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즈 어 서비스(As a Service)’는 어느덧 정보기술(IT) 분야에 깊이 침투했습니다. 저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한다, 서비스형 플랫폼(PaaS)을 지원한다며 다양한 용어 속에 스며들었지만 정확한 개념을 톺아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기업의 동영상 서비스를 돕는 기업 간 거래(B2B) SaaS 스타트업 카테노이드의 김형석 대표는 경력 대부분을 통신과 네트워크 영역에서 쌓아온 인물입니다. 그가 미국‧중국 시장과의 비교를 통한 국내 As a Service의 전망을 한경 긱스(Geeks)에 보내왔습니다. 국가 간 진출이 용이하고 선점 사업자의 영향력이 큰 분야인 만큼, '토종' 업체들이 성장할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는 진단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IT업계는 새로운 사업모델과 개념이 쉼 없이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산업이다. IT산업에서 상당 기간 종사한 사람도 최신 정보와 조금만 떨어지면, 새롭게 등장한 개념과 용어를 이해하기 어렵다. 구시대인으로 도태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들 정도다. 다행히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개념과 용어의 대부분은 생각보다 수명이 짧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거나 아주 일부만이 생명력을 유지한다. 일부만이 한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런 용어 중 ‘As a Service’가 있다. As a Service는 Infrastructure As a Service(IaaS), Platform As a Service(PaaS), Software As a Service(SaaS)와 같이 주로 다른 단어와 결합해 사용되곤 하는데, 한글로는 ‘서비스형 인프라스트럭쳐’, ‘서비스형 플랫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번역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IT 관련 기술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빌려 쓰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As a Service 사업모델이 어떻게 진화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이 사업모델이 국내 I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소유'의 종말과 함께 온 As a Service
자체 구축(In house) 또는 소유(On premise)와 상대되는 개념인 As a Service는 지난 수십 년간 일련의 혁신적인 서비스가 등장하며, 직접 소유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영역을 바꾸며 발전해왔다. 새로운 ‘As a Service’는 항상 시장 환경의 변화와 함께 등장하며, 이전에 존재하던 서비스와 상호 경쟁과 협력을 하면서 자리 잡았다. 과정을 통시적으로 살펴보면 일정한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전의 서비스에 비해 보다 통합적이고(More Integrated), 고객이 보다 사용하기에 편리하며(More Convenient), 보다 비용 효율적인(More Cost-Effective)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대개 이러한 혁신 과정에선 새로운 기술이 가장 중요하고 선행된다는 통념과 달리, 새로운 사업모델이 먼저 등장한다. 이후 개념을 사업화하기 위해 기존 기술이 재조합되거나, 부족할 경우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B2B와B2C 기업들에 대한 미국 벤처캐피털(VC)의 투자 동향.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제공진화과정을 구체적으로 보면, 사업모델로서의 ‘As a Service’는 1990년대 후반 등장한 닷컴 산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초창기 인터넷 사업자들은 기본적인 인터넷 회선(네트워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프라(공간‧전기시설‧공조시설‧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구축, 개발하고 직접 운영해야 했다. 필연적으로 많은 설비투자와 고비용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자본이 부족한 인터넷 벤처들에겐 엄청난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IDC(Internet Data Center) 및 코로케이션 (Co-location)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이 등장했다. 지금은 너무 일반적인 서비스라 아무도 혁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다. 당시 IDC 사업모델이 혁신적이었던 이유는 ‘통신사업자가 고객의 설비까지 회선을 끌어 가서 설치한다’는 수십 년간의 패러다임에서, ‘고객이 IDC사업자가 소유한 대규모 직접 시설로 자신의 시스템을 가져온다’는 개념으로 일순간에 진화했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게 된 IDC사업자는 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고, 인터넷 사업자들은 획기적으로 낮아진 인터넷 회선비용과 함께 공간임대비용‧대용량 전기시설‧냉난방‧항온 및 항습 비용 등 수많은 설비 구축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As a Service의 발전 과정IDC 이후, IDC/서버임대 그리고 기본적인 서버 운영 서비스를 결합한 호스팅 서비스가 등장한다. 