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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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인류의 역사 속에서 화폐가 어떻게 사용되어왔는지 살펴보자. 화폐는 시장경제가 확립되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화폐는 자급자족하며 살던 시대에 잉여 생산물이 발생하면서 등장한다. 남는 물품을 다른 사람과 대량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화폐를 사용한 것은 그 시작 시기를 정확하게 알기 어려울 만큼 오래전 일이다. 초기 화폐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지폐나 동전 같은 현금을 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폐보다 역사가 긴 동전도 수천 년 정도의 역사를 지녔을 뿐이다. 지폐의 경우 18세기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교환의 매개물로 처음에 사용한 것은 쌀이나 밀, 소금, 옷감 등의 상품이었다.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는 물건을 교환의 매개물로 사용하는 것을 ‘상품화폐(commodity money)’라고 부른다. 어떤 물건이 상품화폐로 쓰이기 위해서는 해당 물건으로 다른 상품을 원활하게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교환이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우선 상품화폐로 사용하는 물건이 작고 가벼워 운반하기 편리하면서 작은 단위로 나눠 쓸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내구성이 있어 오래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 또 너무 귀하거나 흔한 물건도 안 된다.

그런데 교환 규모가 커지면서 쌀이나 베 같은 상품화폐를 통한 교환이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이를 대신해 등장한 것이 금·은·구리 등의 금속화폐(metallic money)다. 금속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므로 크게 보면 상품화폐의 범위에 들어가지만 생산된 상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금속화폐로 따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속은 무게를 측정해 쓰고, 운반도 편리하며, 위조도 어렵고, 변질도 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물건들보다 화폐로 사용하기에 훨씬 편리하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확대되면서 화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금속화폐는 자연에 존재하는 자원을 가져다 사용하는 것이어서 공급이 한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교역규모가 커질수록 실물경제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없게 되었고, 시중에는 순도 높은 금속화폐가 아닌 조악한 금속화폐만 유통되는 현상(그레셤의 법칙)도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금속화폐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지폐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폐는 금속화폐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면서 지폐를 제작하는 비용이 낮아 공급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그레셤의 법칙이 나타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도 없는 종이라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의 지폐는 태환성(convertibility)이라는 기능을 갖게 된다. 태환성은 금이나 은과 같은 가치 있는 물건을 맡겨놓은 사람에게만 지폐를 발행해주는 것으로, 지폐 보유자가 요구하면 언제든 예치된 금과 은으로 바꿔주는 기능을 말한다. 이러한 기능을 가진 지폐를 ‘태환지폐’라고 한다. 태환지폐는 일종의 금과 은의 보관 증서라고도 볼 수 있다. 종이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을 지닌 지폐가 화폐로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태환성 때문이다.

지불 수단으로서 태환지폐의 위치는 공고해졌지만 실제로 태환을 요구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때부터 태환 기능이 없는 불환지폐가 등장한다. 불환지폐는 태환 기능이 없음에도 국가가 법적으로 그 가치를 보증한다는 의미에서 ‘법화(legal tender)’라고 부른다. 법화는 국가가 가치를 보증하고, 모든 국민이 그 가치를 믿기로 약속하면서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근래 들어 금융제도가 발전하면서 국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지급결제 수단인 법화 외에도 화폐의 범주에 포함되는 대상이 늘고 있다. 큰 금액을 전달하기 용이하도록 예금을 기반으로 일반 시중은행에서 발행한 수표도 교환의 매개물로 널리 사용하면서 현대 경제에서 화폐의 범주에 포함된다. 다음 주부터는 현대 경제를 중심으로 화폐의 범위와 역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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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중앙대 강사
김형진 중앙대 강사
금속화폐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지폐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폐는 아무 가치도 없는 종이라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 지폐는 태환성이라는 기능을 갖게 된다. 태환성은 금이나 은과 같은 가치 있는 물건을 맡겨놓은 사람에게만 지폐를 발행해주는 것으로, 지폐의 보유자가 요구하면 언제든 예치된 금과 은으로 바꾸어주는 기능을 말한다. 이러한 기능을 가진 지폐를 ‘태환지폐’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