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들 항상 모여와…'퀴어 공간'은 관계망이자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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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소수자 공간사 다룬 다큐 '홈그라운드' 권아람 감독
출연자 윤김명우 "나이 든 레즈비언으로서 후배들 곁에 계속 남고파" 명동 다방부터 홍대 클럽까지, 레즈비언 공간의 역사는 50년이 훌쩍 넘는다.
동성애자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1970년대에도, 레즈비언 부부가 아이를 낳는 오늘날에도 여성 성소수자들은 자기들만의 공간을 갈망한다.
오는 6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홈그라운드'는 레즈비언 50년 공간사를 되짚으며 이들이 왜 이토록 공간에 목말라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젊은 시절 명동 일대를 주름잡고 40대부터는 국내 최초의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를 운영한 윤김명우(67) 씨의 삶도 조명한다.
'홈그라운드'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상에서 각각 2관왕에 오른 권아람 감독과 출연자 윤김명우 씨를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레스보스에서 만났다.
권 감독은 "2018년 성소수자의 집을 들여다본 '퀴어의 방' 연출을 끝내자 이들의 방 바깥 장소에 대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예전에 만난 적 있는 '명우 형'이 생각나 오랫동안 퀴어 공간을 운영한 사람의 마음을 다뤄보고 싶었다"고 했다.
명우 씨는 1996년 마포구 공덕동에서 문을 연 레스보스에 손님으로 왔다가 2000년부터 이곳을 직접 운영했다.
방송 매체를 통해 커밍아웃도 했다.
그는 "내가 70년대에 생활했던 것과 반대로 젊은 친구들은 성소수자 인권 활동을 하더라"라며 "장사로 돈만 벌 게 아니라 나도 얘네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커밍아웃 당시 성소수자들에게선 응원이 쏟아졌지만, 가족들 사이에선 '창피 거리'가 됐다고 떠올렸다.
막냇동생은 "언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울고불고했다고 한다.
명우 씨는 20대 중반 부모님의 결혼 압박이 시작되자 그때부터 집을 나가 홀로 살았다.
여자가 결혼하기 싫다는 이유로 분가를 한 건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집에 찾아온 중매쟁이를 3번 퇴짜 놓았다.
방에서 문을 걸어 놓고 나오지 않았다"며 웃었다.
명우 씨는 30대까지 다른 사업을 하며 생계를 꾸리다가, 레스보스가 재정난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내가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게를 인수했다.
신촌으로 확장 이전한 이후에는 4층 가게 입구부터 건물 밖 대로변까지 대기 줄이 늘어설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부산이나 대구 등 지방은 물론이고 해외 교포들도 이곳을 찾았다.
그는 "지금이야 레즈비언 바가 홍대에만 열군데도 더 있지만, 그때만 해도 여성 성소수자들이 갈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권 감독은 퀴어에게 공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비슷한 사람을 만날 곳이 사회적 약자인 이들에게는 더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레스보스에는 성소수자들이 문 열고 들어오면서부터 느끼는 편안함이 있다"며 "이곳에서 사람을 사귀고 대화하며 관계망이 형성된다.
퀴어 공간은 단순한 업소가 아니라 일종의 커뮤니티이자 서로를 돌보는 만남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권 감독은 다큐멘터리에서 1974년 폐업한 명동 '샤넬 다방'에서부터 레즈비언 공간의 출발점을 찾는다.
원래 여성 전용 다방이었던 이곳은 성소수자가 하나둘 모이며 퀴어 공간이 됐다.
그러나 퇴폐 업소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손님들이 체포되고 문을 닫았다.
권 감독은 이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70대의 레즈비언과 트랜스젠더들을 인터뷰했다.
그는 "성소수자들은 '롤모델'이 없기 때문에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면서 "늙는다는 게 대단한 것이 아니고, 지금 모습 그대로 살다 보면 미래가 있다는 걸 이들의 일상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명우 씨가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에도 레스보스를 놓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나이 먹은 사람이 없지 않으냐"는 그는 '후배들' 곁에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했다.
여성 성소수자가 살아가기엔 척박하기 그지없던 시절을 지나 일흔을 앞둔 나이에도 레스보스를 운영하고 인권 운동까지 하는 명우 씨를 버팀목으로 생각하는 젊은 성소수자들이 많다고 권 감독은 전했다.
명우 씨는 "다른 장사를 하면 지금보다 돈은 잘 벌겠지만, 그런 욕심을 다 내려놓은 지 오래"라면서 "웬만큼 손해 보지 않으면 건강할 때까지 하다가 나중에 떠나면 된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권 감독은 "명우 형이 레스보스를 유지하는 건 후배들을 위한 헌신의 마음이 가장 크다"면서도 "그런데 촬영하며 보니까 명우 형에게도 레스보스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장소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출연자 윤김명우 "나이 든 레즈비언으로서 후배들 곁에 계속 남고파" 명동 다방부터 홍대 클럽까지, 레즈비언 공간의 역사는 50년이 훌쩍 넘는다.