호스팅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IDC와 금융서비스업을 결합한 모델인데, 비로소 인터넷 사업자는 서버 등 하드웨어에 대한 대규모 투자비용 역시 지불할 필요가 없어졌다. 월 임대료만 내면 네트워크 회선과 서버 운영 공간‧서버 등 하드웨어와 기본적인 시스템 운영까지 월 임대 형식으로 아웃소싱 받을 수 있게 된다.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으로 온라인 게임‧고화질 동영상 같은 대용량 콘텐츠가 나온 점은 또 하나의 분기점이다. 야기된 네트워크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CDN서비스가 등장하면서 ‘As a Service’는 애플리케이션 영역까지 확장됐다. 사용량 기준의 요금제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은 콘텐츠 서버와 관련된 물리적인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및 관련 운영 인력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졌고, 이는 획기적인 'TCO(Total Cost Ownership)' 절감으로 이어진다. 2010년 전후 본격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는 IT 아웃소싱 서비스의 지평을 콘텐츠 서버를 넘어, 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등 전 영역으로 확장 추세다.
As a Service 미래, 150년 전 '전기'와 같다
그렇다면 클라우드 서비스는 궁극의 As a Service일까? 10년 후, 20년 후 새로운 ‘As a Service’가 나타날 가능성은 없을까? 미래 예측은 늘 어렵지만 진화의 방향은 상대적으로 명확해 보인다. 새로운 As a Service모델은 현재에 비해 ‘보다 통합적이고, 보다 편리하며, 보다 저렴한’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가끔 전기가 세상을 바꿔갔던 150년 전을 상상해보고는 한다. 정보기술혁명 직전의 가장 큰 기술혁명이 전기 혁명이고, 정보기술이 세상을 바꿔가는 모습이 전기가 세상을 바꿔갔던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전기라는 문명의 이기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전기 생태계와는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사실상의 스탠더드(de facto standard)’로 받아들이고 있는 전기 생태계는 그냥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진화과정’을 거쳐 국가마다 소수의 거대 전력회사가 전기를 공급하고, 사용자는 각자의 필요에 맞게 전기를 이용하되 전력회사에 사용량만큼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가령 프랑스 요리 전문 레스토랑을 창업하려면, 우선 프랑스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개업 장소도 결정해야 하고 관련 설비도 구비해야 하고 인테리어도 신경 써야 한다. 음식점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주어져 신경 쓰지 않을 뿐,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다. 하지만 전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직접 발전소를 만들고 전기기술자가 될 필요는 없다.
진화의 흐름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된 국가의 모든 개인과 기업은 언제 어디서나 각자가 필요한 만큼 컴퓨팅 파워를 이용할 수 있으며, 그 대가로 사용량에 따라 월 단위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개인은 컴퓨팅 파워를 직접 소유할 필요도 없고, 전기 기술자의 도움도 필요 없으며, 전기기술을 배울 필요도 없다. IT산업의 미래다.
B2B 중심 美 유니콘…SaaS 투자는 '국가 양극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제공최근 수년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례 없는 활황을 경험했다. 2019년 한 해에만 10만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창업됐고,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수많은 유니콘 또는 예비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했다. 투입된 인적, 물적 자본 역시 일부에서 과열이라고 할 만큼의 규모로 이루어졌다.
관심과 열기는 반가운 일이지만, 마냥 좋아하기만 할 수 없었던 이유는 활황이 지나치게 B2C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B2B에는 상대적인 관심이 덜했다. B2B 창업자들의 실력부족이 지적될 수 있지만, 경제 발전의 정도‧갑을 관계로 대표되는 잘못된 관습‧소프트웨어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의 요인 역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곳들이 늘었지만, 선진국과 격차가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미국 내에선 300여개 이상의 새로운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국내와의 차이는 지난해 새롭게 탄생한 유니콘 기업 중에 B2C 기업은 3분의 1이 채 안 되고(32%), 전체의 3분의 2는(68%) B2B 기업이란 점이다. 특히 B2B 유니콘 기업 중에서 SaaS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0%에 이른다.
