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용 사진’을 남기기 위해 시시때때로 스마트폰을 들고 인증샷을 남기는 젊은 여성들은 간혹 과시욕과 과소비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비난받는다. ‘나’를 찍는 여성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여성과 사진 기술의 관계를 탐색하는 문화비평서다. (반비, 276쪽, 1만8000원)
2022년 2월 21일 새벽 3시께, CNN 앵커이자 수석안보분석가 짐 슈토가 자고 있는 우크라이나 키예프 호텔 방에 전화벨이 울렸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경고 전화였다. 슈토가 동료 기자들에게 이 메시지를 공유했을 때 많은 이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사흘 후 실제로 공격이 시작됐다. ○발트해 상공의 러시아 항공기<강대국의 귀환: 러시아, 중국 그리고 다음 세계대전>에서 슈토는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주의로 더욱 위험해진 세계를 묘사한다. 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로 돌아가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 전선을 따라 역사가 전개되는 과정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서술한다. 책에선 러시아 항공기가 발트해 상공에 출현해 윙윙거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됐다.슈토는 대만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는 등 대만을 향해 점점 더 도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만과 중국 사이 비공식적인 정치적 연결고리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만 관료들은 그들의 메시지가 중국 지도부에까지 전달되는지 불확실하다고 말한다.슈토는 중국과 러시아가 사이버 해킹부터 인공지능(AI), 우주 군사화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미국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강대국 지위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슈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고, 마치 도미노처럼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이 두 나라를 따라 주변국을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그리며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세계 시장 위협하는 중국의 AI기술법 분야 변호사 조지 타카치가 쓴 <냉전 2.0: 중국, 러시아, 미국 간 새로운 전투에서의 AI> 역시 새로운 강대국의 관계를 설명하지만 기술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타카치는 새로운 냉전이 과거와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중국 경제 의존도다. 반도체 칩부터 양자컴퓨터, 생명공학을 포함한 모든 핵심 기술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잖다. 그중에서도 거의 모든 무기의 치명성을 높일 수 있는 AI 분야에서 중국이 세계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두 책은 공통적으로 세계 주요 국가의 지도자에게 주목한다. 두 저자가 동의하는 한 가지 문제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슈토는 트럼프가 민주 정부와 독재 정부의 차이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데 우려를 보이며, 그를 일컬어 ‘거래주의자’ 혹은 ‘이권추구자’ 등으로 묘사한다. 타카치는 트럼프를 ‘독재자 워너비’라고 부른다.다만 두 저자는 군소국가가 국제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슈토와 타카치는 강대국이 체제를 주도한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하고 역학관계를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강대국도 군소국의 행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북한은 경제, 군사적으로 규모는 강대국보다 훨씬 작지만 국제 정치 상황에 큰 영향을 끼친다.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배울 교훈이 있다면 강대국을 대립에서 갈등으로 몰아가는 우연한 계기만으로도 국제적인 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정리=신연수 기자이 글은 WSJ에 실린 제러미 블랙의 서평(2024년 3월 12일) ‘World Powers, Great and Small’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서이초 교사를 누가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다시 일어서는 교실>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책을 쓴 송은주는 14년 차 초등교사이자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다. 교육을 제공하는 입장과 소비하는 입장에 동시에 서 있는 셈이다. 저자는 학생, 학부모, 전·현직 교사와 교육 관계자를 아우르는 110명을 인터뷰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다. ‘상호 존중은 서로의 상처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자세가 이 책을 관통하는 시각이다.저자는 교권 침해를 단순히 ‘진상 학부모’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는다. 일부 학부모의 문제를 인정하지만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부모’라는 편견은 거부한다. 폭력이 일상이던 억압적인 학창 시절의 상처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음을 반성한다. 폐쇄적인 학교와 소통하지 않는 교사들이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기도 했다.책은 교권 침해에 대한 진단을 확장해 공교육 전반의 문제를 꼬집는다. 불합리한 승진 제도, 관행적 업무, 권위적인 관료 체계와 교육 개혁이 공교육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한다.저자는 공교육 문제를 해결할 대원칙이 ‘학생’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의 만족도와 성장을 고려하는 포용적인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교육 문제, 대입 제도, 어린이집까지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지적에 이론적인 근거를 추가해 설득력을 챙기려는 노력이 돋보인다.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브라질 신경과학자인 싯다르타 히베이루 히우그란지두노르치연방대 교수는 <꿈의 인문학>에서 ‘왜 우리가 꿈을 꾸고, 꿈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며, 꿈은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질문한다. 그는 이 답을 찾기 위해 뇌과학부터 역사와 예술에 이르기까지 19년간 꿈을 파고들었다.꿈과 수면에 관한 연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융의 연구를 바탕으로 해 심층심리학 관점에서 발달하기 시작했다. 프로이트의 연구는 논란이 많았지만 꿈을 인간의 삶 한가운데로 되돌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꿈꾸는 사람의 정신 구조가 꿈 안에서 선명히 드러난다는 관찰을 통해 꿈이 전하는 심오한 의미를 분석했다.20세기 중반 수면이 자극 없는 평온한 상태라는 오래된 개념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발견이 있었다. 미국 생리학자 너새니얼 클라이트먼은 수면각성주기라는 연구를 통해 수면은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안구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호흡과 심박이 불규칙해지며 놔파가 빨라지는 렘수면을 규명했다.렘수면과 꿈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며 도파민, 보상체계가 꿈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파민 양이 적을수록 꿈을 적게 꾸고 도파민이 늘어나면 꿈꾸는 시간도 늘어났다. 이를 통해 꿈이 단지 무작위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도파민으로 활성화되는 보상체계에 대한 이미지라는 것이 알려졌다. 꿈이 인체를 위험 상황에서 보호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과정이라는 것이다.저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 잠시 머물며 꿈을 기록하는 습관을 지니라고 권한다.꿈은 지금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주는 도구며 자기를 성찰하고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한다.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