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 유지하되 경기 봐가며 속도 조절할 듯 '건강도 38점' 한은 조직 개혁도 과제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21일 공식 취임하지만, 축하를 받기에는 당장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통화신용정책의 수장으로서 우선 10여 년 만에 4% 이상 뛴 물가를 잡아야 하고,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의 증가세도 확실하게 꺾어야 한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성장 둔화도 방치할 수 없다.
한은 내부 개혁을 통해 추락한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조직 활력을 되찾는 임무 역시 이 총재의 몫이다.
◇ 역대급 인플레 압력…"인기 없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그널" 최근 갈수록 커지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대응은 물가안정을 제1 목표로 삼는 한은과 이 총재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숙제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4.1% 뛰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같은 달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에 이르렀다.
한 달 새 0.2%포인트 또 올랐는데,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이 총재도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물가 상승 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그널(신호)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당분간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려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0.25%포인트(p)가 넘는 기준금리 인상, 이른바 '빅 스텝'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관련 질문에 "아직 (빅 스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빨리 올라갈지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의 물가 억제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물가 상승이 금리로 조절할 수 있는 수요 측 요인이 아니라 전쟁, 공급 차질, 임금 등 비용과 생산 측 요인의 인플레이션인 만큼 성급한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는 잡지 못하고 자칫 경기 하강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도 청문회에서 "지금 물가 상승의 많은 부분은 유가, 서플라이체인(공급망), 곡물가 등 공급 측면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를 올렸는데 왜 물가가 안 잡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지만, 이렇게 금리로 반응하지 않으면 물가가 더 빠르게 올라갈 위험이 있어 조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가계빚 1천862조원 '역대최대'…"고통스러워도 지금 안 막으면 더 큰 피해" 가계부채 측면에서도 이 총재는 앞으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862조1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 1천755조8천억원에 이른다.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의원들의 서면질의에 "부채 증가 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은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금융·경제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경기·물가 상황에 맞춰 완화적 정책들을 정상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은은 금리 조정 시그널(신호)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가계 부채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도 "만약 지금 막지 못하고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면,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작년 8월 이후) 네 차례 올렸는데, 지난해 12월 이후 가계대출이 약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다가 정체 상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금리가 올라가면, 고통스럽지만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상승률은 꺾일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 등과의 소통과 조율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도 관련돼 있어 금리로 시그널을 주는 건 중요하지만 한은의 금리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구조·재정·취약계층 문제 등을 고려해 종합적 솔루션(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경기 하방 위험도 커져…"경기 크게 둔화하면 금리 인상 조율" 그렇다고 금통위가 물가와 가계부채에만 초점을 맞춰 지나치게 빨리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안한 경기와 성장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총재도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 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 중국에서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국내 물가의 상방 위험 뿐 아니라 경기의 하방 위험도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청문회 답변 과정에서 물가·가계부채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성장 추세가 이어진다면", "경기 속도가 크게 둔화하면 그때그때 조율하겠지만" 등의 조건과 전제를 달았다.
따라서 향후 이 총재와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상(통화정책 완화 정도 축소) 기조를 유지하되, 성장률 추이 등을 봐가며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중장기적 저성장 가능성도 여러 차례 제기한 만큼, 통화정책 결정과 한은의 연구 과정에서도 관련 우려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청년 실업과 노인 빈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가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켜 장기 저성장을 초래할 우려가 커졌다"며 "관련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한은 노조 "56%가 신임 총재에 긍정적…패배주의 물든 조직문화 쇄신해달라" 한은 조직·인사 혁신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한은은 조직문화 개혁을 위해 지난해 맥킨지에 의뢰해 진단을 받았는데,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에서 받은 이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조직 건강도는 100점 만점에 38점에 그쳤다.
전임 이주열 총재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 '수술'에 나서지 못한 채 떠난 만큼, 보수와 복지를 비롯해 전반적 조직문화에 대한 한은 직원들의 고조된 불만은 결국 신임 총재가 달래야 한다.
이 총재도 청문회에서 "한은을 우리 경제를 가장 잘 아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직원들이 맡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준비된 안을 토대로 조기에 실행하면서 변화를 가져오도록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은 노조도 '이창용 신임 총재에 큰 기대를 건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설문조사에서 조합원의 56%가 총재 취임에 긍정적이었다"며 "패배주의에 물든 조직 문화를 쇄신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국가·지방자치단체·민간부문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활용도 높은 개방형 조직이 되도록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금 가격이 20일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8만3천원대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64%(2천930원) 오른 8만3천49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014년 3월 24일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높은 가격이다. 종전 금 최고가는 코로나19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려있던 2020년 7월 28일 장중 기록한 8만2천970원이다. 해당일 종가는 8만100원이었다. 금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천973.50달러에 마감하며 2022년 4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은행권 부실이 연이어 도마 위에 오르며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 증가 등으로 국제 금 가격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금융권 부실로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한다면 달러 강세 완화로 연결되며 국제 금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지정학적 충격과 무역 마찰 등 정치적 역학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일제가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하루가 지난 1945년 8월 16일 경성(서울) 시내 은행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일본인들이 예금을 찾으려고 은행에 몰려든 것이다. 너도나도 돈을 빼내면서 은행권 예금은 해방 후 한 달여 만에 반 넘게 줄었다. 한국 은행사 최초의 뱅크런(bank run)이었다. 뱅크런을 막기 위한 조선은행(현 한국은행)의 통화 증발과 뒤이은 인플레이션은 가뜩이나 불안정했던 해방 정국에 혼란을 더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보듯 뱅크런은 경제가 불안해지고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데자뷔처럼 반복된다. ○합리적 선택의 비합리적 결과뱅크런이란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아가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말한다. 금융시장 충격이나 은행 건전성 악화 등으로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황급히 예금을 인출하려고 할 때 발생한다. 뱅크런이 일어나면 은행은 지급준비금이 바닥나 파산에 이를 수 있다.요즘에는 은행(bank)에 달려가지(run) 않아도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SVB 뱅크런을 두고 ‘스마트폰 뱅크런’ 혹은 ‘뱅크탭(tap·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다)’이라고도 한다.뱅크런은 은행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실제 은행 파산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자기실현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예금자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돈을 꺼내고 나머지는 은행에 넣어둔 채 이자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은행이 부실 징후를 보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둘러 예금을 인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머뭇거리다가는 돈을 못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뱅크런이 일어나고 은행은 파산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 등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에서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까지 공공요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행진했다. 노조는 이날 "공공요금이 오르는 이유는 단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때문이 아니라 에너지산업이 이미 민영화돼 있고 재벌 특혜로 한전·가스공사에 적자가 불어나는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대해 "지하철 공익서비스 적자를 정부가 지원하지 않고 민간 버스회사의 이윤만 보장하는 버스 준공영제로 인한 결과"라고 비판하며 이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