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그만두기(Quiet Quitting)'란 신조어는 지난 7월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이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올린 영상에서 소개된 이후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직장에서 업무적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주어진 일 외에는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추가영 레몬베이스 콘텐츠리드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조용한 그만두기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짚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Quiet Quitting(조용한 그만두기), 무엇이 문제일까. 틱톡에 올라온 짧은 영상에 등장한 ‘Quiet Quitting’은 회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태도인데, 새로운 이름을 얻어 시선을 끌고 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3>에도 소개됐다. 여기서 ‘그만두기’는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범위에서 벗어난 업무에 시간을 쓰는 것’이나, ‘일과 삶을 동일시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다. 즉, 몰입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몰입이 깨져 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구성원이 전에 없던 것은 아니나, 최근 들어 양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성원의 50% 이상이 이와 유사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미국 직장인 약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32%였다. 2021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하여 34%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하락했다. 이때 ‘몰입’은 구성원이 일에 몰두하고 열정을 보이는 것으로 정의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몰입하고 있다'가 32%, '적극적으로 몰입하지 않고 있다'가 17%로 나타나, 나머지 51%가 'Quiet Quitting(조용히 그만두기)' 상태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에 몰입하지 않고 있는 구성원의 비율이 늘어난다는 의미에서 ‘그만두기’도 물론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조용한’에 있다. 국면 전환에 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면, 조직의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조직이 ‘조용한 그만두기’에 대응하려면 구성원들이 그만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구성원 몰입(employee engagement)’의 개념을 정립한 심리학자 윌리엄 칸 역시 포브스를 통해 ‘조용한 그만두기’의 해법을 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한 그만두기의 해법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게 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기업들은 속속 360도 리뷰, 크라우드 소싱, 1:1 미팅, 리버스 멘토링 등을 도입하고 있다.
ㅣ360도 리뷰를 통해 '조용한 그만두기'의 영향 인지
360도 리뷰, 즉 다면평가를 구성원들이 회사와 리더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동료 리뷰를 통해서도 ‘조용한 그만두기’를 선택하는 경우의 영향에 대해 개개인이 보지 못하던 것을 보는 메타인지가 가능해질 수 있다. 모두가 정해진 범위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면 협업과 고객 만족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 지점들을 360도 리뷰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때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피드백을 제공하여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전감이 조직에 깔린 것이 중요하다.
ㅣ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구성원 참여 확대
크라우드소싱은 대중과 아웃소싱의 합성어로, 기업 활동 일부 과정에 구성원 대다수를 참여시키는 방식을 뜻한다. 지난 8월 구글이 성장과 고용의 둔화에 대처하기 위해 시도한 ‘심플리시티 스프린트(Simplicity Sprint)’가 크라우드소싱의 전형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 제품 개발 속도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 새로운 계획으로, 17만명이 넘는 구성원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성원 개개인의 사명감을 자극하고, 그들이 조직 변화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장려한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ㅣ정기적인 1:1 미팅으로 리더와 구성원 간 연결 강화
갤럽은 리더가 구성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팀장이 팀의 구성원과 매주 15~30분씩 1대 1 면담을 함으로써, 개인이 성과를 내면서 팀 내에서 협업이 일어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를 창출할 책임을 나눠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구성원 역시 회사와 리더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멘티가 아닌 멘토로서 리더와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리버스 멘토링을 시도해볼 수 있다. 멘토링이란 일반적으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멘토가 멘티에게 지도와 조언을 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란 의미인데, 리버스 멘토링에선 주니어와 시니어가 멘토-멘티의 역할을 바꾸어 맡게 된다. 한국에서도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에까지 리버스 멘토링 도입이 확산하고 있으나, 소위 MZ세대의 관심사, 트렌드를 공유받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리버스 멘토링이 정착되면 멘티는 기술이나 일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멘토를 통해 발견하고, 멘토는 지식을 공유하면서 멘토링을 포함한 리더십 스킬을 훈련할 수 있는 관계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때 멘토와 멘티 간의 정기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 의견 청취에 투자하는 기업들
글로벌 기업들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조직 만족도를 측정하는 서베이 플랫폼인 글린트를 2018년 인수한 뒤 직업 경험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비바’에 결합했다. 구성원 서베이 솔루션 퍼셉틱스(Perceptyx) 역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실시간 피드백 솔루션 왜글(Waggle)을, 올해 인공지능(AI) 코칭 플랫폼 컬티베이트(Cultivate)를 잇따라 인수했다.
