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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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마이너스 통장을 갱신한 정혜민 씨는 되도록 빚을 빨리 갚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해 3%였던 마이너스 통장금리가 6.3%로 확 뛰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은행으로 대환을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다른 은행들도 비슷하게 6% 초반대 금리를 제시했다"며 "제작년부터 주식 투자를 하면서 만들었던 마통인데, 이제는 주식을 좀 팔아서 한도를 메꿔놔야겠다"고 말했다.

최근 신용대출 금리가 뛰면서 대출 한도를 줄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달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출 감소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신용대출은 4.35~5.65%대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금융채 6개월 기준 △국민 4.51~5.41% △신한 5.15~5.65% △하나 4.359~4.959% △우리 4.82~5.72%로 분포됐다.

지난해 3%대였던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올해 5~6%대로 갱신되고 있다.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가 지난달 2.25%로 1.75%포인트나 오른 탓이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실제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타대출은 올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타대출은 2조2000억원 감소한 뒤 1월(2조6000억원), 2월(2조원), 3월(3조1000억원) 등으로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7월 기준 기타대출은 2조2000억
원 줄면서 6월 감소 폭(1조2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이는 7월 기준으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준이다. 이전 최소치는 2010년 7월(8000억원 감소)이었다.

빚 뿐만 아니라 지출 줄이기에도 나서는 추세다.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점심값이나 커피값 등 생활 비용 부담이 늘어서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를 기록했다. 올해 1~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5%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선다면,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이다.

자발적으로 지출을 줄이기에 나서는 사람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직장인 박가영 씨는 "평소 스타벅스 매니아로 불릴 정도로 자주 가지만, 커피 한 잔에 5000원이 넘다 보니 매일 마시기가 부담스럽다"며 "대신 스타벅스 커피믹스를 사서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씨는 "평소 점심엔 회사 근처 맛집 투어를 다녔는데, 물가가 오르면서 점심 값으로 최소 만원 정도는 나가는 것 같다"며 "지금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과 저녁까지 챙겨 먹고, 식후 커피도 회사 커피머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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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유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시장에선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한은이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기준금리가 2.75~3.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은 합리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는 기대인플레이션과 실제 물가 상승률을 기반으로 인상을 시행하겠지만 예고한 대로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이라며 "수정 경제전망에선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물가 전망치를 상향하면서 현 상황을 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당분간 대출이나 소비를 줄이는 행태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의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민간 소비는 향후 1년 동안 평균 0.04~0.15% 감소한다.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대출받은 경제주체의 소비 여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가계의 이자 수지를 분석해 보면 기준금리 0.25%포인트 상승에 따라 줄어드는 가계의 이자 수지 규모는 8000억원~2조5000억원 정도"라고 분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