B2B SaaS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해 투자된 2960억달러(약 400조원)의 스타트업 투자자금 중 64.5%에 해당하는 1910억달러(258조원)가 B2B 기업에 투자되고 있고, 이 중 SaaS기업에 투자된 자금만 무려 900억달러(120조원)에 달한다.
SaaS 시장에 대한 미국 VC의 투자. /SVB리포트자본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B2B SaaS산업의 강세는 중국‧인도 등 1인당 GDP가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도상국보다는 미국‧영국‧캐나다 등 소위 선진국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2018년 미국은 전체 글로벌 SaaS 투자규모의 70.1%를 차지하여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B2C 투자 중심에 SaaS기업 투자는 매우 미미하다.
차이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상대적인 저임금으로 인해 기업들이 아직 소프트웨어 등의 IT기술을 직접 개발하거나 소유하는 비용이 낮은 데서 발생한다. 선진국은 높은 개발자 인건비로 인해 IT기술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빌려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SaaS기업과의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결론적으로 As a Service 분야에 대한 투자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선진국에 진입한 국내 IT산업의 향방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국가별 SaaS 투자 대 전체 벤처투자자금의 비중. /크런치베이스 캡처
토종 As a Service, '선발주자' 돼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통계는 현재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시너지리서치그룹은 글로벌 B2B SaaS 시장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39%로 성장했으며, 2019년 기준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의 23%를 차지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또 스태티스타는 올해 전 세계 SaaS 시장 규모를 1671억달러(220조원)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SaaS 시장은 관련 통계도 거의 없을 만큼 아직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 추산은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1 클라우드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SaaS 기업은 2018년 570개에서 2020년 780개로 연평균 100개씩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액은 2018년 1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4000억원대로 연평균 1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한 해에 창업되고 있는 10만개 이상의 스타트업중에 SaaS분야에 도전하는 기업의 수가 1%에 그치고 있을 정도로 적고, 국내 SaaS기업의 매출 총액이 전체 경제규모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는 뜻이다. 이미 해외 SaaS기업이 관련 시장을 선점 중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지속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As a Service가 다른 IT분야와 비슷한 점은 규모의 경제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 그리고 시장 선점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차이는 국가간 경계가 거의 무의미하다는 것, B2C에 비해 지속성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이다. 즉 B2C에 비해 시장 선점효과가 훨씬 더 크고 지속적이며, 파급효과는 글로벌하게 진행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 내부의 업무 방식은 전세계적으로 점점 유사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SaaS는 기업고객의 내부 업무프로세스와 결합되고 있다. 개별 기업이 특정한 SaaS를 도입하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크든 작든 기업 내부의 프로세스와 결합되고, 반대 급부로 'Churning Cost(사업자 이동 비용)'는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업 수는 689만 개, 개인 기업을 제외한 법인 기업의 수만 75만개에 이르는 작지 않은 시장이다. 상당수 기업은 이미 어떤 형태로든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공급자 측면에서나 수요기업측면에서 As a Service형태가 대세가 될 것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시장을 선점한 분야별 SaaS기업은 후발주자가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구축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자국산만 쓰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거대해질 글로벌 As a Service 분야에서, 한국의 경제력이면 적어도 수 개의 글로벌 기업은 나올만한 충분한 IT역량이 있다는 의미다. 