짧은 주기로 서베이(pulse survey)를 진행할 수 있는 툴과 AI를 통한 사용자 행동 분석이 솔루션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1:1 미팅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던 관계에서 면담 횟수가 줄어들면 알림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행동 유도가 가능하다. 추가영 |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Content & Communications Lead) 일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스타트업 레몬베이스에서 쌓은 지식을 콘텐츠에 담아 널리 알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레몬베이스에 합류하기 전엔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며 창업 정책, 혁신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으며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담은 『파워풀』을 번역했다. 이후 혁신을 이끄는 사람과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기후변화, 전쟁, 팬데믹 등으로 인한 미래 먹거리 걱정은 애그테크(농업기술)가 떠오르는 계기가 됐습니다. 전 세계 애그테크 스타트업은 지난해 60조원 넘는 벤처투자금을 끌어모았는데요. 팬데믹 속에서도 전년보다 80% 이상 늘어난 금액입니다. 올해 국내에선 스타트업 트릿지가 유니콘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됐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국내외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을 들여다봤습니다.세계 1위 농기계 브랜드 존디어 운영사인 디어앤컴퍼니엔 농기계 업계의 테슬라란 뜻인 '농슬라'라는 별칭이 붙는다. 단순 농기계 제조사를 넘어 애그테크(농업+기술) 회사로 변모하고 있어서다. 올 초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2022에선 완전자율 트랙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회사의 존 메이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내년 초 열리는 CES2023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농기계 회사가 CES에서 기조연설을 맡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통상 CES는 한 해 동안 주목받을 산업의 흐름을 보여주는 인사들을 기조연설자로 선정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난, 급변하는 기후 등 대외 환경 변화가 애그테크를 새로운 산업 트렌드로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애그테크가 산업의 화두로 떠오르자 관련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농식품 투자 플랫폼 애그펀더에 따르면 2020년 278억달러(약 36조9000억원)던 글로벌 농식품 관련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지난해 517억달러(약 68조6000억원)로 80% 넘게 늘었다. 국내에서도 애그테크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나오는 등 성장세가 주목받고 있다. 농축수산물 유니콘 된 트릿지6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 트릿지는 온라인 농업 무역 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중무휴 형태의 온라인 박람회를 통해 농업계 구매자와 공급자를 상시 연결해주는 게 목표다. 트릿지 관계자는 "수많은 농장주와 바이어들이 파트너를 찾기 위해 수천만원의 비용을 감수하고 박람회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며 "농식품업계에선 파트너를 찾는 일만큼 애먹는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트릿지가 준비 중인 온라인 박람회 솔루션의 핵심은 '기술 융합'이다. 농장과 공장을 360도 카메라로 촬영해 바이어가 실제로 방문한 듯한 느낌을 주는 '가상 투어' 서비스를 만들 예정이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많이 방문한 부스, 가장 많이 팔린 제품 등의 통계를 볼 수 있는 대시보드 서비스도 내놓는다. 농업계에 기술을 접목해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증진시키겠다는 데 가치를 뒀다.트릿지는 처음부터 기술에 방점을 찍은 회사다. 자체 구축한 농산물 데이터 플랫폼과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정보 비대칭과 비효율을 줄이는 게 목표다. 확보한 농산물 데이터는 15만 종이 넘는다. 지난 9월엔 50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며 농식품업계 첫 유니콘기업이 됐다. 이 때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조원이 넘는다. 떠오르는 국내 애그테크 스타트업들트릿지의 사례처럼 애그테크는 국내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그린랩스는 농업 데이터 플랫폼 '팜모닝'을 운영 중이다. 팜모닝은 농작법이나 정부 보조금, 농산물 경매 시세와 같은 농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130만 농가 가구 중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미 수천억원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어 향후 유니콘기업 등극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그린랩스의 강점 역시 '기술'이다. 