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컬처는 한국 관광산업에 축복”이라며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컬처는 한국 관광산업에 축복”이라며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코로나19로 멈춰 섰던 세계 관광산업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주요 국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쟁을 시작했다. 홍콩은 3000억원을 들여 외국인에게 무료 항공권 50만 장을 뿌리고 있다. 일본은 ‘제4차 관광입국추진기본계획안’을 통해 2025년 외국인 관광객 지출액 목표를 48조원으로 늘려 잡았다. 한국은 어떤가. 아직까지 범정부적 관광 육성책이나 차별화한 외국인 유치 전략이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는 폭발하고 있다. 지난 2월 해외로 나간 여행객은 172만5000명으로 작년 2월(11만2700명)에 비해 약 15배 급증했다. 여행수지 적자는 10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관광 분야 전문가인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57·전 관광학회장)을 만나 한국 관광산업의 잠재력과 과제를 들어봤다.

▷각국의 리오프닝으로 관광산업에 훈풍이 붑니다. 어느 정도 회복됐나요.

“과거 위기 때는 보통 3개월 정도 수요가 급감했다가 4개월째 조금 반등하고 그 이후 튀어오르곤 했죠. 관광은 욕구에 기반한 산업이라서 수요가 회복될 때는 스프링처럼 강한 탄력성을 보입니다. 과거 50년간 세계 관광산업이 연 4~5%씩 꾸준히 성장한 배경입니다. 코로나19는 그 이전의 위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이었지만, 이제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 같아요. 미국 유럽은 거의 2019년 수준이 됐고, 아시아에선 일본의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불리하지 않습니까.

“다르게 봐야 해요. 국토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긴 해도 인구가 5000만 명이나 되고, 문화적 자원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웨이브, K컬처는 중국, 일본과 완전히 차별화한 경쟁력이죠. 외국인을 경복궁 같은 곳에만 데리고 가려고 하는데, 요즘 젊은 외국인들은 경복궁이 아니라 코엑스나 강남역을 진정한 한국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K컬처의 세계적 유행을 잘 활용해야 할 텐데요.

“K컬처는 축복입니다. 요즘 외국인에게 BTS나 블랙핑크 앨범을 선물하면 까무러칩니다. 한국에 대한 시각을 다른 차원으로 바꿔놨어요. 그 전까지 해외 언론에 남한 뉴스보다 북한 핵, 미사일 이런 것들이 많이 나왔죠. 우리는 밤에 돌아다녀도 한국처럼 안전한 나라가 또 있겠느냐고 생각하지만, 외국인들은 불안한 나라로 봤습니다. 이젠 그렇지 않아요. 저렇게 멋진 아티스트와 노래가 있어? 저런 영화를 만들어? 정말 재미있는 나라네. 이렇게 인식하게 된 건 K컬처의 힘이죠. 한번 놀러 갈 수 있는, 놀 만한 나라로 여기게 된 거죠. 비유하자면 문지방을 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지체되긴 했지만, 앞으론 우리 하기에 달렸습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수 활성화 대책에 관광 분야 내용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관광산업이 심하게 말하면 다 망했습니다. 완전한 리셋이 이뤄져 다시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죠. 이때 확 치고 나가면 새롭게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 간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이 뜨거워요. 일본이 공격적이고, 싱가포르도 열심이죠. 홍콩은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약해졌는데, 이번에 항공권 50만 장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세계의 이목을 끌 메가이벤트를 하나 정도 터뜨려주면 좋은데, 외국인들 보기엔 한국에 가야겠다고 체감할 정도의 마케팅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이벤트가 있을 수 있을까요.

“BTS가 서울 홍보대사였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다시 여행할 때가 되면 서울에서 만나길 바라” 이런 메시지를 던졌어요. 그걸 본 1억 명이 넘는 팬들이 얼마나 설레었겠어요. K팝이든 뭐든 한류 이벤트를 메가톤급으로 터뜨려야 할 시점입니다. K팝 아티스트의 공연을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으로도 확산시키고, 영화 드라마와 관련된 이벤트도 함께 만들어서 올해가 안 된다면 내년 캘린더에 미리 쫙 깔아야죠. 그 스케줄에 따라 여행사들이 상품을 체계화할 수 있습니다. 특정 기간에 한국을 방문하면 3일 숙박 시 하루 더 머물도록 쿠폰을 줄 수도 있고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협력하면 큰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부산엑스포 유치도 관광산업에는 큰 기회겠죠.

“엑스포와 같은 메가이벤트는 파급 효과가 대단합니다. 알려지지 않았던 국가와 지역의 이미지가 세계에 드러나면서 관광산업도 활성화되죠. 특히 메가이벤트를 유치하면 인프라를 새로 건설하거나 정비하기 위해 교통이나 호텔 등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집니다. 여수는 엑스포를 계기로 KTX가 개통되면서 국내외에서 1300만 명이 다녀가는 관광도시가 됐잖아요. 여수가 뜨니까 순천도 뜨면서 그 일대 관광산업이 붐업 됐습니다. 강릉은 과거 중요한 관광지였지만, 제2영동고속도로가 속초로 연결되면서 쇠퇴했다가 동계올림픽을 하면서 KTX가 생겼어요. 지금 강릉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메가이벤트의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부산은 KTX도 있고,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요.

“우리에겐 제2의 도시지만 국제도시로서의 이미지는 약해요. 엑스포를 하면 퀀텀 점프할 겁니다. 우리가 반드시 유치했으면 좋겠어요. 월드컵, 올림픽, 엑스포를 세계 3대 메가이벤트로 꼽는데, 부산엑스포 개최는 2030년이거든요. 평창동계올림픽과 12년 간격인데, 만약 실패하면 한국이 개최하는 메가이벤트가 뒤로 또 밀리게 됩니다. 메가이벤트 유치는 국가의 사명과 같아요. 한 국가가 부상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줄 기회죠.”

▷관광산업을 대하는 시각도 달라져야겠습니다.

“관광은 규모로 보면 이미 5대 수출 산업입니다. 그런데 아직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 내외에 불과해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10% 정도 됩니다. 수출산업이면서 미래 성장산업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2019년 전 세계에서 15억 명이 해외여행을 했어요. 매일 400만 명이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 떠 있었다는 거죠. 2030년에는 18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반도체 중요하죠. 2차전지도 중요한데 관광은 계속해서 성장하는 산업이고 미래도 보이는 산업인데, 관심이 덜해서 성장하지 못한다면 국가적 손해입니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0% 이상으로 높여야 합니다.”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네요.

“관광 분야는 정치의 관여가 크지 않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국익을 위해 실용적으로 접근하기 좋죠. 다만 육성은 문화체육관광부 한 부처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강력한 조정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주재하는 확대관광전략회의가 중요합니다. 지난 정부에선 대통령이 한 번 참석했어요.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속도감 있고,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합니다. 관광과 여행·레저를 관장하는 독립적인 관광레저부를 신설하는 방안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정리=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