역량이 뛰어난 관련 스타트업의 수많은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김형석 카테노이드 대표 △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졸업 △ 데이콤(현 LG유플러스) 근무 △ 前 씨디네트웍스 부사장 △ 現 카테노이드 대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의 첫 구절입니다. 미국 소설가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코엔 형제 감독이 2007년 만든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고요. 영화는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의 가혹함을 그리고 있습니다.영화 내용과는 별개로 전 세계적인 고령화로 노인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투자 혹한기에도 국내외 실버테크 스타트업에 잇따라 벤처캐피털(VC) 투자가 이어지면서 실버산업에 디지털전환(DX) 변화가 일어난 덕분입니다. 지난해 투자받은 글로벌 실버테크의 특징을 한경 긱스(Geeks)가 살펴봤습니다. 글로벌 벤처투자 혹한기에 실버테크(노인+기술) 스타트업이 잇따라 투자금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로 '실버산업(또는 실버 이코노미)'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버시장은 헬스케어 제품뿐만 아니라 주택, 음식, 레저 및 관광, 운송 같은 다양한 산업을 포괄한다.특히 노인의 사회적 고립감 해소하는 서비스를 비롯해 디지털 전환(DX) 이끄는 간병서비스, 노인질환 예방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치료제 전문기업에 벤처캐피털(VC)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건강한 노화' 겨냥한 실버 이코노미유엔 인구국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인구 비중은 현재 9.4%에서 16.5%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인구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6억명을 돌파하게 된다.국가별로 최대 실버시장은 미국이다. 월드데이터랩에 따르면 미국 실버시장은 2025년 약 3조50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태평양지역도 동아시아 3국을 중심으로 실버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에이징아시아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아태 지역의 실버시장은 2025년까지 4조6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60세 이상의 6억2000만명에게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2조6109억달러, 일본 8843억달러, 한국 2897억달러 순으로 조사됐다.실버시장은 '건강한 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가와 자기 계발에 적극적인 '액티브 시니어'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의료비도 치료 보단 예방에 무게를 싣고 있으며, 사람 중심의 양질의 간병 서비스에 방점을 찍고 있다.이는 유엔이 2021~2030년을 '건강한 노화 10년'으로 선언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유엔 총회는 △노화에 대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변화하고 △노인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커뮤니티를 개발하고 △사람 중심의 통합 치료 및 1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양질의 장기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4가지 영역에서 불평등을 줄이는 데 합의했다. 돈 몰리는 시니어케어 플랫폼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의 16.5%로 853만7000명에 달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국내 실버시장에선 요양 및 간병 중개 등 시니어케어 플랫폼에 벤처 업계의 뭉칫돈이 몰렸다. 케어링은 지난해 9월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업계 최초로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반열에 올랐다. 한국시니어연구소와 케어닥도 2021년 진행한 시리즈 A 라운드에서 각각 200억원, 100억원을 유치했다.이들 시니어케어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양보호 등급을 받은 노인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를 매칭해주고 요양보호사들이 방문해 목욕,간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강조하는 차별점은 각기 다르다. 