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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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5일 수출 통제를 시작한 반도체와 가스터빈 엔진 관련 소재와 기술은 중국이 중점 개발하고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중국은 “미국이 탄압을 지속하면 글로벌 공급망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수출 통제 리스트는 미국 상무부의 수출 관리 규정 가운데 하나로 모든 국가에 적용된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부 산업안전국 부국장은 “새로 추가한 4종의 품목은 군사와 산업 부문에서 기존 질서를 흔들 수 있다”며 “미국은 국가 안보를 확보한다는 전제 아래 수출을 허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와 산화갈륨은 고온·고전압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소재다. 가스터빈은 로켓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등 항공우주 부문에 적용된다.

美, 수출 통제로 中 반도체 생태계에 비수…中 "글로벌 공급망 파행"
미국은 통제 대상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를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상 반도체 칩에 쓰이는 가펫(GAAFET) 구조용으로 한정했다. 가펫은 현재 5~7㎚급에 쓰이는 핀펫(FinFET)의 후속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가펫을 적용한 3㎚ 공정 양산에 들어갔다.

중국의 유력 반도체 설계전문업체(팹리스)들은 이미 5~7㎚급을 완성했다. 알리바바는 클라우드용 5㎚ 칩을 자체 개발했다. 바이두, 비런커지 등이 상용화한 자율주행용 칩은 7㎚급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3㎚ 이상급을 개발 중인 중국 팹리스는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미래 산업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 팹리스는 대부분 미국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독일 지멘스의 EDA를 쓴다. 지멘스의 EDA 사업부도 미국 멘토그래픽스를 인수한 것이어서 글로벌 EDA 시장은 사실상 미국의 독점 체제다.

케이던스와 시놉시스는 각각 최근 분기 매출의 13%와 17%를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미국 3사의 중국 EDA 시장점유율 합계는 77%에 달한다. 중국 토종 1위인 화다주톈의 점유율은 5.9%에 불과하다.

미국은 앞서 EDA 수출 통제로 중국 대표 기업인 화웨이의 날개를 꺾어놓았다. 2019년 5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화웨이와 함께 제재 대상에 올려 미국산 EDA를 쓰지 못하게 했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 최고급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5㎚급 칩을 설계할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제재 이후 하이실리콘의 핵심 인력은 쯔광그룹 등 중국 국유기업으로 대부분 이동했다.

중국은 미국의 추가 압박에 강하게 반발했다. 공산당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을 통해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에 이어 또 반도체를 정치화함으로써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중국이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을 배제하면 글로벌 제조업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다주톈, 카이룬 등 중국 EDA 업체들은 일부 공정에서 3㎚ 설계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