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준길 뉴로핏 대표
빈준길 뉴로핏 대표
치매는 기억을 지배하는 질환이다. 뇌의 인지 기능을 손상시켜 과거를 잊게 하고, 판단을 흐리게 해 인격의 변화까지도 부른다. 환자는 점차 일상을 잃는 공포에 노출된다. 진단에는 뇌 영상 검사를 포함한 복잡한 과정이 수반되며, 완치율도 10%대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뇌혈관 손상으로 뇌 기능이 저하되는 뇌졸중 병력과 합쳐지면 회복도 쉽지 않다.
스타트업 ‘뉴로핏’은 이런 뇌질환에 정면으로 맞선다. 인공지능(AI)기술이 이들의 무기다. AI 기반 뇌 영상 분석을 기반으로 신속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돕는다. 빈준길 뉴로핏 대표는 “앞으로 대부분의 의료 데이터 분석에는 AI 기술이 필수적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오로지 ‘뇌’에만 집중해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힘이 되겠다”고 밝혔다.
뉴로핏은 지난 2016년 3월 설립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빈 대표가 할머니의 치매를 계기로 연구팀을 꾸렸던 것이 계기였다. 뇌질환 AI 솔루션에서 빠른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1월 신한은행,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시리즈A를 마무리하고 106억원의 누적투자금을 모았다. 오는 8월까지는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고 있다.
뉴로핏의 솔루션들은 핵심 기술 ‘세그엔진’이 원천이다. 세그엔진은 AI기반 뇌 MRI 영상 분할 기술이다. 1분 만에 97개 뇌 영역을 구획화한다. AI가 각 영역별 구조를 분석해 부피나 두께를 1mm 단위로 측정할 수 있다. 퇴행성 뇌질환과 관련된 비정상적 위축이나 뇌 구조 변화는 모두 잡아낸다는 설명이다.
‘뉴로핏 테스랩’ ‘뉴로핏 아쿠아’ 등 주력 솔루션들이 모두 이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뉴로핏 테스랩은 실제 뇌와 유사한 컴퓨터 뇌 모델을 구현한 뒤, 전기 자극에 따른 전기장 분포를 계산하는 소프트웨어(SW)다. 이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국내 최초 ‘뇌 영상 치료 계획 SW’ 인증을 획득했다. 뉴로핏 아쿠아는 딥러닝 기법을 이용해 뇌 부피를 측정하고, 육안으로 구별이 어려운 뇌의 위축 정도를 파악한다. 해당 솔루션도 지난 3월 식악처) 2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뉴로핏은 올해 상장 채비에 한창이다. 지난 3월 미래에셋대우와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하반기 기술평가를 받고, 오는 2023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솔루션 기능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빈 대표는 “치매는 단계를 병기하는 것이 아직까지 불가능해, 이를 표준화하는 연구를 지속 수행하고 있다”며 “국내외 임상시험과 IPO를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의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시은 IT과학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