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주주 견제하는 법안 밀어붙이는 야당…재계 "이사회, 투기자본 놀이터 될 것"
야당이 기업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도 ‘중점 처리 법안’으로 내세울 태세다. 재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거대 야당 주도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대거 통과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통한 재벌개혁을 2월 임시 국회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이 핵심이다.

정치권에선 상법 개정안 중 일부는 2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물론 새누리당과 바른정당도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검토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기업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여야 절충안이 거론되고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 100%를 보유한 경우로 소송 요건을 제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공산이 크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추진 중인 다중대표소송제는 이 같은 제한 없이 모회사 주식 1% 이상을 소유한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 행위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신중한 입장인 반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밀어붙일 태세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 중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주로 적용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를 시행할 경우 기업 이사진 절반이 투기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상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기업 이사회는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며 “SK LG GS 등 지주사 체제 그룹은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법안은 새누리당까지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들은 직접적 피해액 외에 과도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찬성하지만 새누리당은 반대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공정위와 기업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발권 남용으로 소송이 급증해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장창민/유승호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