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보다 사법부 수장 적임 여부 검증…野, 이재명 수사 檢 압수수색 비판도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5일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사법부 편향성', '재판 지연' 문제 등을 거론하며 자질과 도덕성 등을 검증했다.

청문회 준비 기간 조 후보자에 대한 신상 관련 의혹 제기가 사실상 없었던 만큼, 앞선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 때와는 달리 여야 모두 대체로 사법부 수장으로서 적임자인지 따져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 청문회…'사법부 편향성·재판지연' 쟁점(종합)
국민의힘은 대법원장 공백 사태 72일째인 이날 청문회에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하며 조 후보자에게 사법부 정상화를 당부했다.

유상범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 체제에 대한 평가는 법원 내 코드 인사와 편 가르기, 심각한 재판 지연, 재판의 정치적 편향성과 공정성 시비 등 부작용만 낳았다는 것"이라며 "조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보여줬던 법원의 불신 같은 부분을 일소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형동 의원은 "재판 지연이 가장 많이 일어난 게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이라며 "민주당에서 무소속이 된 최강욱 의원은 기소된 지 3년 8개월 만에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당선무효가 된 (국민의힘) 김선교 전 의원은 3개월 만에 아웃됐다.

윤미향 의원은 1심에 1년 5개월이 걸렸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심에 그대로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혜 의원은 "유독 지연된 재판의 수혜는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 아니면 민주당 인사들만 지금 누리고 있다"며 "국민은 재판 결과를 보고 '법원이 특정 정당의 편을 드나?', '특정 정부의 하수인인가?'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가 공과가 있다.

수평적인 법조 문화에 기여한 측면도 있고 판결서 공개 등 국민 알권리를 충족시킨 것도 있지만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며 "여러 문제점을 정파적 관점이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다시 점검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한다면 역사에 남는 대법원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사법부의 독립과 중립성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단 하루를 하더라도 결코 사법부 독립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전날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한 것을 비판하며 조 후보자에게 관련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서영교 의원은 전날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김동연 경기지사가 선출되기 1년 전 벌써 이 전 지사는 그만뒀는데 검찰이 그곳에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와서 압수수색을 했다"며 "검사에게 왜 영장을 청구했는지 물어보고 사전에 심문하고 알아보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대법원장"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도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동일 사건, 동일 대상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이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게 적절한가"라고 따졌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에 대한 입장,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입장, 군사법원의 존속 필요성에 대한 입장, 법관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여야 공통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과거 조 후보자가 서울고법 재판장 시절 주한미군 성폭행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감형한 이유를 묻는 등 과거 판사 재직 시절 선고한 재판 결과를 둘러싼 질의도 있었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 청문회…'사법부 편향성·재판지연' 쟁점(종합)
조 후보자에 대한 덕담성 발언이 야당인 민주당에서 나오기도 했다.

서영교 의원은 대법원장직 제의를 한 차례 사양했다가 이번에 수락한 조 후보자에게 "'천번 만번도 더 사양하고 싶다.

국민과 나라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무거운 마음'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초심 그대로 갖고 계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문 의원은 "후보자의 청렴성과 도덕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후보자의 배우자가 과거 모친 간호로 인해 친정에 머무는 동안 3개월의 짧은 기간에도 전입 신고를 하는 등 사소한 부분도 지키고 중시하는 분이라 생각한다"고 했고, 홍정민 의원은 "후보자께서 사실은 굉장히 도덕적으로도 좋으시고 크게 흠결이 없으셔서 일각에서는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없어서 사법행정 경험이 부족하지 않냐는 정도의 흠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조 후보자는 흠이 없는 게 흠인 것 같다.

재산이나 경력 관계, 가족관계, 병역, 세금 하나도 흠 잡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청특위는 회의 시작 직후 위원장을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에서 같은 당 주호영 의원으로 교체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김 의원을 향해 "인청특위 위원장에서 사퇴하지 않으면 내일 청문회는 정상 진행될 수 없다"며 보이콧을 시사했고, 김 의원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지만 사법부 수장 공백을 빨리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