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선진국에서 성장세가 커지고 있는 재활·실버제품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국제재활·실버제품전시회(REHACARE·레하케어)’에서 국내 기업들은 정보기술(IT) 융합 제품 등으로 해외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김병호 김해산업진흥의생명융합재단 연구원은 “국내 재활산업은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며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각광받는 분야인 만큼 경쟁력 확보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고 말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최근 열린 ‘국제재활·실버제품전시회(REHACARE·레하케어)’에서 참관객들이 국내 의료기기업체인 토도웍스 부스에서 상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로 바꿔주는 키트를 출품했다. /임유 기자 IT 접목한 제품 ‘눈길’
올해 레하케어에는 43개국 776개사가 참가했다. 개최국인 독일 기업이 281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124개), 대만(45개), 영국(39개)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기업은 26곳이었다. 2017년 9곳, 지난해 16곳에 비해서는 늘어난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이동보조기기가 300개로 가장 많았고 배리어프리(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관련 제품이 102개, 재활치료 제품이 76개, 병원·자가 간호 제품이 68개 순이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IT를 접목한 국내 제품이 참관객 눈길을 끌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엘비에스테크는 시각장애인용 GPS 앱(응용프로그램) ‘지-아이’를 공개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위로 문지르면 목적지를 알려주고 아래로 문지르면 사용자 위치를 알려준다. 왼쪽으로 문지르면 주변 편의시설을 알 수 있고 오른쪽으로 문지르면 위험 지역 정보를 제공한다.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는 “수차례 맹학교를 찾아가 시각장애인들의 피드백을 받고 이를 적극 반영했다”며 “서울 강서구 거주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인포트론의 초소형 웨어러블 인공지능(AI) 스피커, 건융아이비씨의 점자 블루투스 키보드 등도 큰 관심을 받았다.
휠체어 업체들은 규제 때문에 국내 시장 진출이 어려워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로 전환시키는 전동키트를 개발한 토도웍스는 3년째 의료기기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제품에 해당되는 품목 분류가 아직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성환 토도웍스 본부장은 “유럽 미국 등에서 허가 절차를 밟고 있고 이르면 연내 완료할 것”이라며 “국내 장애인들의 수요가 큰 데 해외에 먼저 출시하게 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낙상 방지 휠체어를 개발한 또 다른 국내 기업도 품목 분류가 없어 허가가 늦어지고 있다.
유럽 시장 진출 컨설팅 제공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정보화진흥원은 각각 공동관을 구성해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2015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참가한 보건산업진흥원은 올해 처음으로 참가사들에 유럽에서 활동하는 벤처캐피털(VC) 전문가의 컨설팅을 제공했다. 독일 현지 투자업체인 루크리온의 김동승 대표는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에 맞는 홍보, 판매, 유통, 특허 등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상담 건수는 159건, 상담액은 1540만달러에 달했다”고 했다. 김영석 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재활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해외 바이어의 관심을 높이고 현지 유통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유유제약을 작지만 빛나는 다이아몬드 같은 기업으로 기억해줬으면 합니다.”유승필 유유제약 회장(사진)이 23일 자서전 <아이러브 유유>를 출간했다. 유 회장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유유제약의 역사뿐만 아니라 교수가 꿈이었지만 운명처럼 가업을 받아들인 기업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다. 유 회장은 “제 나이를 감안하면 자서전 제목이 다소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지난 30년간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회사에 투입했고 유유제약을 사랑하고 아끼는 표현의 한 방법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유유제약은 1941년 유 회장의 아버지인 유특한 회장이 가난과 질병으로부터 고통당하는 국민을 위해 좋은 약을 개발하자는 일념으로 세운 회사다. 유유제약은 6·25전쟁 이후 늘어난 결핵 환자를 위한 ‘유파스짓’을 시작으로 비타민제의 원조 ‘유비타’, 시지 않고 맛있는 비타민 ‘유판씨’, 종합영양제 ‘비나폴로’, 골다공증 치료제 ‘맥스마빌’ 등을 개발했다.유 회장은 어렵게 공부해 미국 대학교수가 됐지만 회사가 어렵다는 편지를 받고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가업을 이어받았다.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인 경영학 박사 1호이기도 하다. 미국 오하이오주 하이델버그 칼리지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고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재정학 석사, 국제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그는 이 책에서 큰아버지인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도움으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17세에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오른 사연과 16개월 만에 재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이야기 등을 풀어놨다. 1987년부터 유유제약을 이끌면서 김중업건축박물관이 된 안양공장을 안양시에 매각한 일부터 16년간 주말마다 아버지에게 따로 경영 수업을 받은 일화 등 2세 경영자의 고뇌와 삶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자세히 적었다.유 회장은 “지난 30년간 항상 유유제약의 생존과 발전이라는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일했다”며 “기업 외형을 더 키우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생존의 위협을 받은 시절을 겪으면서 무작정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다이아몬드 같이 내실 있는 기업을 만드는 방향으로 경영을 해왔다”고 회고했다.그는 “후대 사람들에게 유유제약 역사를 알리고,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판 작업에 임했다”며 “보관하고 있던 당시 문건과 언론보도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과장 없이 기록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유유제약이 100년, 200년 영속하면서 외형적 성장까지 겸하는 과제는 다음 세대들이 이뤄주길 부탁한다”고도 했다.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성진실 연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교수(사진)가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 학술대회에서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년. 이 학회는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간암 치료법과 효과적 약제를 개발하기 위한 단체다. 성 교수는 대한간암학회장, 대한방사선생명과학회장 등을 지냈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동물 구충제가 말기암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자 보건당국이 차단에 나섰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강아지 구충제 주성분인 펜벤다졸은 사람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며 “암 환자는 항암제로 허가받지 않은 펜벤다졸을 절대 복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식약처가 이런 발표를 한 것은 해외는 물론 국내 암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동물 구충제를 먹고 말기암이 나았다는 환자 영상이 빠르게 퍼졌기 때문이다. 개 고양이 등 동물용 구충제에 든 펜벤다졸 성분이 비소세포폐암, 림프종, 췌장암, 직장암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다.대한약사회는 일선 약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펜벤다졸을 암 치료 목적으로 쓰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말기암 환자들의 심정은 이해되지만 섣부른 복용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