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항공우주협회 부회장, 설명회서 부처 무관심 속 산업 표류 지적
"항공우주 산업 지금 기회 불어와…놓치면 OEM 생산국 될 것"
국내 항공산업과 우주산업이 주무 부처들의 무관심과 안일한 대처 속에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은 28일 경남 사천 협회 경남지부에서 과학기자단 대상 설명회를 열어 "항공우주 산업에 최근 불어온 기회를 놓치면 선진국으로 가지 못하고 지금 항공기를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만 생산하듯 가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회장은 항공 분야에는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우주 분야는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며 큰 기회를 맞고 있지만 관련 생태계가 전혀 준비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최근 우주항공철 설립이 표류하는 가운데 부처들 또한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하고 "산업부는 원래도 항공 관련 인원이 3명이었는데 우주항공청이 생긴다니까 손절하고 있고, 과기정통부도 우주항공청이 아직 생기지 않았으니 전혀 항공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협회는 현재 항공과 우주분야 제조산업이 인력부족 등 생산환경 변화 문제와 선진국과의 기술 수준 편차, 경제적으로는 원가 압박과 재정 건전성 악화를 겪는 등 삼중고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디어투어를 진행한 기업들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경남 진주 소재 항공기업인 에이엔에이치스트럭처는 복합소재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처음으로 중대형 민수 항공기 부품에 대한 유럽항공안전청 설계조직인증을 받는 등 기술력을 갖췄지만, 만성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안현수 에이엔에이치스트럭처 대표는 "현재 수주가 됐거나 수주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50명을 뽑아야 한다"며 연초부터 이런 계획을 가졌음에도 여전히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우주 산업 지금 기회 불어와…놓치면 OEM 생산국 될 것"
항공기 부품기업 아스트는 보잉 737 후방동체를 주로 생산하며 2019년 매출액 1천446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코로나19와 보잉 737 안전 문제가 겹치며 매출 544억원으로 급전직하했다.

올해 매출은 2천900억원을 전망하는 등 다시 성장세를 회복했으나 앞선 여파로 지난 7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황이다.

우주산업 분야도 통신위성사업 등 신산업이 임박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잇따라 떨어지는 등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짚었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담은 2027년까지 1조7천억원을 투자해 2045년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의 10%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과기정통부가 허구적 내용을 만들어 놨다"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그는 "과기정통부는 태생이 산업적 태도를 가지라고 만든 곳이 아니다"며 산업적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해외 우주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우주 산업 지금 기회 불어와…놓치면 OEM 생산국 될 것"
또 그는 정부가 우주 헤리티지(우주환경 검증 이력)를 확보한다며 너무 느린 호흡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이엔에이치스트럭처의 경우 연구개발(R&D) 예산 75억원을 받아 누리호에 들어가는 2단 추진제탱크 무게를 기존 금속재 대비 30% 이상 경량화한 제품을 개발했지만, 헤리티지를 이유로 활용되지 못했다.

기업은 새 제품을 검증하기 위한 장비에 5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입했지만, 현재는 활용도가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스페이스X가 발사체 엔진에 자동차 엔진용 펌프를 도입해 비용을 절감한 사례를 언급하며 "새로운 에어 모빌리티와 신생우주산업에 경제적 이익이 많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린 헤리티지만 생각하고 있다"며 필름을 계속 쓰면서 디지털카메라도 사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우주항공청을 추진하고 있지만, 리더십이 있어야 현실을 바꿀 수 있다"며 정부가 거버넌스를 빠르게 구축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낙후된 항공우주 산업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여러 중소기업이 모여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중소기업 스마트 클러스터' 방식을 향후 우주항공청이 만들어지면 제안할 계획이라고 그는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