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시대 대응…전공외 분야 공부통해 사고 유연성 키워야
“미래를 보는 눈은 과거를 보는 눈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역사는 이미 벌어진 사실들을 갖고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죠. 미래에는 어떤 사실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래는 의사결정입니다.”

연세대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AMP) 봄학기 네 번째 시간. ‘미래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맡은 강영기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역량은 통찰력과 분별력, 그리고 정보력”이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삼성경제연구소(1989~1997년)에서 전자정보산업실장을 지내고 삼성전자 경영기획팀(1998~2009년)에서 팀장(전무)을 거친 그는 경영학 서적보다는 주로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전문가의 통찰력을 가져라”

“통찰력의 사전적인 의미는 본질을 꿰뚫어보는 능력입니다. 쉽게 말하면 밖에 있으면서 안을 보는 것이죠. 전문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빠르게 파악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고가 없는 회사를 생각해 봅시다. 많은 사람은 직원들의 복지를 우선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無)해고를 달성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회사라는 사실을 파악할 것입니다.”

통찰력은 곧 사건과 사물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입체적 사고를 뜻하고,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종합적 △다면적 △분석적 △지속적 사고를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종합적인 사고는 흔히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나무가 자라는 기후와 토양, 그 지역의 역사까지 파악할 수 있어야 진정한 종합적인 사고입니다. ‘악마는 작은 곳에 숨어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 말을 기업 경영에 대입해 보면 거대한 프로젝트를 침몰시키는 것은 아주 사소한 실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영자는 큰 그림을 보는 것만큼이나 사소한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융·복합시대 대응…전공외 분야 공부통해 사고 유연성 키워야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을 하라”

심리학 검사 기법 중에 ‘프로젝션(투영·投影)’이라는 기법이 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 얼굴을 보여주고선 ‘이 사람 성격을 묘사해 보라’고 하는 것이다. 검사에 응한 이들은 처음에는 아무렇게나 말하다가 결국 10명 중 9명은 자신의 성격을 표현하게 된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무의식중에 넣는 것이다.

“조금 어려운 말로 하면 ‘주관의 객관화’라고 합니다. 사건이나 사물을 파악할 때 자신의 생각을 모르는 사이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는 커다란 적이죠. 다면적 사고란 상대방의 상황까지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데, 자기 자신을 가끔 부정해 보는 것이 다면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분석적 사고는 사물이나 대상을 잘게 자르고 구분해서 보는 사고 방식이다. 분석적 사고를 통해 우리가 ‘파악하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을 다시 정리해 보면, 의외로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프로야구에서 2할5푼의 타자와 3할 타자의 연봉 차이가 크다는 걸 다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스무 번 타석에 들어설 때 2할5푼이면 다섯 번, 3할이면 여섯 번 안타를 친다는 얘기죠. 스무 번 중 한 번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그 한 번이 큰 차이를 보여주는 수치이긴 하겠지만, 분석적 사고는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보게 해 줍니다.”

지속적 사고는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을 통해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다. 강 교수는 휴대폰 벨 소리가 다양해진 것이 지속적 사고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예전엔 휴대폰 벨 소리가 다 똑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벨이 울리면 다들 자기 휴대폰 찾기에 바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현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벨 소리가 비즈니스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냈다는 것이다.

○“회의에서 조는 것도 리더십이다”

미래를 읽는 능력의 두 번째는 분별력이다. 강 교수는 분별력을 ‘상황을 구분하고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성공적으로 근대화한 것은 리더들의 분별력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리더들은 서양에서 들어오는 종교와 학문을 구분했습니다. 종교는 배척하고, 학문은 받아들였죠. 또 쇄국정책을 펴면서도 나가사키에는 서양과 문물을 교환할 수 있는 창구를 뒀습니다. 이 지역에서 무역을 하던 이들이 서양을 접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배웠고, 결국 일본 근대화의 시발점인 메이지 유신의 주축이 됩니다.”

분별력은 리더십과도 관계가 깊다. 상황을 판단하고 사물을 구분하는 능력이 곧 부하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 가운데 한 명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회의를 할 때 자신이 잘 모르는 얘기가 나오면 일부러 졸았다고 합니다. 상사와 함께 하는 회의에서 상사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의견을 내놓으면 부하들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걸 다들 알 겁니다. 오히려 부하들은 상사의 의견이 맞다는 논리를 새로 만드느라 바빠지기 십상이죠. 레이건 대통령은 그걸 알고 일부러 충분히 토론할 시간을 줬다는 겁니다. 반면 지미 카터 대통령은 너무나 성실했던 나머지 백악관 안에 있는 수영장 관리까지 신경썼다고 합니다. 너무 많은 걸 하다 보니 큰 걸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보력은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이다”

일본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노무라연구소로 대표되는 정보력으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가 공개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는 정보의 양보다는 활용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미래를 보는 정보력을 손자병법에 나오는 ‘세(勢)’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손자는 적군이 나타나는 방향과 시기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적이 어디서 나타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을 ‘세’라고 표현했다.

“회사를 둘러싼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회사 구성원이 즉각적으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정보가 폭발하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분야를 공부해서 사고의 유연성을 키워야 합니다.”

전문 분야의 융·복합 시대에 맞춰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있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전공을 깊게 파면서도 다양한 지식을 갖춘 ‘T’자형 인재보다 새로운 인재가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전공을 연결시킬 수 있는 인재를 뜻하는 ‘π(파이)’형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핵심 역량을 고집하지 말라”

강 교수는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제시한 ‘핵심 역량의 경직성’이라는 개념을 경영자들이 꼭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역량의 경직성’이란 한 번 성공한 이가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핵심 역량 때문에 성공할 것이라고 착각해 결국 실패하는 과정을 말한다.

“역사학자 토인비도 그의 책 ‘역사의 연구’에서 비슷한 내용의 ‘창조의 천벌’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하나의 문명은 창조적인 소수자에 의해서 탄생하는데, 그 창조적 소수가 어느 순간 새로운 가치를 만들지 못하고 지배적 소수로 바뀌면서 문명이 쇠퇴한다는 것이죠. 자수성가한 중소기업 사장들 가운데 ‘내가 이 회사를 가장 잘 안다’고 하는 사람은 특히 핵심 역량의 경직성을 명심해야 합니다.”

강 교수는 경영의 5대 자원으로 사람, 기술, 돈, 정보, 시간을 꼽았다. 그리고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발전하려면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직원들이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합니다. 교육을 통해 임직원의 눈높이를 높여줘야 합니다. 교육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고요.”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강의 = 강영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