케어링은 지역 거점 요양시설 설립에 나섰고,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요양시설 운영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며 재가요양 서비스의 DX를 돕는다. 노인요양시설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케어닥은 방문요양센터 직영점 10곳을 기반으로 파트너점을 확대하고 있다. HMC 네트웍스는 간병인 중개 앱 '케어네이션'을 기반으로 데이터에 강점이 있다.복지 용구 유통도 DX로 진화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자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맞춤형 복지 용구를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로는 티에이치케이컴퍼니의 '이로움', 그레이스케일의 '그레이몰' 등이 있다.싱가포르에선 노인영양식 분야도 주요 실버시장으로 꼽힌다. 싱가포르 푸드테크 실버커넥트는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노인 및 환자를 위한 식단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정부가 식품 제조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출범한 '푸드이노베이트 이니셔티브'의 지원을 받아 노인 식사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재가요양 DX 이끄는 글로벌 스타트업미국은 정부가 나서서 노인 대상 간병 시장을 키우고 있다. '돌봄 경제(Caring Economy)'를 내건 바이든 행정부는 노인·장애인을 대상으로 가정과 지역사회 기반 메디케이드(공공건강보험) 서비스(HCBS)에 4000억달러 규모 간병 인프라 확충을 발표했다.HCBS 관련 실버케어 스타트업도 잇따라 투자금을 유치했다. 중대 질환자 대상 원격 치료플랫폼 하모나이즈(Harmonize)와 노인 주택을 안전하게 개조해주는 스타트업 루비(Ruby)도 각각 1380만달러, 290만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원격진료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은 디스패치헬스(7억3320만달러 투자유치)다. 홈케어 제공업체를 찾기 위한 기술지원 플랫폼 아너(6억2500만달러), 가정간호 환자 데이터 관리 및 모니터링 플랫폼 알라야케어(2억9340만달러)도 뭉칫돈을 투자받았다.초기 스타트업으로는 노인과 간병인을 위한 음성 인식 의료 경보 시스템 제공업체 알로에 케어헬스(500만달러), 노인 간호를 위한 메시징 앱 세레니티인게이즈(240만달러), 노인 케어 관련 모든 정보를 한데 모은 그레이스(340만달러)가 있다. 사회적 고립감 해소하는 솔루션에 주목노후에 겪는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 역시 VC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노인과 대학생의 면대면 만남을 지원하는 미국 매칭 플랫폼 '파파'는 타이거글로벌 등으로부터 2억4120만달러 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반열에 올랐다. HCBS 실시로 의료 및 고용 보험 지원을 받는 등 수혜를 입었다. 파파처럼 대학생과 노인의 사회적 관계를 연결하는 스타트업 몬아미도 최근 340만달러 규모 시드 투자 라운드를 진행했다.파파와 몬아미가 대면 관계를 통해 노인의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한다면, 로봇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는 서비스도 있다. 일본 유카이공학이 출시한 가정용 로봇 '보코 에모'는 요양원에 있는 노인과 대화를 통해 조치가 필요한지 등을 모니터링한다. 국내에선 서비스 로봇 기업 알지티는 외식 업장을 중심으로 제공했던 서빙 로봇을 노인 요양시설에 보급하기 시작했다.카카오 계열사로 영유아 스마트 알림장을 운영하는 키즈노트는 최근 요양시설과 가족 간 소통을 돕는 '패밀리노트'를 출시했다.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 '아이엠'을 운영하는 모노랩스는 시니어 헬스케어 시장에 전격 뛰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세곡동주민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65세 이상 독거노인 40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건강 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수기 임대업체 청호나이스와는 합작법인(JV) 하이플래닛을 설립해, 집안의 정수기를 점검하는 ‘플래너’를 활용해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오프라인까지 연계한(O2O) 시니어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액티브 시니어를 잡아라여가와 자기 계발에 적극적인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소비시장도 부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해진 노인을 일컫는 신조어 '그랜인플루언서(할머니·할아버지+인플루언서)'가 생길 정도다.로쉬코리아는 50·60대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시소'를 운영한다. 문화, 여가, 취미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고 오프라인 체험을 제공한다. 바인드는 골프, 등산, 낚시 등 시니어 레저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애슐러를 운영하고 있다.