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美 10대 행동주의펀드 경영개입 67개 기업 사례 분석
"행동주의펀드 경영 개입시 고용 위축되고 수익성 악화"
적극적인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면 고용이 위축되고 수익성은 악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미국의 10대 행동주의 펀드가 지난 2018∼2019년 경영 개입에 성공한 67개 기업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이들 기업의 총 고용인원은 2018년 평균 5만6천141명에서 2022년 4만5천946명으로 줄었다.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이 이뤄진 뒤인 2020년에는 4만8천609명으로 전년 대비 9.9% 감소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총부채 규모는 2020년에 255억2천만달러(약 34조1천억원)로 가장 컸다.

부채 비율은 2020년 145.6%에서 2022년 152.3%로 증가했다.

아울러 조사 대상 기업의 2020년 총매출은 160억2천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0.5%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12억4천만달러로 15.6% 줄었다.

"행동주의펀드 경영 개입시 고용 위축되고 수익성 악화"
수익성을 나타내는 당기순이익은 행동주의 펀드 개입이 시작된 2018년에 16억1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26.7% 늘었지만, 개입이 끝난 시점인 2020년에 9억6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43.4%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20년에 15억2천만달러로 1년 새 29.6% 줄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과의 성장성·수익성 관련 지표를 비교했을 때 행동주의 펀드 개입 기업의 경우 2020년 감소 폭은 더 크고 2021년 이후 회복 국면에서의 반등 폭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 펀드는 대개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의 '주주이익 증대'를 앞세워 경영에 개입하는데, 이번 조사 결과 관련 경영지표에서 뚜렷한 변화가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한경협은 밝혔다.

"행동주의펀드 경영 개입시 고용 위축되고 수익성 악화"
조사 기업의 자사주 규모는 2019년까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0년에는 68억4천만달러로 2019년 70억9천만달러 대비 3.5% 줄었다.

배당금은 2020년까지 증가세였다가 2021년 14억달러, 2022년 12억2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0.1%, 12.5% 감소했다.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은 행동주의 펀드 개입 이전 3년(2015∼2017년) 평균 59.8%, 개입 기간(2018∼2019년) 57.1%, 개입 이후 3년(2020∼2022년) 평균 98.7%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개입이 종료된 2020년에 배당 성향이 188.8%로 급등했다고 소개하면서 이는 행동주의 펀드의 성과라기보다 조사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당시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경영 개입이 고용을 위축시키고 재무안정성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주주환원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차익을 거둘 목적으로 무리한 배당 확대를 요구하거나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기업 성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제도적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