핵심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다. 우선 팜모닝이 농민들의 필수 앱이 되기까지는 데이터의 힘이 컸다. 발로 뛰며 모은 농산물 보조금 정보나 스마트팜 센서를 통해 수집한 작물 생육 정보와 같은 데이터들은 농가의 수확량 향상에 도움을 줬다. 시장 규모에 비해 파편화, 아날로그화돼 있던 농업계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AI와 데이터를 활용, 농산물 생산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신선하이' 같은 플랫폼은 유통 단계를 간소화해 비용 절감에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애그테크 스타트업 엔씽은 모듈형 스마트팜 솔루션을 내놨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자동화 운영 시스템, 식물 생장 LED, 순환식 수경재배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빛의 질이나 양, 대기질, 온습도 등 외부 환경을 통제해 작물의 수확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0년과 올해 CES에서 혁신상과 최고혁신상을 수상, 2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 사막으로 식물 재배가 어려운 아랍에미리트(UAE) 지역에 스마트팜 솔루션을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회사는 삼성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그런가 하면 2011년 문을 연 록야는 종자 개발, 판매, 그린 바이오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자회사인 팜에어를 통해 농산물 가격 분석,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식량 위기... 애그테크로 눈 돌리는 세계애그테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글로벌 식량난 탓이 크다. 유엔(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5.7이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FAO가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별로 가격을 지수화한 것이다. 2014~2016년 평균을 100으로 두고 비교한 수치다. 이 지수는 지난 3월 159.7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점차 하락 중이다. 다만 6~8년 전과 비교해 여전히 30% 이상 높다. 유엔은 전 세계 8억 명 이상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위기는 식량난을 심화시켰다. 곡물의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은 곡물 수출 선박이 항해하는 흑해를 봉쇄시켰다. 지난달 흑해 곡물 협정이 4개월간 연장돼 내년 3월까진 뱃길이 열렸지만 수출량이 여전히 전쟁 전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또 당초 유엔과 우크라이나는 이 협정을 1년간 연장하길 원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기간이 4개월로 쪼그라들었다. 그와중에 한 쪽에선 극심한 가뭄이, 한 쪽에선 홍수가 잇따랐다. 몇 년 간 이어진 팬데믹도 위기에 기름을 부었다.한국도 상황이 좋지 않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그룹에 따르면 한국의 식량안보지수는 71.6으로 32위에 그쳤다. 2017년(26위)부터 꾸준히 순위가 내려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선 27위로 최하위권이다.악재 속에서 세계는 먹거리 고민을 덜어줄 애그테크로 눈을 돌렸다. 애그펀더는 "기후변화와 전쟁, 팬데믹 같은 대형 악재는 농식품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게 된 배경"이라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지키기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위기에도 폭발적으로 신규 투자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또 임팩트 투자사인 소풍벤처스의 최범규 심사역은 "농식품 산업은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17개 목표와 모두 직간접적으로 맞닿아있기 때문에 이 분야 투자는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애그테크 유니콘은글로벌 무대에선 농업계 구글을 꿈꾸는 미국의 스타트업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FBN)가 주목받는다. 구글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FBN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5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처음엔 농부들끼리 작물 재배법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일종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이후 토양 데이터를 분석해 땅에 맞는 적합한 종자를 추천해주는 '시드 파인더'를 내놨다.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가들의 작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2억달러(약 2500억원)를 투자한 미국의 플렌티도 눈길을 끈다. 수직농장 분야에 강점을 지닌 회사다. 수직농장은 작물을 담은 선반을 층층이 쌓아 수직 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수확량이 전통 농경지보다 30배 이상 많은 게 특징이다. 