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입지 강화 등 다목적 포석…'공천학살 말라' 경고 메시지 해석도
비명계 세력 약화에 신당론 현실적 한계…선거제 개편도 변수
野, '이낙연 신당설'에 "창당 쉽지 않다" "새 시도 할 수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 체제를 작심 비판하면서 비명(비이재명)계 중심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놓고 29일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 주최 행사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는 항상 골똘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제3지대 정치세력에 대해선 "문제의식과 충정에 공감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정치권 관심을 증폭시키는 것은 신당론을 일축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여기에다 이 전 대표는 이 행사에서 이 대표 리더십과 강성지지층 중심의 팬덤 정치를 맹비난해 창당을 염두에 둔 비명계 규합 신호탄을 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은 실제로 신당을 준비 중이고, 이 전 대표 최측근인 윤영찬 의원이 당내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서 활동 중이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민주당의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한층 강화됐고, 이 전 대표 주변의 세가 약하다는 점이 신당론 한계로 거론된다.

더구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총선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현재의 준연동형이 아닌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합의한다면 창당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신당론을 부인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당내 입지를 키우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자 '비명계 공천 학살을 말라'는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만약 공천 과정에서 비명계가 대거 탈락한다면 이낙연 신당론의 동력은 금세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여러 시나리오가 있다 보니 당내에선 '이낙연 신당설'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일단 지도부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신당설'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면서 "정당 창당은 쉽지 않다"고 일축했다.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과 함께 정치 인생과 모든 과정을 다 해왔다"며 이 전 대표의 탈당 및 신당 창당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친명 성향의 진성준 의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당이 더 많은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당에 남아 노력할 분이지 당을 나가서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도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여지를 열어두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이낙연계 인사는 통화에서 "지금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이 추진하는 신당도 잘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당이 어떻게 하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새로운 시도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비명계 학살'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이 전 대표가 모종의 결단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이 전 대표가 이 대표 체제를 직격한 것을 두고 친명계 중심으로 비판이 나오면서 계파 갈등 재점화 우려도 나온다.

친명 성향 무소속 김남국 의원은 전날 SNS에 "철저하게 반성문을 써야 할 분이 자기 책임은 모두 망각한 채로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의 어른으로 당내 계파 갈등을 완화하고 당내 통합에 힘을 보태줘야 할 분이 도리어 계파 갈등을 재부각시키고 당내 분란을 더 키울 기폭제가 될만한 발언을 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라고 적었다.

김영진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비판한 것에 대해 "왜 재판 리스크가 생겼을까 그 원인에 대해 한번, 같은 당에 있는 동지로서, 민주당이라는 한 우물을 같이 먹는 사람으로서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