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 '화난사람들'이 바꾼다
같은 혐의였던 세계 최대 다크웹 아동성착취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의 형량도 1년6개월에 불과했다. 아동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소지만 해도 징역 10~20년형을 받는 미국과 달리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진 것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형 기준이란 법원에서 형을 선고할 때의 처벌 기준을 의미한다.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사진)은 “양형기준이 높게 설정되면 조모씨와 같은 범죄자도 무거운 처벌이 가능해진다”며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고, 누구나 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화난사람들 웹사이트를 통해 이달 말까지 취합된 의견은 법무법인 숭인의 김영미 변호사가 양형위에 전할 예정이다.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본래 화난사람들은 2018년 4월 설립한 공동소송 플랫폼이다. 집단분쟁 조정, 국민고소·고발인단 모집, 탄원인 모집, 입법청원인 모집, 소송후원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라돈 검출 의혹이 일었던 대진침대 소송을 비롯해 BMW 화재차량 피해자 소송, 대한항공 마일리지 사태 공정위 고발 등 40건의 사건이 이 플랫폼을 거쳤다. 지금까지 1만8000여 명이 이 플랫폼을 통해 소송과 고발에 참여했다.
변호사인 최 대표는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 출신이다. 법조계에서 일할 때 느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공동소송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변호사가 인터넷 카페나 SNS를 통해 일일이 사람을 모아 자료를 우편이나 이메일로 받아 취합하는 게 첫 단계였다. 수집한 자료를 전산화해서 법원에 제출하는 작업도 만만찮다. 품만 많이 들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변호사들이 공동소송을 꺼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소풍과 매쉬업엔젤스에서 초기 투자를 유치한 화난사람들은 상반기 중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은 변호사만 사건을 개설해 참여자를 모을 수 있지만, 일반인도 사건을 알리고 사람들을 모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대하기로 했다. 간단한 법률상담이나 문의가 가능한 챗봇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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