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전서 강원과 0-0 무승부…최하위로 '사상 첫 강등'
'강등 악몽'으로 수원과 로맨스 끝낸 염기훈 "고개 들 수 없다"
"팬분들께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죄송합니다.

"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의 염기훈 감독대행은 14년 동안 몸담은 구단의 강등이라는 충격적인 결과 앞에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수원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마지막 38라운드 홈 경기에서 강원FC와 0-0으로 비기며 최하위, 그리고 K리그2(2부)로의 강등을 확정했다.

K리그의 대표적인 인기 구단이자 4차례나 리그 우승을 일군 '명가' 수원은 1995년 창단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2부 추락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국가대표 출신 윙어 염기훈은 2010년부터 줄곧 수원에서 뛰었다.

수원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축구인 중 하나다.

올해는 플레잉 코치로 시즌을 시작했고, 9월 김병수 감독이 경질된 뒤로는 감독대행으로 팀을 지휘했다.

사랑하는 수원의 반등을 끝내 만들어내지 못한 염기훈 감독대행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강등 악몽'으로 수원과 로맨스 끝낸 염기훈 "고개 들 수 없다"
그는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고, 좀처럼 정면을 바라보지 못했다.

염기훈 감독은 "(너무 수비적으로 임한 것은) 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올 시즌 수원은 매우 무기력했다.

계속된 성적 부진으로 사령탑이 3번이나 바뀌었다.

시즌 막판에는 선수단도 어수선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스타급 선수들의 일탈 행위가 팀 분위기를 흐린다는 소문이 축구계에 나돌았다.

염기훈 감독대행은 '강등의 가장 큰 이유를 꼽아달라'는 말에 "선수들한테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많이 혼란스러웠을 거고 그런 부분이 선수단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점점 쪼그라든 모기업의 투자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처음 수원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스쿼드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그때와 비교해 예산 면에서 많이 열악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금 선수들도 충분히 잘해줬지만, 이름 있는 선수들, 조금 더 좋은 선수들이 우리 팀에 같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래도 수원 구단의 전체 예산이 중위권 이상 수준은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염기훈 감독대행은 "그 말도 맞다.

선수 영입이 됐던, 다른 어떤 문제점이 됐던, 적시 적소에 써야 할 게 안 된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등 악몽'으로 수원과 로맨스 끝낸 염기훈 "고개 들 수 없다"
그러면서도 "투자가 있어야 팀은 기존의 선수에, 외부에서 데려오는 선수들을 조화시켜 더 단단해진다"면서 "과거 수원과 지금의 수원은 많이 다르다.

그 첫째는 투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염기훈 감독대행은 다시 선수로 뛸 계획은 없다.

올해가 선수로서의 은퇴 시즌이었다.

그런데 14년간 몸담은 수원의 강등을 경험하는 '악몽'으로 현역 생활을 마치게 됐다.

염기훈 감독대행은 "항상 지도자를 하고픈 마음이 컸다.

(수원) 구단과의 일은 지금부터 얘기를 해 나가야 되겠지만, 수원이 됐든 다른 데를 가든 지도자의 삶을 살겠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수원에서 계속 뛴 것은 내 선택이었고, 그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비록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 은퇴하지만, 앞으로도 수원이 잘될 수 있게 멀리서 바라보며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