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국정원 차장 분석…대러 무기수출과 노동자 송출로 자금 확보
"김정은, 대러 밀착으로 통치자금 채우면서 민생 행보 여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밀착으로 통치자금을 채우면서 민생을 챙길 여유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정보원에서 20여년간 북한 분석관으로 활동하고 1·3차장까지 역임했던 한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24일 '이슈브리프'에서 김 위원장의 내외정세 인식이 최근 북한의 공세적인 대남정책 전환의 근간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 위원은 "(김정은이) 대러 밀착을 통한 '국방경제'와 인력송출로 통치자금이 채워지면서 여유를 부려 연초 농기계공장 시찰, 지방발전계획 제시 등 민생 행보도 늘리고 있다"고 봤다.

한국과 미국 등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포탄과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그 대가에는 곡물과 에너지 등이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 북한은 과거 노동자를 많이 파견했던 러시아 연해주와의 교류도 가속화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 300∼400명이 이달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하산 사이 기차역에서 목격됐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외국에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대북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위반이지만, 러시아에선 유학생 등 신분으로 위장해 불법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러시아 밀착으로 통치자금을 확보하자 민생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게 한 위원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 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인민의 물질문화 수준을 발전시키겠다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발표했다.

농기계 전시회를 방문하고 새로 건설된 닭공장을 현지지도하는 등 민생 행보를 부쩍 늘리고 있다.

한 위원은 또 김정은이 대외적으로는 "신냉전과 지정학의 귀환, 한미의 선거 등 주변 정세의 유동성, 북중러 연대 강화로 북한이 '전략 국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며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외부의 제재·압박이 가중되고 내부의 불평·불만 소리가 더 커져야 생존을 위한 수세적 전략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전쟁할 의사가 없다는 신호와 핵전쟁 준비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동시에 발신하는 것은 당장 '전쟁'은 아니더라도 핵 공갈이 포함된 '도발'을 예고한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한 위원은 "북한의 반응과 무관하게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았음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