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사망하자 그의 아들도 사망 처리
보험상품 소멸했는데 보험료 납부 요구
금감원 조사·언론 취재하자 꼬리 내려
[OK!제보] 산 사람 사망 처리해놓고 "보험료는 다 내라"
국내 대형 보험사가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처리했다가 고객이 항의하자 보험 효력을 다시 살리려면 지난 보험료를 모두 내라고 요구해 논란이 벌어졌다.

2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시흥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2022년 9월 부친이 돌아가셔서 부친 명의로 들어놓았던 보험금을 수령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보험사 직원의 실수로 A씨도 함께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다.

당연히 그가 가입하고 있던 4개 보험상품도 모두 소멸했다.

보험사는 당시 이 문제를 즉시 파악하고 A씨에게 사과함과 동시에 보험 효력을 복원시켜놓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관련 업무가 다시 누락돼 그의 보험 효력은 작년 9월 보험 설계사가 발견할 때까지 1년 이상 계속 소멸 상태를 지속했다.

더 큰 문제는 이후 보험사의 대응이었다.

보험사는 A씨에게 보험 효력을 살리려면 소멸 기간의 미납 보험료 수백만 원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보험사가 잘못한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긴다고 생각했다.

보험료를 자동 이체되도록 해두었던 그는 보험료 연체나 미납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됐고 소멸 기간의 보험료를 내는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OK!제보] 산 사람 사망 처리해놓고 "보험료는 다 내라"
보험사는 자사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무조건 보험료를 모두 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상법상 보험료 청구권 소멸시효가 2년이라거나, 보험료 청구권은 2년 안에 행사하면 된다는 둥 규정만 갖다 대었다.

다만 지난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게 부담된다면 분할해 납부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선심 쓰듯이 제안했다.

이런 양측의 4개월 이상 대치 상황은 A씨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고 언론 취재가 시작되며 급반전됐다.

보험사는 A씨가 주장하는 대로 지난 1년간의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즉시 보험 효력을 살려주기로 했으며 정중하게 사과문까지 작성해 보내주었다.

사과문은 처음에 A씨의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작성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보험사는 "고객의 불편 사항이 접수돼 처리하는 과정 중 회사 담당 직원들의 업무 실수와 누락에 대한 충분한 사과 없이 원론적인 답변만 드렸다.

고객의 질의에도 신속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동일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고객 응대 직원 교육을 시행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A씨는 "보험 상품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료를 낼 수 없었다.

보험사가 고지 의무나 고객 관리를 소홀히 한 채 아무런 잘못이 없는 고객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며 횡포라고 생각했다.

만약 중간에 사고라도 났다면 더 큰 일이 생길 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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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