내이루리가 운영하는 '옹고잉'은 시니어 배달원을 고용해 정기배송을 하는 스타트업이다. 고령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진단부터 치료까지노인성 질환 진단과 맞춤형 치료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도 잇따라 투자금을 유치했다. 치매 예방 진단앱 실비아를 운영하는 실비아헬스는 이달 초 끌림벤처스, D3쥬빌리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프리 시리즈 A 단계 투자를 유치했다. 디지털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하이는 지난해 11월 KB증권, 캡스톤파트너스, CJ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75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범불안장애(엥자이렉스) 경도인지장애(알츠가드) ADHD(뽀미) 근감소증(리본) 노인성난청(히어로) 등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의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한 이모코그는 지난해 3월 15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벤처스, 스톤브릿지벤처스, 녹십자, SV인베스트먼트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미스터마인드는 어르신 말동무 인형 로봇을 이용해 이용자의 우울증 및 치매를 조기 발견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하나벤처스로부터 지난해 6월 15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받았다. 시니어 개인 맞춤 헬스케어 서비스 '노리케어'를 운영하는 리브라이블리도 더벤처스 등으로부터 지난해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의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긱스(Geeks)가 5일 스타트업 브리핑을 전합니다.지난해 MZ세대가 선택한 한정판 제품 1위는?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은 2022년 한 해 동안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카테고리 별 랭킹 리포트를 담은 '2022 인사이트'를 공개했다. 올해 크림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스니커즈는 나이키 에어포스1 07 로우 화이트이다. 해당 모델은 전년 대비 거래량이 500% 이상 증가했다. 럭셔리 백 영역에서는 지난해 12월 샤넬 백 거래량이 1월 대비 4배로 증가했다. 가장 많이 거래된 모델은 가브리엘 백팩 스몰 빈티지 카프스킨 이다. 의류 영역에서는 스트리트 브랜드를 상징하는 스투시(STUSSY)의 여름 티셔츠가 굳건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 레트로 트렌드와 함께 인기 아이템으로 등극한 노스페이스의 눕시 패딩이 거래량 2위를 기록했다.'갓생' 수면앱 미라클나잇, 프리A 투자유치 디지털 수면 솔루션 앱 '미라클나잇'의 개발사 무니스가 블루포인트 등으로부터 프리 A 단계 투자금을 유치했다. 수면의 질을 추구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이용률과 유료 전환율을 보인 점이 투자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등이 공동 투자사로 참여했고, 투자금액은 비공개다.일반적으로 쓰이는 수면 유도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명상앱 등은 바이노럴비트를 활용하는 반면, 미라클나잇은 자체 개발한 모노럴비트 알고리즘을 활용해 수면 유도 소리를 믹싱한다. 모노럴비트는 뇌파가 델타파 주파수에 동기화되도록 유도해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 수면 유지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포자랩스, 세계 최고 권위 AI 학회 뉴립스에 논문 등재 포자랩스가 세계 최고 권위 인공지능(AI) 학회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뉴립스·NeurIPS)에 논문을 올렸다. 이번에 등재된 논문은 ‘샘플 조합 AI 음원 생성’ 기술 관련 연구다. 각 트랙의 역할과 코드의 특성 등을 AI 모델에 학습시켜 기존 AI 음원 생성 모델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수준 높은 음원 생성을 위해 자체 개발한 12가지 메타데이터를 공개해 누구나 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억대 연봉자만 모십니다' 리멤버 블랙 출시 드라마앤컴퍼니는 연봉 1억원 이상의 채용 공고만 모은 억대 연봉 채용관 '리멤버 블랙'을 출시했다. 전년도 총 근로소득 1억원 이상을 인증한 경우에만 가입과 공고 조회가 가능하다. 이직을 원하는 억대 연봉자들이 기존에는 주로 주변 지인을 통해 한정적인 채용 정보를 얻었다면 앞으론 기준을 충족하는 채용 포지션만 더 쉽고 빠르게 탐색할 수 있게 됐다고 리멤버 측은 설명했다.핑크퐁 CVC, 360억 규모 관광펀드 결성 더핑크퐁컴퍼니의 벤처캐피털(CVC) 스마트스터디벤처스가 ‘베이비샤크 넥스트웨이브 투어 펀드’를 36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더핑크퐁컴퍼니, 모태펀드, 부산광역시 등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했다. 이 펀드는 콘텐츠 IP(지식재산권) 기반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운용된다. 