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신소재 대량 생산이 본격화하는 내년에는 기업가치 3000억원, 2024년에는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제습’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업체인 에이올코리아의 백재현 대표(38)는 “2018년 창업 초기 서울캠퍼스타운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에 연매출 200억원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가 36개 대학, 17개 자치구와 함께 진행하는 창업기업 지원사업인 ‘서울캠퍼스타운’이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고려대 기반의 에이올코리아를 선두로 성균관대, 연세대 등이 지원사격하는 기업들의 투자유치와 인수합병(M&A)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창업기업 1000곳 돌파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캠퍼스타운 소속 창업기업은 총 1099곳으로 지난해 말 646곳에 비해 400곳 넘게 증가했다. 2017년 사업이 시작된 후 2~3년간 100곳가량에 머물다 지난해부터 창업기업 수가 급증했다.
서울캠퍼스타운은 서울시·대학·자치구가 함께 청년 창업가를 대상으로 창업공간 지원과 교육 등 창업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현승훈 고려대 캠퍼스타운센터장(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은 “서울시는 정책 개발과 예산, 자치구는 행정 지원을 하고 대학이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한다”며 “청년의 창업을 도울 뿐 아니라 고대가 있는 안암동의 지역경제도 힘을 받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업 4년차인 올해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VC 러브콜 이어져
서울캠퍼스타운을 통해 아이디어를 숙성시켜 상업화에 성공한 청년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연세대 재학생인 서상우 씨는 강아지 슬개골 보호대를 개발해 포베오라는 기업을 세우고 1년 만에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짧은 창업 기간에도 불구하고 매출 10억원, 또는 투자유치 금액 3억원 이상의 성과를 올린 기업은 이달 기준 16곳이다.
서울캠퍼스타운 창업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에이올코리아는 지난달 NH-아이리스 ESG 신기술투자조합, 우리신영그로쓰캡사모투자, 신영증권 등으로부터 2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성균관대의 경우 졸업생 김하미 씨가 지난해 K팝 스타와 팬을 연결하는 네트워킹 플랫폼 ‘쿠키’를 창업한 후 최근 엔젤펀드로부터 4억원을 투자받았다. 성균관대 생물학과 출신 정재헌 씨가 설립한 스타브릿지는 피부 측정을 통한 맞춤 화장품을 추천하는 ‘뷰인사이드’ 서비스를 개발해 화장품 전문업체와의 M&A 계약이 임박했다. VC 관계자는 “서울캠퍼스타운 배출 기업들은 시와 대학 등의 뒷받침이 있는 데다 캠퍼스타운 내부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VC들의 관심이 많다”며 “3~4년 내에 유니콘 기업이 나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했다.
사업 확장 요구도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창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방식의 스타트업 보육사업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손홍규 연세대 캠퍼스사업단장(건설환경공학과 교수)은 “매년 서울캠퍼스타운 지원기업 50곳을 뽑는 공고에 200~300개 팀이 지원한다”며 “졸업생뿐 아니라 재학생, 교수, 일반인까지 창업에 대한 열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 단장은 “아이디어 창업은 6년, 기술 창업은 10년가량 기다려줄 수 있는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환 성균관대 캠퍼스사업단장(글로벌창업대학원장)은 “스타트업들이 3~5년차에 다가오는 ‘데스밸리’를 넘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재난부터 감시, 조난자 수색 및 구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드론을 사용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숨비는 이러한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를 택한 드론 스타트업이다. 숨비는 AI 기반 다양한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을 개발해 산업용 무인항공기(UAV)와 개인용 비행체(PAV)에 적용하고 있다.숨비의 ‘AI 지능형 플랫폼’은 고성능 AI 컴퓨팅 모듈을 탑재해 드론이 직접 특정 객체를 인식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장애물 위치와 거리를 감지해 충돌 우려 없이 비행할 수 있다. 드론이 비행 중 인식한 객체를 내부에 영상으로 저장한 뒤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지상관제 시스템에 전달해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고성능 카메라 비전과 3차원(3D) 라이다(LiDAR) 센서를 달아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분석해 사고 발생률을 줄였다.AI 지능형 플랫폼을 적용한 드론의 장점은 스스로 진행 방향과 비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이 원활하지 않아 위치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비행 환경에서 장점은 극대화된다. 