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KLPGA 오뚝이 이다연 "시련은 불운 아니라 성장 자양분"
23일 경남 김해 가야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ㆍ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 라운드에서 이다연은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5위(4언더파 212타)로 대회를 마쳤다.

2016년 KLPGA투어에 데뷔해 올해 8년 차인 이다연은 통산 6승을 올린 KLPGA투어의 강자다.

작은 체격에도 강력하고 안정된 스윙과 집중력은 KLPGA투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이다연보다 우승을 더 많이 거둔 KLPGA투어 현역 선수는 박민지, 장하나, 이정민, 김해림, 안선주 등 5명뿐이다.

특히 이다연은 가장 어려운 코스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 한국오픈과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이다연은 유난히 시련을 많이 겪었다.

그리고 시련을 맞을 때마다 주저앉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신인이던 2016년엔 갑작스럽게 드라이버 입스가 찾아와 13차례 대회에서 12차례 컷 탈락하면서 하마터면 시드를 잃을 뻔했다.

그는 시즌 막판 3개 대회에서 톱10에 두 번 입상하면서 극적으로 상금랭킹 60위 이내에 진입해 시드를 지켰다.

2017년에도 큰 시련이 찾아왔다.

시즌을 앞둔 3월 훈련 도중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수술을 받고 한 달 동안 병원에 누워서 지내는 사이 시즌은 시작됐다.

퇴원하고도 골프 스윙을 하기까지는 한 달이 더 걸렸다.

시즌이 개막하고 11개 대회가 치러진 뒤에야 필드에 복귀했지만 2개 대회 연속 기권에 이어 4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이었다.

다시 시드 걱정을 할 처지였다.

이다연은 보란 듯이 다시 일어났다.

상금순위 78위로 10월 팬텀 클래식에 출전한 이다연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두 번째 우승을 거두고 2019년에는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을 포함해 3승을 쓸어 담아 꽃길을 걷는 듯했던 이다연은 또 한 번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지며 2년 가까이 통산 6승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힘든 시기를 가족의 힘으로 이겨낸 이다연은 2021년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 정상에 오르며 다시 일어섰다.

그러나 불운은 끝난 게 아니었다.

작년 상반기에 팔목 통증이 찾아와 병원을 찾았던 이다연은 팔목 인대가 파열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더는 골프를 쳐서는 안 된다며 당장 수술을 권했다.

8월 수술을 받은 그는 하반기를 통째로 쉬었다.

겨울 훈련도 생략한 이다연은 이번 시즌 시작 한달 보름 전에야 골프채를 잡았다.

풀 스윙을 시작한 게 3월 중순이었다.

그런데 이다연은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공동 22위로 컷을 통과했다.

이다연은 "생각보다 샷이 잘 되어서 나도 좀 놀랐다"고 말했다.

강풍과 추위 속에서 수술 부위가 덧날까 우려해 기권했지만 이다연은 다시 한번 시련을 이겨낼 희망을 봤다.

이어진 메디힐ㆍ 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공동 18위에 오른 이다연은 올해 세 번째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펼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다연은 "전에 겪었던 발목 부상이나 이번에 당한 팔목 인대 파열을 불운이라고 여기고 싶지는 않다.

나는 왜 이렇게 운이 나쁠까 생각할 시간에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작은 체격과 잦은 부상에 대해 이다연은 "타고난 신체 조건이 우월하면 유리한 건 맞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얼마든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게 나한텐 다행"이라고 웃었다.

이다연은 시련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이라고 믿는다.

"시련을 통해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는 이다연은 "다행히 샷 감각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퍼팅 감각도 살아 있어서 다시 잘 해낼 자신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여기 경기장에 다시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권하지 않고 완주한 것만도 감사하다"는 이다연은 "아파서 쉴 때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한다'는 손흥민 선수의 말을 듣고 마음에 깊이 새겼다"고 소개했다.

이다연이 또 하나 가슴에 새긴 어록은 "상대 선수의 실수를 기대하던 내가 부끄러웠다"는 올림픽 여자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의 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