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학자 라이너 지텔만
신간 《부유한…》에서 주장
"과도한 국가 개입이 경제 위기 자초"

“세계적으로 기업과 정부의 부채 규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낮은 금리는 부동산 거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경제 위기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부유한 자본주의 가난한 사회주의》 한국어판(봄빛서원) 출간에 맞춰 방한한 독일 역사학사이자 사회학자인 라이너 지텔만(62·사진)은 지난 29일 기자와 만나 “경제에 대한 잘못된 진단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텔만은 독일신문 디벨트 편집국장을 지냈고, 부동산 및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기도 했다.

지텔만이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한 이 책은 사회주의의 실패와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가감 없이 다뤄 화제가 됐다. 그는 책을 쓴 계기에 대해 “최근 5~10년 사이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회주의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연하다”며 “30여 년 전 이미 붕괴한 사회주의의 실패 역사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책은 한국과 독일, 중국과 아프리카, 칠레와 베네수엘라 등에서 어떻게 자유시장경제가 그 힘을 발휘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시장에 가장 위험한 신호로 ‘국가의 개입’을 지목한다. 지텔만은 “독일도 에너지, 자동차 분야에 국가가 관여하면서 거의 계획경제가 돼가고 있다”며 “자본주의 체제의 결함을 문제 삼아 정부가 경제에 더 많이 개입하려는 행보는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를 불러온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수준을 단순 비교할 게 아니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후 다른 나라들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경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재분배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것”이라고도 했다. 역사적으로도 재분배는 경제 성장보다 빈곤 퇴치에 기여하지 못했다. 그는 줄어드는 중국의 빈곤율과 억만장자의 증가 추세 그래프를 보여주며 “큰 빈부격차에도 불구하고 마오쩌둥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중국인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제가 성장하고 함께 부유해져 전반적인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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