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할 것 없이 상승 곡선을 그려온 미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매그니피센트7(M7)’ 이외 종목들에서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AI 투자 열기가 과도하다면서도 내실 있는 기업의 추가적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스노우플레이크 주가는 0.83% 하락한 186.7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 후 하루 만에 18.14% 폭락한 뒤 좀처럼 주가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분석업체 스노우플레이크는 적극적인 AI 도입으로 올해 ‘AI 랠리’에 편승한 종목이다.

주가 하락의 원인은 실적 악화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지난해 4분기 2억7550만달러(약 36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모건스탠리는 “4분기 실적은 판도라의 상자”라며 목표 주가를 230달러에서 175달러로 낮췄다. 프랭크 슬루트먼 최고경영자(CEO)의 급작스러운 퇴임도 영향을 끼쳤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PC 제조사 휴렛팩커드(HP)와 고객관계관리(CRM) 업체 세일즈포스닷컴은 시간외거래에서 각각 4%, 6% 급락했다. 마찬가지로 AI 기술 적용을 활발히 내세웠지만, 실적 둔화와 전망치 축소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도 있다. 견조한 실적이 바탕이다. 나스닥 상장사 듀오링고는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하루 만에 22.24% 올랐다. 듀오링고는 AI 기반 언어교육 업체다. 듀오링고는 지난해 월간활성이용자수가 8800만 명까지 늘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46%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1210만달러(약 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PC·서버 제조업체 델테크놀로지와 AI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C3.ai 주가 역시 실적 발표 후 각각 31.62%, 24.52% 올랐다. 특히 델은 작년 AI 서버 주문이 한 해 전보다 40% 늘었다. 모건스탠리는 목표주가를 100달러에서 128달러로 올리기도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