소비재·여행·레저·숙박·외식 기업과의 협업해 '핑크퐁 아기상어'의 IP 기반 체험형 공간, 한정판 굿즈 등을 개발해, 국내 관광업계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다.알스퀘어 "새해 사무실 구하면 4000만원 드립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 기업 알스퀘어가 새해 업무 공간을 찾는 기업에 최대 4000만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신사임당' 행사를 진행한다. 2000만원 상당의 중개수수료(80명 근무할 수 있는 200평 사무실 기준)를 받지 않고, 기업 이사 및 청소비, 등기이전, 근저당권 등 법무 대행비도 지원하게 된다. 사무용 가구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허란 기자 why@hankyung.com
펫로스 증후군을 아시나요?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뒤 찾아오는 극도의 우울감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펫펨족'이 늘어나면서 이 용어가 자주 쓰이게 됐는데요. 공학자를 꿈꾸던 한 30대 청년 역시 펫로스를 겪으면서 펫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노태구 펄송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단순히 자동으로 작동되는 화장실이 끝이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겠죠."그르렁...가르릉... 전국 211만 반려묘의 '집사'들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골골송'이다. 반려동물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산업 규모는 3조7694억원이었다. 2015년(1조8994억원)과 비교하면 6년 새 두 배 커졌다. 2027년에는 시장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펫테크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용 정수기나 급식기부터 훈련 앱, 코의 지문인 '비문'을 활용한 반려동물 신원 확인 기술을 가진 회사도 나왔다. 129만원짜리 '고양이 화장실'로 창업 6년차를 맞이한 스타트업이 있다. 이미 애묘인들 사이에선 입소문을 탔다. 36개 나라에 수출도 한다. 고양이용 자동 화장실 '라비봇'을 만든 펄송 이야기다. 사명도 골골송을 뜻하는 펄송(Purrsong)에서 따 왔다. 노태구 펄송 대표를 한경 긱스가 만났다. '펫로스' 슬픔,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까노 대표(사진)는 일본에서 기계공학과 재료공학을 전공했다. 원래 로봇공학자를 꿈꿨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준비도 하고 있었다.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면서 해군 장교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어느날 퇴근길 관사 앞에서 '야옹' 소리가 들렸다. 평소 같았으면 '귀엽다'는 한 마디를 머릿속으로 중얼거리며 지나갔겠지만, 그날따라 느낌이 달랐다. 마치 고양이가 자기를 따라와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홀린듯 고양이를 따라갔다. 고양이는 발걸음을 내딛으면서도 그가 잘 오고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는 듯 연신 뒤를 돌아봤다. 5분 남짓 지났을까, 관사 뒤편 길목의 빗물받이에 빠져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구해달라며 노 대표에게 SOS 신호를 보낸 셈이었다. 이 때의 경험은 노 대표가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관사에서 1년 동안 몰래 크림색 고양이 '뽀송이'를 분양받아 키웠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데려오고 1년도 안 된 시점에 갑자기 아팠어요. 병원에 데려갔더니 FIP(고양이 전염성 복막염)래요. 이미 복수가 많이 차서 치료하기엔 늦었대요. 그렇게 아프고 2주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웠죠. 그렇게 아이를 보내고 주변을 돌아보니, 저처럼 갑작스럽게 반려묘를 잃은 분이 많더라고요.고양이는 강아지와는 다르게 아파도 티를 잘 안 내요. 천적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육식동물의 습성이거든요. 그래서 질병을 인지하고 병원에 갔을 땐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반려묘를 잃고 슬픔에 빠진 분들을 도와주고 싶었죠.'공대생 출신인 그는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전역을 앞둔 2016년 7월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CES에서 "슈퍼스타" 극찬자동으로 작동하는 고양이용 화장실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가진 돈이 많지 않았던 노 대표는 일단 무작정 목공소에서 목재를 사서 프로토 타입을 만들기 시작했다. 외관은 직접 나무를 잘라 만들고, 내부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3D 프린팅을 지원받아 제작했다. 만들고 보니 '이건 되겠다' 싶었다. 라비봇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반년 만인 2017년 초 법인을 세웠다.그런데 왜 화장실이었을까. 