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CAR-T 항암제, 킴리아 아성 넘는다
‘꿈의 항암제’ CAR-T 치료제의 국산화가 순항하고 있다. 임상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면서 노바티스 길리어드 등이 선점한 글로벌 시장까지 넘볼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1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큐로셀은 임상 1상 중인 CAR-T 치료제 ‘CRC01’을 투약한 환자 2명에게서 완전관해를 확인했다. 불응성 혹은 재발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가 대상이다. 현재 용량에 따른 독성 여부를 평가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독성을 확인하기 위해 임상 설계상 최소 용량으로 투약했는데 기대 이상의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큐로셀은 용량을 조금씩 높여나갈 계획이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사진)는 “현재까지 4명의 환자에게 투약했고 연내 임상 참가자 9명 모두에게 투약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앱클론 역시 임상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말 CAR-T 치료제 ‘AT101’의 임상 1·2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달 내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시설에 대한 식약처 실사가 예정돼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요청한 추가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CAR-T는 면역세포인 T세포에 암세포를 찾을 수 있는 ‘센서(항체)’를 결합한 항암제다. 국내에서는 3월 CAR-T 치료제가 처음 나왔다. 식약처가 노바티스의 ‘킴리아’ 판매를 승인하면서다. 킴리아도 큐로셀, 앱클론의 CAR-T와 마찬가지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 표적이다. 한 번 투약하는 이 치료제 가격은 4억6000만원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해 미국 공장에서 제조하기 때문에 치료제를 만드는 데만 한 달 가까이 걸린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킴리아 치료를 받은 환자는 한 명뿐이다.

토종 CAR-T가 상용화되면 시장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조하면 부대 비용이 줄어들어 가격이 싸지고 제조 기간도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CAR-T 제조 기술도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큐로셀은 ‘PD-1’ ‘TIGIT’ 등 2종의 면역관문수용체 발현을 억제해 치료제 지속 기간을 늘리는 기술을 적용했다. 김 대표는 “내부적으로 연구한 결과 T세포에 PD-1과 TIGIT가 많이 발현돼 있으면 CAR-T의 효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다. 기존 CAR-T 치료제는 말기 혈액암 환자가 완치될 정도로 효능이 뛰어나지만 전체 암 환자 중 95%에 해당하는 고형암은 아직 미개척 영역이다. 노바티스, 바이오엔테크 등은 고형암을 대상으로 CAR-T 유사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티카로스는 고형암 정복을 위한 플랫폼 기술을 3개나 보유하고 있다. 암세포와 결합하는 T세포의 접촉면을 넓히는 ‘클립 CAR-T’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림프종 대상 파이프라인 ‘TC011’로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