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15일) 유한양행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본격화됐습니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경영권 분쟁과 조직 개편 등 굵직한 이슈들이 안건으로 올라와 시끄러운 주주총회가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유한양행의 경우 28년만에 회장과 부회장직 신설 안건을 놓고 논란이 일었지만, 원안대로 통과됐습니다.

박승원의 보도입니다.

<기자>

유한양행 주총이 열린 본사 앞.

일부 직원들이 회장과 부회장직 신설안을 철회하라며 트럭시위에 나섰습니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의 뜻에 따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고, 이에따라 회장직도 지난 28년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회장직을 부활하려 하자, 창업주의 뜻에 반해 기업을 사유화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반발한 겁니다.



주총장엔 창업주의 손녀이자 하나뿐인 직계 후손,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도 직접 참석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유일한 박사 손녀) : 할아버지 정신(유지)이 제일 중요합니다. 모든 것은 할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평가돼야 합니다.]

주주들의 반대도 잇따랐지만,

[유한양행 주주 A씨: 사장이 있고, 전무, 상무 있으면 되는데, 옥상옥으로 해서 회장과 부회장하는 게…]



회장과 부회장직 신설을 골자로 한 정관변경 안건은 95%의 찬성률로 통과됐습니다.



회사측은 신약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방편일 뿐 특권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 : R&D 분야에선 많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회장과 부회장을 신설하는 것은 다른 사심이나 목적이 있어서는 절대 아닙니다. 제 명예를 걸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업 사유화 논란의 중심에 선 이정희 이사회 의장은 회장직이 생겨도 오를 생각은 없다며 주총장을 빠져 나갔습니다.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 딱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저는 (회장을) 안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유한양행은 내홍 속에 주총을 마쳤지만, 한미약품과 씨티씨바이오 등 상당수 기업들이 경영권을 놓고 표대결을 예고하는 등 올해 제약·바이오업계는 치열한 주총 시즌을 보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촬영 : 김성오, 편집 : 이가인, CG : 손지영
유한양행 회장직 부활…사유화 논란에 주총 '시끌'
박승원기자 magun1221@wowtv.co.kr
유한양행 회장직 부활…사유화 논란에 주총 '시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