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조업 생산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소비·투자도 내리막
반도체 업황 부진에 지난해 제조업 생산이 25년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 영향에 소비도2 003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설비투자 역시 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12월 산업생산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증가세를 유지하고 설비투자도 석달만에 늘었지만, 소매판매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은 전년보다 0.7% 증가했다.

먼저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 불황 영향으로 제조업 생산(-3.9%)이 줄며 3.8% 감소했다. 1998년(-6.5%) 외환 위기 이후 가장 감소폭이다.

반도체 생산은 5.3% 줄며 2001년(-15.3%)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서비스업은 도소매 등에서 줄었지만 금융·보험, 운수·창고 등에서 늘어 2.9% 증가했다.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0.2%) 판매는 늘었지만 비내구재(-1.8%), 준내구재(-2.6%)가 줄어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2003년(-3.2%)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전년(-0.3%)에 이어 2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가 작년과 재작년 좋지 않았던 상황이고 금리나 환율 영향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매판매액지수가 재화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판매액인데 소비의 흐름이 서비스 쪽으로 많이 흘러가는 트렌드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설비 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에서 투자가 모두 줄어 1년 전보다 5.5%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건축(9.8%)과 토목(1.3%)에서 공사 실적이 모두 늘어 전년대비 7.7%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실적을 보면 산업생산은 광공업·서비스업에서 모두 증가해 전달보다 0.3% 늘었다. 전달(0.8%)에 이어 두 달째 증가세다.

광공업에선 반도체(8.5%)·자동차(4.7%) 생산이 크게 늘었다. 디(D)램과 실리콘웨이퍼 등의 생산이 늘었고, 자동차의 경우 레저용(RV) 승용차와 하이브리드 승용차 등 완성차의 생산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제조업 재고는 1년 전보다 4.4% 감소했는데, 반도체 재고가 20.9% 큰 폭으로 줄었다. 이는 2001년 12월 반도체 재고 감소폭(-21.2%) 이후 22년만에 최대치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재고율)은 107.7%로 전달보다 8.6%포인트 하락했다.

소매판매는 내구재·준내구재에서 모두 줄어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11월 반짝 증가(0.9%)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가 늘어 5.5% 증가했다. 지난해 9월 8.7% 증가를 기록한 후 3개월만의 증가세다. 건설기성은 건축 공사 실적이 5.6% 줄면서 2.7%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고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상승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연간 산업활동은 연초 부진했던 제조업 생산이 3분기 연속 증가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의 회복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재부는 "민간소비는 완만한 둔화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건설투자는 부진했던 선행지표가 실적으로 가시화되면서 4분기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부문별 온도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