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규모 커지면 342개까지 규제 늘어…낡은 제도 정비해야"
"규제 탓에 성장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 기업 증가"
규모가 커질수록 적용되는 규제도 늘어나 되려 성장을 꺼리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 국내 기업들에도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피터팬 증후군'은 동화 속 주인공 피터팬 이름을 따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언제까지나 아이로 남고 싶어 하는 일부 현대인들의 심리를 뜻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9일 공개한 4분29초 분량의 '기업이 성장하면 규제가 얼마나 늘어날까요' 영상 자료에 따르면 한경협 조사 결과 기업 규모 확대에 따라 규제도 모두 8단계에 걸쳐 최대 342개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성장을 거듭해 자산총액 5천억원을 넘긴 A기업을 예로 들었다.

종전에 57개 규제만 적용받던 A기업은 이때부터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을 벗어나게 돼 126개 규제가 즉시 추가된다.

결과적으로 총 183개 규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A기업이 더 성장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총 274개 규제가 적용된다.

더 나아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들어갈 경우 A기업에는 총 342개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한경협은 이러한 규제 증가로 기업들이 오히려 규모 키우기를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을 앓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0년 내 중소기업을 졸업한 국내 중견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77%는 중소기업 졸업 후 지원 축소와 규제 강화 등 새로 적용받게 된 정책 변화를 체감하고 있거나 체감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경협은 "전체 규제 가운데 20년 이상 된 낡은 규제가 30% 이상을 차지한다"며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을 꺼리는 상황에서 규제 늪에 빠지지 않게 낡은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