그는 "화장실을 만든 건 보호자의 편의를 위해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고양이의 배변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데이터' 때문"이라며 "배변 활동 데이터를 쌓으면 내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를테면 갑작스러운 배변 횟수 증가를 발견해 방광염 같은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거나, 고양이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체중을 측정해 건강을 관리해주는 식이다. 또 배변 패턴이 불규칙해지는 점을 찾아내 고양이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고양이와 집사에게도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모래 높이를 배변활동 시 가장 선호하는 5cm로 유지되게 하고, 작동 소음은 도서관보다 조용한 30db 수준으로 낮췄다. 또 배설물을 자동으로 배변 봉투에 담아주고, 자동으로 모래가 보충되는 기능도 갖췄다. 완성된 라비봇은 꽤 흥행 중이다. 현대렌탈케어가 운영하는 커머스 플랫폼 현대큐밍에 입점해 월 4~5만원 수준에 구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렌털이 아닌 구매를 위해선 129만원이란 다소 비싼 금액을 지불해야 함에도 벌써 7000여 대 이상이 애묘인들 사이에서 이용되고 있다. 2019, 2021, 2022년 등 세 차례나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에 초청받아 제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미국 테크저널은 CES에서 라비봇을 본 뒤 "전 세계 집사들의 슈퍼스타"라고 극찬했다. 찜질방서 쪽잠 잤던 시련도물론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걷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련의 연속이었다. 창업 이듬해인 2018년이었다. 라비봇 1세대 제품을 대중에게 공개 후 크라우드펀딩을 받았고 흥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사달이 났다. 700여 대의 제품 중 80%가량이 불량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문제는 펀딩 참여자들의 집단소송으로 번졌다. 노 대표는 "당시 개발을 맡았던 인력은 문제를 내버려둔 채 회사를 떠났다"며 "어찌됐던 대표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었고 죄송할 따름이었다"고 말했다.일일이 고객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고객을 평균 세 차례씩 방문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6개월간 2000번 넘게 피드백을 듣고 A/S 절차를 거쳤다. 당시 그의 생활은 노숙인과 다름없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잠은 찜질방에서 해결했다. 정말 시간이 없을 땐 몰고 다니던 '스파크'에서 몸을 웅크린 채 쪽잠을 잤다. 안경다리가 부러졌는데 고칠 여력이 없어 몇 주 동안 그대로 다니기도 했다."어느 겨울날 강원도 화천으로 A/S 방문을 한 적이 있어요. 밤늦게 끝났는데, 다음 일정이 충북 청주였죠. 차를 몰고 가는데 너무 졸음이 쏟아지는 거예요.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어서 잠시 졸음쉼터에서 눈을 붙였어요. 한 2시간쯤 지났을까요. 눈을 떴는데 온 세상이 하얗더라고요. 폭설이 온 거죠. 차 바퀴가 아예 굴러가지도 않을 정도였어요.청주에 도착했을 땐 이미 약속시간을 두 시간이나 넘긴 뒤였어요. 당연히 고객님은 화가 나셨죠. 결국 '그냥 돌아가시라'는 한 마디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이 때 정말 '현타'가 왔어요. 잘못 만든 내 제품이 이런 결과를 낳았구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웠어요."다행히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끝에 A/S 요청 건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안정세를 찾은 뒤엔 A/S 전담 직원을 뽑았다. 노 대표는 수천 건의 레퍼런스를 참고해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덕분에 지금까지 회사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은 라비봇 2세대가 2020년 하반기 출시됐다. 그해엔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되기도 했다.최근엔 나스닥 상장사인 미국 반려동물용품 이커머스 플랫폼 '츄이닷컴'에 입점했다. 또 '아마존 재팬'과도 협업할 예정이다. 아마존의 AI 스피커인 '알렉사'와도 연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펄송은 2026년까지 국내 반려묘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게 목표다. 압도적인 1위 사업자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무대에선 미국 시장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수출 비중도 미국이 제일 높다. 땅이 넓은 데다가 장기간 휴가를 가는 문화가 정착돼 있어 한국보다 30배 이상 반려묘 시장이 크다는 설명이다. 노 대표는 "10년 뒤엔 사물인터넷(IoT) 기반 종합 고양이 헬스케어 구독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