인을 제시,정책의 가시성을 높여주기위한 조치
였다는게 당국의 배경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조정지침이 이미 투자가 이루어진 뒤에 나온 사후약방문
인데다 이같이 과잉투자가 이루어진게 다름아닌 정부의 단견에서 비롯
됐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또 관련업계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지나치게
"무리가 없는길"을 택함으로써 조정지침을 내논 의미도 퇴색해 버렸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석유화학투자가 설비과잉을 초래하게된 결정적 원인은 지난90년부터
시행된 유화투자자유화조치의 결과라는 점을 부인할수 없게돼있다. 8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 만성적인 공급부족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판단,투자규제를 전면적으로 철폐한것이 화근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뒤
시설투자가 포화상태를 넘어서자 은행대출을 중단토록 하는등 시설과잉과
무리한 규제의 악순환이 정책혼선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투자자유화조치 2년만에 사실상 자유화이전으로 돌아간데다 경제
자율성제고라는 큰 흐름을 거슬러 또다시 정부가 물리력으로 산업활동에
개입하는 오점을 남긴것도 흠으로 기록되게 됐다.
이와함께 합성수지 방향족등에 대해서는 "불가피할 경우 선별허용"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을 설정,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는게 업계의 반응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정부의 이번조치로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그동안 신증설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돼온 합성수지가 선별투자허용으로
확정되자 대림산업은 크게 고무되는 분위기.
대림은 선별허용으로 사실상 신증설이 가능하게 됐다고 보고 그동안
정부발표를 기다리면서 수면하에서 진행해온 기술도입 신고서를 상공부에
제출할 움직임이다.
대림은 연산10만t규모의 LLDPE(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사업건설을 위해
미하이몬트사와 이미 기술도입계약을 맺어놓고있다.
대림은 기초유분의 자체소화율을 70%선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연산
8만t규모의 PP(폴리프로필렌) 증설에도 나설 방침이다.
연산 70만t규모(에틸렌기준)로 국내최대기초유분업체인 대림은 NCC사업
참여로 주거래선인 럭키 호남석유화학이 잇따라 떨어져나가 정상조업에
차질을 빚고있다.
이번 선별허용방침과 관련,앞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유공의 신규
투자허용여부. 유공은 대한유화의 NCC가동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위해 각
연산15만t,10만t규모로 PE PP를 증설할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유공이 제1공장(연산15만5천t)을 폐쇄하는 조건으로
제2공장(40만t)건설을 허가받은만큼 내부수급불균형을 이유로 증설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벤젠 톨루엔 크실렌등 방향족의 선별투자허용으로 신규참여가 가능해진
업체로는 대한유화와 극동정유. 그러난 이들업체는 방향족가격이 바닥권에
있는데다 나프타분해과정에서 나오는 열분해가솔린(PG)을 정유사에
파는것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신규참여를 검토하지 않고있다.
합성고무분야에서는 현대석유화학의 신규참여 여부문제가 일단 93년
이후로 미뤄졌다. 현대는 연산8만t규모의 SBR(스티렌부타디엔고무) BR
비닐피리딘라텍스등 합성고무공장 건설을 추진해왔었다.
현대는 대산의 콤비나트에서 연 6만t규모를 생산중인 부타디엔을 자체
소화하기위한 합성고무사업에 제동이 걸린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있다.
이회사는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기술도입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서류보완
등을 이유로 내세운 상공부에 의해 뜻을 이루지못했었다.
카프로락탐의 경우 신규투자가 사실상 금지됨에 따라 현대석유화학의
이분야신규참여는 어려워지게됐다.
현대는 3천5백여억원을 들여 대산콤비나트에 연산15만t규모의
카프로락탐공장을 세우기로 했으나 공해문제등을 이유로 일단 제동이
걸렸었다.
삼성석유화학이 연산25만t규모로 증설을 추진중인 TPA(고순도테레프탈산)
도 정부의 신중한 투자결정방침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삼성은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95년이후에 공장이 완공되므로
증설을 허용받을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이다.
나프타분해공장과 SM(스티렌모노머)의 경우 신규투자가 금지됐지만 이분야
진출을 추진하는 업체가 없어 별다른 부작용은 없을 것같다.
석유화학업계는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번 조치로
거의 중단되다시피했던 은행대출을 재개할수 있게돼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석유화학분야의 중복과잉투자를 규제하기 위해 지난해말 금융
기관에 신규대출시 사전협의를 요청,유화업계의 돈줄을 막아버리는 자충
수를 뒀었다.
업계는 투자자유화를 실시한지 2년만에 신규투자금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린것은 권위주의적이고도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유화가 몰고온 공급과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키위해 수출지원
수입규제 가공산업육성등 지원대책을 마련하는데 이제는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게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