플렌티가 내놓은 수직농장은 LED로 된 벽면에서 농작물을 키운다. 온도와 습도는 자동으로 조절되고, 물도 재활용한다. 또 미국 스마트팜 스타트업인 바워리파밍은 지난해 구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으로부터 3억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그간 애그테크 분야 인수합병(M&A)도 활발히 이뤄졌다. 존디어 운영사 디어앤컴퍼니는 지난 5년간 약 60억달러(약 7조5000억원)를 들여 12개 이상의 회사를 사들였다. 지난해엔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 스타트업 베어플래그로보틱스를 2억5000만달러(약 32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또 스위스 기반 농약, 종자 회사 신젠타나 미국 기상 데이터 회사 클라이밋코퍼레이션 등도 또다른 대형 회사에 인수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애그테크 스타트업과 협업나서는 기업들국내 대기업·중견기업들도 트렌드에 발맞춰 애그테크 스타트업과 협업을 이어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의 투자 전문 회사 SK스퀘어는 지난해 말 그린랩스에 350억원을 투자했다. 농산물 유통 분야에서 SK그룹 계열사인 11번가와 그린랩스의 신선하이 등과 협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다만 SK그룹이 협업 모델을 찾지 못하더라도 급성장 중인 애그테크 산업을 고려하면 향후 매각 시 충분한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유통업계 '공룡'으로 자리매김한 컬리는 올 상반기 록야에 100억원을 베팅했다. 컬리는 록야의 스마트팜 등 애그테크 기술을 활용, 신선 식품의 품질 관리 수준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록야가 가진 AI 기반 농산물 가격 예측 기술과 컬리가 보유한 판매 데이터를 결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밖에 이마트는 유진투자증권이 결성한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해 엔씽에 간접 투자했다. 소규모지만 직접 지분투자도 했다. 엔씽과의 협업을 통해 스마트팜 농작물 '뿌리가 살아있는 채소' 제품들을 내놨다. 또 트릿지는 델몬트, 월마트, 까르푸 등 도소매 기업 뿐만 아니라 호주 농림부, 싱가포르 식품청, 맥킨지 등 국내외 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했다직접 이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도 나온다. 올 초 대동그룹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와 손잡고 합작사인 대동애그테크를 설립했다. 정보통신기술(ICT), AI, 자율주행 농기계, 농업 로봇, 정밀농업 솔루션 등에서 손을 맞잡을 예정이다. 참, 한가지 더애그테크 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VC도 있다. 소풍벤처스가 대표적이다.소풍벤처스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함께 농식품 기술창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총 33개 스타트업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노지 작물 재배 관리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에이아이에스, 농산물 직거래 주문 솔루션 스타트업 에이임팩트, 식용 곤충 사육 스마트팜을 내놓은 반달소프트, 농기계 관리 서비스를 선보인 크래블,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 캐비지 등이 주요 포트폴리오 회사다.소풍벤처스 관계자는 "농식품 산업은 반도체나 완성차보다 10배 이상 큰 시장 규모를 갖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이 여전히 더딘 분야"라며 "파괴적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농식품 분야 투자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애그테크 밸류체인은 환경, 기계, 일자리, 물류, 식품, 건강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산업이 얽혀있기도 하다"고 평가했다.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전기차 충전 인프라 플랫폼 '모두의충전' 운영사 스칼라데이터가 GS에너지로부터 3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와 올 상반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씨엔티테크, 티인베스트먼트 등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모두의충전의 핵심 서비스는 근접무선통신(NFC) 기반 간편결제 솔루션 '모두페이'다. 전기차 충전을 하기 위해 여러 장의 회원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충전할 시간이 없을 때 충전을 대신해주는 '대리충전' 서비스도 내놨다. 기사가 차량을 픽업한 뒤 40분간 급속 충전 후 다시 돌려주는 서비스다. 그밖에 모두의충전은 주변 전기차 충전소 위치와 충전 타입, 운영 기관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서비스, 차량과 연동해 배터리 잔량과 주행 가능 거리 정보 등을 보여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전기차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운영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전기차 이용자 중 3분의1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선 전기차 이용자 수를 약 35만 명 수준으로 추산한다. 