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게시물은 200만건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 사태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텔레그램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조모씨가 중형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씨에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만 지금까지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처벌은 경미했다.
같은 혐의였던 세계 최대 다크웹 아동성착취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의 형량도 1년6개월에 불과했다. 아동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소지만 해도 징역 10~20년형을 받는 미국과 달리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진 것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형 기준이란 법원에서 형을 선고할 때의 처벌 기준을 의미한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이 3일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 중인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국민 의견을 전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화난사람들 제공국내 리걸테크(법+기술) 스타트업 화난사람들은 지난 1월부터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대법원에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 전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상반기 중 디지털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을 정하기 위해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사진)은 “양형기준이 높게 설정되면 조모씨와 같은 범죄자도 무거운 처벌이 가능해진다”며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고, 누구나 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화난사람들 웹사이트를 통해 이달 말까지 취합된 의견은 법무법인 숭인의 김영미 변호사가 양형위에 전할 예정이다.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본래 화난사람들은 2018년 4월 설립한 공동소송 플랫폼이다. 집단분쟁 조정, 국민고소·고발인단 모집, 탄원인 모집, 입법청원인 모집, 소송후원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라돈 검출 의혹이 일었던 대진침대 소송을 비롯해 BMW 화재차량 피해자 소송, 대한항공 마일리지 사태 공정위 고발 등 40건의 사건이 이 플랫폼을 거쳤다. 지금까지 1만8000여 명이 이 플랫폼을 통해 소송과 고발에 참여했다.
변호사인 최 대표는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 출신이다. 법조계에서 일할 때 느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공동소송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변호사가 인터넷 카페나 SNS를 통해 일일이 사람을 모아 자료를 우편이나 이메일로 받아 취합하는 게 첫 단계였다. 수집한 자료를 전산화해서 법원에 제출하는 작업도 만만찮다. 품만 많이 들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변호사들이 공동소송을 꺼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변호사인 최초롱 대표는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운영하고 있다.정보기술(IT)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자료 정리가 간단해 진 게 가장 큰 변화다. 수천 명이 제출한 자료를 한 번에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파일로 가공할 수 있다. 무통장 입금으로만 가능하던 수임료 수수 시스템도 신용카드 기반으로 바뀌었다. 참여자 서비스도 개선됐다. 플랫폼에 접속하면 소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풍과 매쉬업엔젤스에서 초기 투자를 유치한 화난사람들은 상반기 중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은 변호사만 사건을 개설해 참여자를 모을 수 있지만, 일반인도 사건을 알리고 사람들을 모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대하기로 했다. 간단한 법률상담이나 문의가 가능한 챗봇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벤처캐피털(VC) TBT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한국계 벤처투자자인 음재훈 트랜스링크캐피탈 공동창업자를 어드바이저로 영입했다고 23일 밝혔다.음재훈 어드바이저는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으로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이수한 뒤 약 2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활발하게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벤처기업 다이얼패드를 거쳐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이 만든 벤처투자사인 버텍스매니지먼트 실리콘밸리 사무소에서 벤처투자의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03년에는 삼성벤처투자 미주 사무소를 설립하고 대표로 취임해 본격적으로 실리콘밸리 혁신기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2007년에는 실리콘밸리와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를 연결하는 벤처투자회사인 트랜스링크캐피탈을 일본과 대만 출신 파트너들과 함께 공동 창업해 실리콘밸리 투자자로 활동해 왔다.대표적 투자 기업으로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 업체 ‘사운드하운드’, 클라우드 기반 백업 기술 업체 ‘카보나이트’, 동영상 광고 네트워크 회사 ‘유미’, 아동용 독서앱 ‘에픽’ 등이 있다. 투자 기업의 다수가 나스닥에 상장되거나 구글, 우버, 오라클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에 인수됐다. 음 어드바이저는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 진출을 원하는 수많은 한국인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해왔다.임정욱 TBT 공동대표는 “음재훈 대표의 폭넓은 실리콘밸리 투자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도전하는 TBT 투자사에 실리콘밸리로의 연결과 조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영업이익이 2018년보다 889억원 감소, 36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20일 발표했다.우아한형제들은 2016년 2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창업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7년에는 217억원, 2018년에는 525억원의 이익을 냈다. 그러나 배달 시장의 경쟁 격화가 발목을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손실이 커졌다"고 설명했다.회사의 덩치를 불린 것도 영업이익 감소의 이유로 꼽힌다.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56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495억원과 비교해 11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배달 건수를 늘리면서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배달 기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사에게 지급하는 프로모션 비용이 늘어났다.신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한 것도 수익 구조 악화에 한 몫을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주문 즉시 배송하는 'B마트' 서비스를 작년 출시했다. 로봇 사업도 확대해 올해 안에 전국 200개 업소와 서빙 로봇 렌털 계약을 맺는 게 목표다.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과 요리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다양한 신사업 추진으로 내부 역량을 키우며 시장을 확대나가는 단계이며 이를 딜리버리히어로에서도 높이 평가해 합병 이후 아시아 시장 경영까지 맡기고자 하는 것"이라며 "단기적인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배달의민족 앱을 통한 외식업계의 수입은 늘었다. 외식업 소상공인들이 작년 배민을 통해 올린 매출은 총 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5조2000억원을 기록한 2018년에 비해 약 65% 증가한 수치다. 1~2인 가구, 맞벌이 부부가 늘고 비대면 소비 트렌트가 확산하면서 외식업이 배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한편 우아한형제들은 이날 주주총회를 열고 김범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김봉진 전임 CEO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아 딜리버리히어로의 아시아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당분간은 우아한형제들에 남아 VCEO(비전 최고경영자)로서 경영 고문 역할을 한다.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신임 대표는 "작년은 국내 음식배달 시장의 성장에 기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기술 경쟁력과 경영 노하우를 축적한 해였다"며 "올해엔 건전한 성장 구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패스트캠퍼스가 국민대학교와 경영학 및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두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온라인 실무역량 인증 프로그램 ‘바이트 디그리(Byte Degree)’의 머신러닝, 경영학,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 △패스트캠퍼스 취업 교육 과정 협업 △리더십, 코칭 등 경영학 분야 신규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 △상호 간 교사 및 강사 공유 등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패스트캠퍼스는 또 바이트디그리 및 디지털 마케팅 스쿨 프로그램 수료자에게 국민대학교 인증서를 수여한다. 해당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학생이 국민대에 입학할 경우 장학금 혜택도 제공키로 했다.이강민 패스트캠퍼스 대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취업과 커리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보다 공신력 있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