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그만두기(Quiet Quitting)'란 신조어는 지난 7월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이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올린 영상에서 소개된 이후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직장에서 업무적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주어진 일 외에는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추가영 레몬베이스 콘텐츠리드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조용한 그만두기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짚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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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Quitting(조용한 그만두기), 무엇이 문제일까. 틱톡에 올라온 짧은 영상에 등장한 ‘Quiet Quitting’은 회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태도인데, 새로운 이름을 얻어 시선을 끌고 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3>에도 소개됐다. 여기서 ‘그만두기’는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범위에서 벗어난 업무에 시간을 쓰는 것’이나, ‘일과 삶을 동일시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다. 즉, 몰입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몰입이 깨져 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구성원이 전에 없던 것은 아니나, 최근 들어 양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성원의 50% 이상이 이와 유사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미국 직장인 약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32%였다. 2021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하여 34%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하락했다. 이때 ‘몰입’은 구성원이 일에 몰두하고 열정을 보이는 것으로 정의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몰입하고 있다'가 32%, '적극적으로 몰입하지 않고 있다'가 17%로 나타나, 나머지 51%가 'Quiet Quitting(조용히 그만두기)' 상태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Quiet Quitting(조용한 그만두기), '조용한' 것이 가장 큰 문제 [긱스]
일에 몰입하지 않고 있는 구성원의 비율이 늘어난다는 의미에서 ‘그만두기’도 물론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조용한’에 있다. 국면 전환에 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면, 조직의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조직이 ‘조용한 그만두기’에 대응하려면 구성원들이 그만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구성원 몰입(employee engagement)’의 개념을 정립한 심리학자 윌리엄 칸 역시 포브스를 통해 ‘조용한 그만두기’의 해법을 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한 그만두기의 해법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게 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기업들은 속속 360도 리뷰, 크라우드 소싱, 1:1 미팅, 리버스 멘토링 등을 도입하고 있다.

ㅣ360도 리뷰를 통해 '조용한 그만두기'의 영향 인지

360도 리뷰, 즉 다면평가를 구성원들이 회사와 리더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동료 리뷰를 통해서도 ‘조용한 그만두기’를 선택하는 경우의 영향에 대해 개개인이 보지 못하던 것을 보는 메타인지가 가능해질 수 있다. 모두가 정해진 범위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면 협업과 고객 만족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 지점들을 360도 리뷰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때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피드백을 제공하여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전감이 조직에 깔린 것이 중요하다.

ㅣ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구성원 참여 확대

크라우드소싱은 대중과 아웃소싱의 합성어로, 기업 활동 일부 과정에 구성원 대다수를 참여시키는 방식을 뜻한다. 지난 8월 구글이 성장과 고용의 둔화에 대처하기 위해 시도한 ‘심플리시티 스프린트(Simplicity Sprint)’가 크라우드소싱의 전형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 제품 개발 속도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 새로운 계획으로, 17만명이 넘는 구성원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성원 개개인의 사명감을 자극하고, 그들이 조직 변화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장려한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ㅣ정기적인 1:1 미팅으로 리더와 구성원 간 연결 강화

갤럽은 리더가 구성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팀장이 팀의 구성원과 매주 15~30분씩 1대 1 면담을 함으로써, 개인이 성과를 내면서 팀 내에서 협업이 일어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를 창출할 책임을 나눠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구성원 역시 회사와 리더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멘티가 아닌 멘토로서 리더와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리버스 멘토링을 시도해볼 수 있다. 멘토링이란 일반적으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멘토가 멘티에게 지도와 조언을 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란 의미인데, 리버스 멘토링에선 주니어와 시니어가 멘토-멘티의 역할을 바꾸어 맡게 된다. 한국에서도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에까지 리버스 멘토링 도입이 확산하고 있으나, 소위 MZ세대의 관심사, 트렌드를 공유받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리버스 멘토링이 정착되면 멘티는 기술이나 일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멘토를 통해 발견하고, 멘토는 지식을 공유하면서 멘토링을 포함한 리더십 스킬을 훈련할 수 있는 관계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때 멘토와 멘티 간의 정기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 의견 청취에 투자하는 기업들
Quiet Quitting(조용한 그만두기), '조용한' 것이 가장 큰 문제 [긱스]
글로벌 기업들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조직 만족도를 측정하는 서베이 플랫폼인 글린트를 2018년 인수한 뒤 직업 경험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비바’에 결합했다. 구성원 서베이 솔루션 퍼셉틱스(Perceptyx) 역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실시간 피드백 솔루션 왜글(Waggle)을, 올해 인공지능(AI) 코칭 플랫폼 컬티베이트(Cultivate)를 잇따라 인수했다.

짧은 주기로 서베이(pulse survey)를 진행할 수 있는 툴과 AI를 통한 사용자 행동 분석이 솔루션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1:1 미팅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던 관계에서 면담 횟수가 줄어들면 알림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행동 유도가 가능하다.

추가영 |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Content & Communications Lead)
일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스타트업 레몬베이스에서 쌓은 지식을 콘텐츠에 담아 널리 알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레몬베이스에 합류하기 전엔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며 창업 정책, 혁신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으며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담은 『파워풀』을 번역했다. 이후 혁신을 이끄는 사람과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Quiet Quitting(조용한 그만두기), '조용한' 것이 가장 큰 문제 [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