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지난 10년간 역행…사령탑 교체로 위기 막기 '미봉책'도 한계
'레알 수원'이 어쩌다 2부리그로…투자도 운영도 '낙제'
'왕가의 몰락.'
K리그 4차례 우승별(1998·1999·2004·2008년)과 대한축구협회(FA)컵 5회 우승(2002·2009·2010·2016·2019년)에 빛나는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이 창단 이후 처음 2부 리그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수원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강원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B 38라운드 최종전에서 득점 없이 비기며 정규리그 꼴찌를 확정, 다음 시즌 K리그2(2부리그)로 자동 강등됐다.

1995년 창단해 1996년부터 K리그 무대에서 나선 수원은 팀 창단 이후 첫 2부리그 강등의 수치를 맛보게 됐다.

수원은 K리그 진출 3시즌 만에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더니 이듬해 2연패까지 차지하며 신흥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과 2008년에도 우승하며 통산 4번째 우승별을 새겨 '축구 명가'의 입지를 다졌다.

당시 벤치 멤버만으로도 다른 구단 1군 수준의 팀을 꾸릴 수 있다는 농담을 들으며 '레알 수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삼성스포츠단의 운영 주체가 2014년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추락이 시작됐다.

수원 삼성을 비롯해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 여자 농구 삼성생명 블루밍스,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까지 모두 제일기획 산하로 흡수됐다.

'레알 수원'이 어쩌다 2부리그로…투자도 운영도 '낙제'
마케팅 고도화를 통한 이익 창출을 모토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구단은 적자구조를 피하려고 긴축재정에 들어갔고, 결국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승강제가 처음 도입된 2013년 K리그에서 수원은 총연봉 90억6천742만원을 지출하며 '인건비 1위'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전북 현대(118억원)에 선두를 내주고 2위(98억6천400만원)를 기록했다.

수원의 선수단 인건비는 2015년 87억원대로 줄었고, 이후 76억원대까지 떨어진 이후 70∼80억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에는 88억7천583만9천원으로 K리그1 구단(김천 상무 제외) 가운데 8번째 순위에 그쳤다.

올해 K리그 우승팀 울산 현대가 2013년 63억원에서 지난해 176억원으로 3배 가까이 선수 인건비를 늘린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만 하다.

선수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이지 못하다 보니 팀 순위도 하락을 거듭했다.

2014∼2015년 연속 2위를 차지했던 수원은 2019년 8위로 마감하더니 2020년 8위, 2021년 6위, 2022년 10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수원은 올해 결국 최하위로 추락하며 승강 PO 진출의 기회도 못 잡으며 2부 강등을 맛봤다.

지난 10년간 '인건비 제자리걸음'에 멈춘 수원은 목표가 '우승'에서 '파이널A' 잔류로 바뀌더니 최근에는 '1부 잔류'로 쪼그라들고 말았다.

과연 합리적인 투자가 이뤄졌는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레알 수원'이 어쩌다 2부리그로…투자도 운영도 '낙제'
재정뿐만 아니라 구단 프런트의 아쉬운 운영도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수원은 올해 초 오현규를 셀틱(스코틀랜드)으로 이적시키면서 이적료 300만 유로(약 42억원·추정치)를 받았다.

사실상 한 해 선수단 총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하지만 오현규의 공백을 메울 선수 보강은 아쉬움만 남겼다.

올해 2월 뮬리치를 영입했지만 4골 1도움에 그쳐 사실상 실패한 영입이 됐다.

여기에 구단의 위기를 '감독 교체'로만 넘어가려 했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2020년 7월 이임생 감독이 사퇴한 이후 박건하 감독→주승진 대행→이병근 감독→최성용 대행→김병수 감독→염기훈 대행 체제까지 3년 동안 '감독 사퇴-대행 체제'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선수 선발과 사령탑 선정에 장기적인 비전 없이 순간의 위기만 넘어보겠다는 미봉책이 결국 2부 추락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꼴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