또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플랫폼을 통해 충전소를 안내받은 건수가 3000만 건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15만 건 이상이 안내되는 셈이다. 향후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평가다.GS에너지는 이번 투자로 스칼라데이터의 2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GS에너지는 앞서 지난 6월에도 회사에 투자한 바 있다. 두 회사는 전략적투자 관계를 통해 전기차 충전 플랫폼 사업과 수요반응사업(EV DR) 등에서 협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GS에너지는 전기차 충전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지난 6월엔 LG전자와 함께 전기차 충전 원천기술을 가진 애플망고를 인수했고,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는 자회사 GS커넥트도 거느리고 있다.GS에너지는 협업을 통해 전기차 충전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조-설치-운영 이후 라스트마일 지점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플랫폼'을 가진 회사가 스칼라데이터라고 판단했다. 또 모두의충전 플랫폼을 통해 모은 다양한 전기차 이용자 관련 데이터를 통해 EV DR 사업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과 관련한 '플랫폼'을 가진 게 최대 장점인 회사"라며 "특히 모두페이를 통한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향후 투자가 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사업에도 데이터가 중요한 만큼 이 분야에서도 협업할 회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요즘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초기 벤처기업은 버티는 것도 힘겹습니다. 게다가 올 들어 투자시장 위축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더욱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상당수 스타트업들이 살길을 찾고 있죠. 당초 계획보다 돈 버는 사업을 강화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각종 비용을 줄이는 경우도 있죠. 한경 긱스(Geeks)가 국내 스타트업들의 고군분투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찾아라기존 사업 아이템을 버리고 다른 아이템을 찾아낸 ‘피봇’과 다른 경우다. 인공지능(AI)이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수학 교육 앱 ‘콴다’로 유명한 AI 스타트업 매스프레소는 최근 해외 시장 진출 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 콴다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70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해외 시장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콴다는 수학 문제 풀이 앱이다. 사용자가 휴대폰 카메라로 수학 문제 사진을 찍으면 AI가 자동으로 풀어준다. 5초 이내에 문제 풀이와 관련 유형, 개념 영상 등 맞춤형 콘텐츠가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 무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수익 창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매스프레소는 해외 시장에서 콴다의 인지도를 다른 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베트남의 콴다 가입자 수는 2000만 명에 달한다. 현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50만명 정도다.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의 ‘슈퍼앱’으로 불리는 그랩보다 높은 수치다. 동남아 지역은 선진국에 비해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곳이 많다 보니 어려운 수학 문제를 접했을 때 도움이나 지도를 받기 어려운 학생이 많다. 매스프레소는 지난해 하반기 베트남에 ‘콴다 스터디’라는 신규 서비스를 내놨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이다.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국어, 영어, 과학 수업을 제공한다. 콴다는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일명 '1타 강사'를 영입했다. 매스프레소 관계자는 “학생들이 하노이나 호치민에서만 수강이 가능했던 1타 강사진들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지방에서도 수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특유의 ‘인강’ 교육 콘텐츠를 변형해 해외에 내놓은 것이다. 수익 모델을 강화하라기존의 수익 창출 사업을 강화하는 경우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당근마켓은 흑자 전환이 그렇게 급한 기업은 아니다. 지난해 8월까지 유치한 투자금이 2000억원이 넘는다. 다만 적자가 2020년 134억원에서 지난해 352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당근마켓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 일부는 당근마켓에 수익 강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영향으로 당근마켓도 최근 수익 사업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당근마켓은 지난달 정교한 지역 타깃 전문 마케터를 위한 광고 솔루션을 출시했다. 