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마이크로RNA 억제하면
염증 줄고 면역세포 기능 활성화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가 RNA 기반 치매 치료제를 설명하고 있다.  바이오오케스트라 제공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가 RNA 기반 치매 치료제를 설명하고 있다. 바이오오케스트라 제공

“마이크로리보핵산(RNA)의 작용 원리를 활용하면 난치병인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35)는 최근 “RNA 신약을 활용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대표적인 난치병으로 꼽힌다. 현재 출시된 치료제는 증상 완화 또는 지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독성 단백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물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일라이릴리, 로슈, 바이오젠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치매 치료 새 방법 발견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 "RNA 기술로 치매 치료의 길 꼭 열겠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주는 뇌 속 면역세포와 마이크로RNA를 연구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생기면 면역세포가 이를 먹어치우는 역할(대식작용)을 한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과도해지면 면역세포의 대식작용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염증물질이 분비된다. 염증물질은 뇌 신경세포(뉴런)를 파괴한다. 골목에 쓰레기가 많아지면 청소차에 부하가 걸려 청소 효율이 떨어지고 매연까지 더 발생하는 이치와 비슷하다.

류 대표는 뇌 속의 특정 마이크로RNA를 억제하면 면역세포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동시에 염증물질 분비도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이와 관련된 기술이 마이크로RNA 간섭기술(SiRNA)이다. 이 회사의 신약 후보물질 ‘BMD-001’은 자체 개발한 약물전달체를 통해 혈뇌장벽(BBB)을 통과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다중기전을 갖고 있다. 현재 국내 전임상 단계다. 연내 글로벌 전임상을 거쳐 2021년 글로벌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연구 성과 현실화 위해 창업 결심

류 대표는 일본 도쿄대에서 병리면역미생물학을 전공하고 2017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연구에 집중한 분야는 단백질 분해였다. 단백질 분해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연관이 있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신경세포 손상이 일어난 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없애려고 하면 이미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RNA를 활용한 신약 개발 아이디어도 그때 얻었다.

류 대표는 “창업 1년 전부터 글로벌 학계 동향을 살폈고 창업 후 자금을 모아 우수한 인력들을 스카우트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등에서 관심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지난달 20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데일리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은 물론 종근당홀딩스도 투자에 참여했다. 종근당홀딩스는 전략적투자자로 50억원을 투자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기술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류 대표는 “세계 각국에 특허를 출원하는 등 지식재산권 확보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며 “이 작업을 마치면 기술수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RNA(리보핵산)

유전정보를 해독하고 아미노산을 나르는 등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고분자 화합물. RNA 치료제는 RNA 작용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 또는 억제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