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의 디바'서 31세 아이돌 지망생 역…직접 노래 소화하기도
"누구나 마음속에 무인도 같은 공간이 있지 않나요?"
박은빈 "도전에 큰 욕심은 없어요…그때그때 소임을 다했을 뿐"
늦깎이 음대생 바이올리니스트('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남장 왕세자('연모'),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31세 아이돌 지망생('무인도의 디바')까지.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어렵고 까다로운 배역에도 섬세한 연기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배우 박은빈을 두고 사람들은 '도전의 아이콘'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박은빈은 "도전의 아이콘이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 어려운 선택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저 "그때그때 마음에 충실한 선택을 내리고, 맡은 소임을 다했을 뿐"이라고 했다.

박은빈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따랐고, 스스로 내린 결정에 책임질 줄 아는 삶을 살겠다는 마음으로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쌓아왔다"며 "지나고 보니 어려운 길이었던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박은빈 "도전에 큰 욕심은 없어요…그때그때 소임을 다했을 뿐"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까지 열심히 살 생각은 전혀 없어요.

세상에는 이미 부딪쳐야 할 일들이 너무 많잖아요.

나 자신에게는 좀 더 관대해지자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어쩌다 보니 '해내야 하는' 역할을 맡아서 소임을 다했을 뿐입니다.

"
지난해 주연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급 인기를 끌며 '무거운 왕관'을 쓴 박은빈은 따뜻한 위로가 돼줄 것 같은 '무인도의 디바'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그는 "서목하는 (작품 성공으로) 좋았지만 소란스러웠던 제 마음을 잘 청소해줄 것만 같았다"고 돌아봤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속 서목하는 어느 역경도 당차고 꿋꿋하게 이겨내는 인물이다.

춘삼도에서 횟집을 하는 홀아버지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면서도 가수라는 꿈을 키웠고, 아빠에게서 도망치려다 바다에 빠져 표류하게 된 무인도에서는 홀로 무려 15년이라는 세월을 버텨낸다.

박은빈 "도전에 큰 욕심은 없어요…그때그때 소임을 다했을 뿐"
박은빈은 "대본을 읽었을 때, 무인도라는 공간이 내 마음속에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되짚었다.

그는 "누구에게나 소리를 질러도 메아리만 돌아오는 외롭고, 공허한 무인도 같은 공간이 마음속에 있지 않으냐"며 "우리 모두 살면서 한 번쯤은 각자의 무인도에 갇힌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무인도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품고 세상으로 나오는지에 따라 삶이 영향을 받는데, 서목하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 과정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탈출해 사회에 첫발을 디딘 서목하는 곱지 않은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딱하고 운이 없다며 동정한다.

인생에 가장 빛나는 청춘을 무인도에서 보냈다며 끌끌 혀를 찬다.

박은빈 "도전에 큰 욕심은 없어요…그때그때 소임을 다했을 뿐"
그러나 목하는 그들의 걱정과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무일푼이지만 무인도에서 돈 한 푼 없이 15년을 살았고, 험한 세상이라지만 불을 피우는데 반나절을 쓰던 무인도에서도 잘 살아남았다.

31살은 늦은 나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목하는 15년 전에 품었던 가수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다.

'그저 소임을 다할 뿐'이라는 박은빈은 가수를 꿈꾸는 서목하를 연기하기 위해 노래를 배웠다고 한다.

박은빈은 "시청자들의 몰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직접 노래를 불러서 진정성을 보여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모두 제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6개월 동안 총 43번의 개인지도를 받으면서 기본기부터 닦았다는 박은빈은 "수업을 받으면서 제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알아보고 싶었다"며 "고되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웃었다.

박은빈 "도전에 큰 욕심은 없어요…그때그때 소임을 다했을 뿐"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해 27년 동안 일탈 없이 묵묵하게 카메라 앞에 서 온 박은빈은 공백기 없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우영우'로 지난 4월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박은빈은 "4월 28일 받은 상이 제게 터닝포인트가 돼줬다"고 밝혔다.

그는 "상을 받기 위해 연기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큰 상을 받고 나니 부담감을 내려놓고서 오히려 좀 더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 "대중들은 '대박'을 원하시는 것 같은데, 초대박이 났던 '우영우' 같은 행운이 제게 또 올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니 조급해하지 않고 할 일을 하나씩 해나가겠다"고 싱긋 웃어 보였다.

박은빈 "도전에 큰 욕심은 없어요…그때그때 소임을 다했을 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