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 "대응방안 검토"·KB증권, 상황 주시…소송전 번지나
임기 남은 CEO들 중징계에 '직무대행' 등 경영 불확실성 가능성도
증권사, CEO 펀드사태 중징계에 '대응 검토'…경영부담 우려도
증권팀 = 금융위원회가 29일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사태 관련 판매사 최고경영자(CEO) 중징계를 확정하자 해당 증권사들이 대응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징계 수준을 어느 정도 예상한 분위기지만, CEO의 중징계로 해당사들의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제21차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 등 관련 7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위반에 대한 조치를 의결했다.

특히 업계가 결과를 주목해온 CEO 징계 건과 관련해 KB증권의 박정림 대표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을 내렸고,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 중징계를 결정한 금융감독원 제재 조치안을 확정했다.

박 대표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함께 펀드에 레버리지 자금을 제공한 점이, 정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이 각각 징계 사유가 됐다.

대신증권 양홍석 부회장에게는 '주의적경고' 조치가 의결됐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으로 구분되는데 문책경고부터는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돼 중징계로 분류된다.

CEO에게 중징계가 내려진 해당 증권사들은 대응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금융위 결정 이후 "금융위의 결정에 대해 내부적으로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짤막한 입장을 내놨다.

대응 방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장 강한 수위의 징계를 받은 KB증권의 경우 이날 즉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징계를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일각에서는 중징계 확정에 당혹스러운 기류도 읽힌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3월 말 이후 판매사 CEO 징계안 심의를 중단했다가, 작년 말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관련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자 심의를 재개했다.

손 전 회장이 내부통제 부실 등을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지만 '징계 근거가 없으니 이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한 것인데, 당시 대법원은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준수' 의무 위반은 구별돼야 한다고 봤다.

이에 업계는 대법원 판결이 손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내부통제 기준 관련 위반으로 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증권사 CEO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손 전 회장의 판례에도 이런 징계 수위가 나온 건 해당사들로서는 좀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이 지난 8월 라임·옵티머스 사태 추가검사를 통해 대규모 횡령과 유력인사 등의 특혜성 환매를 밝혀낸 데다, 올해 줄곧 '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와 '영풍제지 사태' 등 증권가 잡음이 끊이지 않자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문제에 대한 여론이 악화해온 점은 징계를 앞둔 CEO들에게 부담 요인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징계로 해당 증권사들의 경영상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정영채 NH증권 대표의 경우 2018년 3월 대표직을 맡아 3연임에 성공,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소송이 진행되면 이론상으로는 연임에 도전할 수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각자 대표 체제인 KB증권은 박정림 대표의 직무정지 기간 김성현 대표가 박 대표의 관할업무까지 직무대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임기는 다음 달 말까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임기가 남은 정 대표의 경우도 중징계를 받은 상태로 대표직을 수행하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직무대행 체재로 가다가 새 대표를 뽑는 수순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의 경우 경징계인 만큼 연말 인사에서 유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