동성애자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1970년대에도, 레즈비언 부부가 아이를 낳는 오늘날에도 여성 성소수자들은 자기들만의 공간을 갈망한다.
오는 6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홈그라운드'는 레즈비언 50년 공간사를 되짚으며 이들이 왜 이토록 공간에 목말라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젊은 시절 명동 일대를 주름잡고 40대부터는 국내 최초의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를 운영한 윤김명우(67) 씨의 삶도 조명한다.
'홈그라운드'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상에서 각각 2관왕에 오른 권아람 감독과 출연자 윤김명우 씨를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레스보스에서 만났다.
권 감독은 "2018년 성소수자의 집을 들여다본 '퀴어의 방' 연출을 끝내자 이들의 방 바깥 장소에 대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예전에 만난 적 있는 '명우 형'이 생각나 오랫동안 퀴어 공간을 운영한 사람의 마음을 다뤄보고 싶었다"고 했다.
명우 씨는 1996년 마포구 공덕동에서 문을 연 레스보스에 손님으로 왔다가 2000년부터 이곳을 직접 운영했다.
방송 매체를 통해 커밍아웃도 했다.
그는 "내가 70년대에 생활했던 것과 반대로 젊은 친구들은 성소수자 인권 활동을 하더라"라며 "장사로 돈만 벌 게 아니라 나도 얘네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커밍아웃 당시 성소수자들에게선 응원이 쏟아졌지만, 가족들 사이에선 '창피 거리'가 됐다고 떠올렸다.
막냇동생은 "언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울고불고했다고 한다.
명우 씨는 20대 중반 부모님의 결혼 압박이 시작되자 그때부터 집을 나가 홀로 살았다.
여자가 결혼하기 싫다는 이유로 분가를 한 건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집에 찾아온 중매쟁이를 3번 퇴짜 놓았다.
방에서 문을 걸어 놓고 나오지 않았다"며 웃었다.
명우 씨는 30대까지 다른 사업을 하며 생계를 꾸리다가, 레스보스가 재정난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내가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게를 인수했다.
신촌으로 확장 이전한 이후에는 4층 가게 입구부터 건물 밖 대로변까지 대기 줄이 늘어설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부산이나 대구 등 지방은 물론이고 해외 교포들도 이곳을 찾았다.
그는 "지금이야 레즈비언 바가 홍대에만 열군데도 더 있지만, 그때만 해도 여성 성소수자들이 갈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권 감독은 퀴어에게 공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비슷한 사람을 만날 곳이 사회적 약자인 이들에게는 더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레스보스에는 성소수자들이 문 열고 들어오면서부터 느끼는 편안함이 있다"며 "이곳에서 사람을 사귀고 대화하며 관계망이 형성된다.
퀴어 공간은 단순한 업소가 아니라 일종의 커뮤니티이자 서로를 돌보는 만남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권 감독은 다큐멘터리에서 1974년 폐업한 명동 '샤넬 다방'에서부터 레즈비언 공간의 출발점을 찾는다.
원래 여성 전용 다방이었던 이곳은 성소수자가 하나둘 모이며 퀴어 공간이 됐다.
그러나 퇴폐 업소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손님들이 체포되고 문을 닫았다.
권 감독은 이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70대의 레즈비언과 트랜스젠더들을 인터뷰했다.
그는 "성소수자들은 '롤모델'이 없기 때문에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면서 "늙는다는 게 대단한 것이 아니고, 지금 모습 그대로 살다 보면 미래가 있다는 걸 이들의 일상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명우 씨가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에도 레스보스를 놓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나이 먹은 사람이 없지 않으냐"는 그는 '후배들' 곁에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했다.
여성 성소수자가 살아가기엔 척박하기 그지없던 시절을 지나 일흔을 앞둔 나이에도 레스보스를 운영하고 인권 운동까지 하는 명우 씨를 버팀목으로 생각하는 젊은 성소수자들이 많다고 권 감독은 전했다.
명우 씨는 "다른 장사를 하면 지금보다 돈은 잘 벌겠지만, 그런 욕심을 다 내려놓은 지 오래"라면서 "웬만큼 손해 보지 않으면 건강할 때까지 하다가 나중에 떠나면 된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권 감독은 "명우 형이 레스보스를 유지하는 건 후배들을 위한 헌신의 마음이 가장 크다"면서도 "그런데 촬영하며 보니까 명우 형에게도 레스보스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장소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