기업의 광고 마케팅 담당자나 광고대행사, 미디어랩사 등 전문적이고 큰 규모의 광고 집행을 원하는 광고주가 대상이다. 이전의 당근마켓 광고 사업은 대부분 지역 자영업자가 고객이었다. 앞으로 당근마켓이 대기업이나 유명 브랜드 대상 광고 유치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모드는 광고 타깃과 목적, 캠페인, 예산 등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용 광고 솔루션이다. 기존 간편모드는 광고 집행이 낯설고 가게 운영에 바쁜 자영업자들을 위해 쉽고 빠르게 자동으로 광고 집행을 돕는 기능이다. 전문가모드는 광고 대상 설정부터 목표에 맞는 캠페인 전략 수립까지 다양한 세부 기능들을 마케터가 원하는 대로 설정해 최적의 형태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김창주 당근마켓 광고실 실장은 “전문가모드 출시에 앞서 일부 기업들과 시범 운영한 결과 광고 클릭률 및 유입률 측면에서 높은 효율과 성과를 보여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며 “시범 기간 동안 광고주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반영하여 업그레이드한 만큼 로컬 마케팅을 위한 최적의 광고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을 쇄신하라회사 조직을 개편해 각종 비용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경우다. 지난달 국내 대표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인 샌드박스네트워크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해 샌드박스네트워크는 매출 1137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1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늘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자본 시장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신규 사업을 전개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장 상황이 변화하게 됐고 이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기존의 성장 중심의 전략에서 수익성 중심의 전략과 체질 개선을 단행하게 됐습니다”라고 입장문을 최근 공개했다. 이 회사는 콘텐츠 글로벌 유통과 국내 미디어 판매 사업과 출판 사업은 외부 제휴 혹은 파트너십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신사업 중 e스포츠 대회 운영 대행 부분은 사업 종료하고자체 브랜드 커머스 부문은 매각할 계획이다. 이런 방침에 따라 직원 수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직원 수는 지난 9월 580명을 넘기며 고점을 찍고 감소하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관계자는 "이번 조직 효율화 이후 회사 체질 개선뿐만 아니라 핵심 사업인 플랫폼 사업과 광고 사업의 매출 증대로 내년 2분기에는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 한 가지 더"위기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다른 스타트업보다 먼저 닥친 위기를 넘어선 스타트업도 있다. 스푼라디오가 대표적이다. 스푼라디오는 지난해 19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투자 유치에도 실패해 벼랑 끝에 몰렸다. 직원 수는 지난해 140여 명에서 올 5월 90여 명으로 35%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사업 방식을 바꾸면서 회사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스푼라디오는 작년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성장하는 전략에서 올해는 투자 유치 없이 이익을 내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서비스 본질에 대한 개선,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에 집중했다. 스푼라디오는 실시간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을 운영하고 있다. 9월 기준 월평균 이용자는 100만 명 정도다. DJ가 진행하는 여러 방송을 청취자가 골라 듣는 방식이다.스푼라디오의 이번 실적 상승의 주요 요인은 고소득 DJ 확보다. 올해 고소득 DJ 수는 작년 10월 840명에서 올해 10월 1030명으로 20%이상 증가했다. 스푼라디오 관계자는 "고소득 DJ 증가 과정에서 DJ의 만족도를 높이고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해 비용의 효율화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으로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집중 공략했다. 현재 전체 이용자 중 절반 가량이 일본 사용자다. 일본 내 결제 금액 역시 전체 결제금액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성과는 나타났다. 스푼라디오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매출액은 340억원, 영업이익은 40억원이었다. 이런 추세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는 “이번 성과는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을 우선 시 했던 과거의 이른바 적자 성장 전략을 탈피하고 영업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DJ와 스푼라디오가 동반성장하고 콘텐츠의 질을 올리며 매출 역시 증가할 수 있도록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