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연합뉴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에게 지급한 560억달러(약 75조원) 규모의 보상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판결을 이끌어 낸 변호인단이 테슬라 측에 60억달러(약 8조원)어치의 주식을 요구했다.

○보상 무효 판결 수수료로 주식 요구

3일(현지시간)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 급여 패키지 소송’에서 원고를 대리한 번스타인 리토위츠 버거 앤 그로스만 등 로펌 3곳의 변호사들이 지난 1일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이번 소송의 법률 수수료로 테슬라 주식 2900만주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종가(202.64달러)를 적용하면 약 59억달러(약 7조8824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시간당 수임료가 28만8888달러(약 3억85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은 5년 이상 비상근으로 근무했던 점, 해당 판결로 이사회가 막대한 혜택을 받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에게 지급한 주식 2억6700만주를 다시 돌려받게 됐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요청한 수수료가 전례 없는 금액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요리’를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현금이 아닌 주식을 요구하는 이유로 “이 구조는 (소송으로) 창출된 이익에 보상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이점이 있으며, 수수료를 지불하기 위해 테슬라 대차대조표에서 1센트조차도 빼내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최고 수수료 기록 세우나

앞서 테슬라 소액주주인 토네타는 2022년 10월 “이사회가 2018년 승인한 머스크의 560억달러 규모 보상 패키지는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사회는 머스크가 월급을 받지 않는 대신 회사 매출과 시가총액 등 목표를 달성하면 12차례에 걸쳐 1억1000만 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 테슬라 주식 9주를 소유했던 토네타는 “이사회의 보상 패키지 승인은 머스크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델라웨어주 법원은 지난 1월 말 원고 승소 판결했다. 소송을 심리한 캐서린 맥코믹 판사는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의 보상을 승인하는 과정에 결함이 있었다”며 “머스크에게 기록적인 금액을 제공하기로 한 계약은 무효가 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델라웨어주가 이를 승인한다면 법조계 수수료의 역사를 쓰게 된다. 역대 최고 수수료는 2006년 미국 에너지업체 엔론의 회계분식 집단소송 때다. 엔론 감사인이었던 아서앤더슨은 약 72억원이라는 합의금을 물었고 집단소송 담당 변호사들은 2008년 6억8800만달러의 수임료를 받았다.

일론 머스크는 로펌의 수수료 요청을 ‘범죄’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이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올리며 “테슬라에 피해를 준 변호사들이 60억달러를 원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X 계정(사진=X)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X 계정(사진=X)
머스크는 수수료 요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는 지난달 델라웨어주의 판결에 항소하기 위한 절차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