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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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계열사 LG이노텍이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연결 실적이 90% 넘게 주저앉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LG전자 개별 기준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 본궤도에 오른 전장(자동차용 전자장비)과 프리미엄 가전을 앞세운 생활가전 분야의 선전으로 연간 매출과 분기 매출이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1조8597원으로 5.2% 증가했다. 지난 3분기 최대 매출(21조176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신기록 행진을 이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3조547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6% 줄었다. 연간 매출액은 83조4695억원으로 12.9% 증가했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연매출은 2021년 7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80조원대로 급성장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신가전 판매가 확대됐고, 전장 사업이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사상 최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4분기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친 것은 LG이노텍의 부진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중국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 폐쇄 여파로 연말 성수기 수요가 급감하면서 LG이노텍 실적이 크게 꺾인 것으로 추측된다.

권태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3분기 평균 1300원 중반대에서 12월 말 127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11월 폭스콘의 중국 정저우 공장의 셧다운으로 아이폰14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감소된 물량은 약 700만대 수준으로 추산돼 LG이노텍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이달 말 LG이노텍 등 연결 자회사들의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각 사업부 실적도 함께 공개한다.
그래프=신용현 한경닷컴 기자/자료=LG전자
그래프=신용현 한경닷컴 기자/자료=LG전자
지난해는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실적 성장이 두드러진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2분기에 25분기 적자 행진을 끊어내고 흑자로 돌아섰고, 3분기에도 실적 성장을 이었다.

4분기에도 흑자 행진을 지속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규 수주 물량에 대한 제품 개발 비용 등이 늘어나면서 전 분기 대비 흑자 규모는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LG전자의 실적을 떠받치던 TV(HE)사업본부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TV 수요 감소와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에너지 공급 불안정 등 지정학적 이슈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마케팅 비용과 유통재고 수준 정상화를 위한 판매 촉진 비용 등도 증가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한다.

지난 3분기 적자를 냈던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도 매출 성장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IT제품 수요가 줄어든 반면 원자재 가격은 상승했고, 물류비는 증가한 탓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중심의 제품 라인업 강화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건전한 수준의 재고 관리와 효율적인 자원 운용을 통해 매출 성장과 수익성 확보에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