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4분기 59억달러(약 7조4천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세계 정보기술(IT)업계 투자를 위해 조성한 비전펀드에서 58억 달러(약 7조2천7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손실이 발생한 것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었다.

소프트뱅크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비전펀드를 통해 우버와 도어대시, 위워크 등에 1천400억 달러(약 175조6천억원) 넘게 투자해 한때 664억 달러(약 83조3천억원)의 평가익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들 회사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현재 67억 달러(약 8조4천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 중이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에 대한 대출금의 가치를 18억 달러(약 2조3천억원)로 낮추는 등 추가손실이 발생했다고 공개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에 100억 달러(약 12조5천억원) 이상을 투자한 데 이어 마리화나 복용 등으로 논란을 빚은 위워크 창업자 애덤 뉴먼의 퇴출로 이어진 2019년 구조조정 당시 대출 등 명목으로 수십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위워크 주가는 2021년 상장 이후 지속해서 하락해 현재 시가총액이 15억 달러(약 1조9천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프트뱅크는 또 지난해 11월 파산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에 투자한 9천700만 달러(약 1천216억원)를 모두 손실 처리했다.

이와 함께 비전펀드의 4분기 신규 투자금액은 3억 달러(약 3천762억원)에 그쳤다.

2021년 한 분기에 156억 달러(약 19조6천억원)를 투자한 것에 비하면 약 5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에 대해 고토 요시미츠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금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좋지 않은 시기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축소는 세계 IT업계가 심각한 자금난에 처해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세계 벤처투자는 지난해 한 해 전년 대비 35% 급감했으며, 기업공개(IPO)도 61%나 줄어드는 등 벤처업계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 의한 경기후퇴를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나스닥 종합지수가 14% 오르는 등 기술주가 반등하는 점은 소프트뱅크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브닛 고빌 비전펀드 최고투자책임자(CFO)는 투자 중인 약 30개 기업이 시장 상황이 개선될 때를 대비해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노동시장과 향후 금융정책, 기업 실적 등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또 2024년 3월을 목표로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 손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말 Arm 상장에 집중하기 위해 당분간 실적 발표 행사에서 코멘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프트뱅크, 작년 4분기 7.4조 손실…비전펀드 손실이 주요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