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 계획을 점검하는 좌담회가 지난 2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 박재문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달 탐사 계획을 점검하는 좌담회가 지난 2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 박재문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한국은 2020년 달에 무인탐사로봇을 보낼 계획이다. 2013년 첫 연구를 시작했고 작년부터는 15개 정부 출연연구소가 착륙선, 탐사 로버(rover) 개발 등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를 총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지난달 말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달탐사 관련 협력의향서를 교환했다. 착륙선에 앞서 첫 단계로 2018년 달에 시험 궤도선을 보내기 위해 미국과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은 NASA와의 이번 제휴를 계기로 달 탐사 성공을 위한 과제를 점검하는 좌담회를 지난 26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었다. 이익원 IT과학부장의 사회로 박재문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조광래 항우연 원장, 류장수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우주항공 회장),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토론을 벌였다.

◆사회=NASA와 협력할 내용은 무엇인가.

▷조광래 원장=달 탐사선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수십만㎞ 떨어진 우주와 신호를 주고받는 심우주 통신기술이 필요하다. 미국은 심우주 통신뿐만 아니라 탐사선 추적, 항법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NASA와는 작년 7월 협력 타당성 조사를 처음 시작했고, 지난달 말 무인 달탐사 협력의향서를 교환했다. 한국이 기술료를 주는 게 아니라 상호주의에 기반한 동등한 국제 협력이다. 달 탐사와 관련한 내년 예산이 확정되면 보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우주인터넷·원자력전지 등 시험…국가 새 도약 계기 삼아야"
◆사회=뒤늦게 왜 달 탐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창진 교수=중국, 일본 등은 앞다퉈 우주 탐사 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2013년 달 착륙(옥토끼)에 성공했고, 일본은 하야부사(2003년) 셀레네(2007년) 등 달보다 먼 소행성 탐사에도 나서고 있다. 국방 기술 개발, 우주 자원 탐사, 국민의 자긍심 고취 등 다양한 요인이 겹치면서 우주 개발 경쟁이 불붙고 있다.

▷박재문 실장=예비타당성조사 때 진행한 설문조사(1000명 대상)에서 응답자 79%가 달 탐사선 개발에 공감을 나타냈다. 궤도선, 착륙선, 달 표면 분석 탑재체 등을 개발하며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에 사용된 전력 제어기술은 가정용 에어컨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달 탐사 로봇은 앞으로 재난·재해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산업적으로는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류장수 회장=달 탐사선에 들어가는 부품 가격은 수억, 수백억원짜리도 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극한 기술의 집합체다. 부가가치가 높은 소량 다품종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달까지 거리는 38만㎞에 달한다. 통신신호를 보내는 데만 3초가량 걸려 탐사선과 로봇이 자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다.

▷조 원장=달 탐사에 사용된 우주 기술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초고온, 초저온을 견디는 소재는 첨단 전자장비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원자력전지 기술은 심해 탐사나 잠수함 탐지용 해저 기술 등에 쓰일 수 있다.

◆사회=우주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이 교수=2020년 달에 착륙할 로봇은 40㎞ 이상 돌아다니며 달 이곳저곳을 탐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우주에서 통신이 끊어지면 처음부터 데이터를 다시 보내야 했다. 앞으로 나머지 부분만 보내는 우주인터넷(DTN) 기술과 원자력 전지 개발에 도전한다. 단순히 우주 선진국의 뒤를 따라 달에 가는 게 아니라 한국의 우주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회=탐사선을 보낼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조 원장=2020년 달까지 탐사선을 보낼 한국형 발사체(로켓)를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7 로켓을 개발하는 1차 사업이 다음달 끝나는데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여기서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다음으로 75 로켓 개발에 나선다. 2017년 시험 발사를 성공해 국민에게 달 탐사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회=달 탐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과제를 꼽으면.

▷이 교수=달 탐사를 목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예산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작년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됐는데도 정부가 신청한 410억원의 예산이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한국이 우주 기술 개발을 연구개발(R&D) 예산에서 편성하는 반면 일본과 중국은 이를 R&D 예산으로 보지 않고 국가 전략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다. 우주 분야를 단순한 기술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류 회장=중국과 인도가 달 탐사를 시작할 때 국가 재정 여건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이 같은 도전을 통해 과학기술과 경제를 발전시켰다.

▷조 원장=달 탐사에는 로봇, 통신, 원자력, 광물 탐사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외 다양한 연구기관 간 협력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는 15개 정부 출연연구소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융합 연구를 확산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박 실장=우주 탐사에서 국제협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국가 독자적으로 충분한 예산과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달 탐사 연구자들도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시점이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심우주 탐사 경험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한국이 달에 갈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면 우주 선진국이 주도하는 우주 클럽에 가입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들지 못하면 화성 등 더 먼 우주를 탐사하는 경쟁에서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리=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