라이다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주변 지도를 형성하고 현재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위치 측정 및 동시 지도화(SLAM)’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AI 지능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우천과 같은 악천후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객체를 확인해 수색, 구조, 검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숨비는 재난과 전시 상황 등 특정 서비스에 필요한 맞춤 분석과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는 AI 솔루션 ‘고성능 AI 서버’도 개발했다. 드론과 통신 연동이 가능한 서버로, 드론 운영 시스템을 픽업트럭 등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산길이나 강가 등 일반 차량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신속한 이동을 돕는다. AI 서버는 드론이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이동형 차량 관제 시스템(DMS)과 중앙 서버 시스템에 구축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한다.숨비는 AI 기술을 고도화해 미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도심항공교통(UAM)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숨비는 PAV의 비행제어 시스템 고장 진단, 충돌 회피 등 비행 안전성을 높이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PAV의 경우 AI 지능형 플랫폼을 적용하는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기술 적용 분야를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오인선 숨비 대표는 “국립공원공단 및 동해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숨비의 드론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업무자동화 시장이 덩달아 꿈틀거리고 있다. 업무자동화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업을 완료하는 동시에 다양한 업무를 데이터화해 고도화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이콜트리는 기업의 ‘초자동화’를 이끈다는 목표로 업무자동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2017년 설립된 이콜트리는 자동화 플랫폼 ‘박스우드’를 개발했다. 박스우드는 인공지능(AI),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술 등이 녹아 있는 솔루션 플랫폼이다. 웹 기반으로 만들어진 박스우드 안에서 고객이 자신의 업무를 어떻게 자동화할지 설계하는 방식이다. 모든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업무자동화 수준을 알려주면서 해당 업무가 잘 되고 있는지 판단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추원호 이콜트리 대표(사진)는 “박스우드를 이용하는 기업의 관점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자체 조사 결과 박스우드를 사용한 기업들의 업무처리 시간이 90% 단축됐고, 운영비용은 60% 절감됐다”고 말했다.머신러닝을 통한 프로그램 고도화도 지속하고 있다. 업무자동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적합한 기능을 빠르게 효율화하고 있다. 추 대표는 “강화학습을 활용한 최적화와 자동화를 실행하는 기술력, 노하우에서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AI 성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업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대화형 AI 업체 코어AI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코어AI는 기계가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시스템에서 원하는 정보를 사용자에게 대화형으로 요청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콜트리는 이 기술을 박스우드 등 다양한 솔루션에 적용했다. 또한 머신러닝을 통한 솔루션 고도화 작업을 AI 솔루션 업체 애자일소다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3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20억원으로 뛸 전망이다. 삼성전자에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솔루션은 내년 1월 전 세계 법인으로 사용처가 확대된다.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유망 스타트업들이 수출에 기여한 공로로 대거 정부 포상을 받았다.게임 스타트업 111퍼센트는 최근 제58회 무역의 날을 맞아 ‘5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수출의 탑’은 정부가 매년 수출 성과가 좋은 기업에 주는 상이다. 이번에는 작년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수출 실적을 기준으로 포상 기업을 선정했다. 111퍼센트는 작년에도 ‘3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올해로 3년 연속 수상이다. 2015년 설립된 111퍼센트는 지난해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모바일 게임 ‘랜덤 다이스’가 111퍼센트의 실적을 이끌었다. 김강안 111퍼센트 대표는 “최근 블록체인 신사업을 비롯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온라인 콘텐츠 개발사 슈퍼진은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알람 앱 ‘알라미’를 운영하는 딜라이트룸은 ‘5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