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적인 연애사·피지털 커먼즈

▲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 = 정연욱 지음.
서초동에 거주하는 조정호 씨는 편의점에 갈 때도 포르쉐를 타고 간다.

그는 술자리에서 얼큰하게 취하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에게 SNS는 내가 잘 나가고 있음을 세상에 알리는 선언과도 같다.

한남동에 사는 김현식 씨는 맛집 탐방이 취미다.

몇 번 근사한 곳에서 식사하면 월급은 바닥나지만, 건물주인 아버지 덕택에 오늘도 전국 곳곳의 맛집을 탐방한다.

그도 SNS를 통해 탁월한 식감과 미감을 뽐낸다.

연세대 박사과정 중에 있는 저자가 16개월 동안 2천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325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물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인플루언서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실감 나게 전달하기 위해 유형별로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 팩션(사실에 기반한 픽션)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전한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SNS에서 인플루언서가 되는 방법은 물질적 부를 자랑하거나 육체를 뽐내거나 지적인 면을 과시하는 경우 등 세 가지다.

저자는 물질파, 육체파, 정신파로 이들을 분류한 후 각 유형을 대표하는 4~5명의 인물을 통해 인플루언서의 삶을 밀도 있게 파헤친다.

천년의상상. 294쪽. 1만7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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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공적인 연애사 = 오후 지음.
'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등의 책을 펴낸 저자는 역사적 자료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애의 역사를 살펴본다.

저자에 따르면 원시·고대 사회에서 남녀는 대체로 생식에 주력했고, 사유재산이 생기면서 생식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여성이 재산의 일부로 간주됐다.

일부일처제가 탄생한 배경이다.

중세에 태동한 연애는 근대에 이르러 본궤도에 올랐다.

산업 사회로 전환되면서 사람들이 도시로 모여들었고, 꼭 결혼에 목적을 두지 않은 '데이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하류층에서 활성화된 이런 데이트 문화는 상류층까지 확산했고, 연애-결혼-출산의 사이클이 형성됐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폴리아모리(다자간연애), 비혼 등 다양한 방식의 연애가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온라인, 가상세계 등의 추세를 보여주면서 미래의 연애 방식도 내다본다.

저자는 "평범한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모험지는 다른 사람뿐이고,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연애"라며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처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한다"고 말한다.

도서출판 날. 304쪽.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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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지털 커먼즈 = 이광석 지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인 저자는 플랫폼 자본주의가 득세하면서 '커먼즈'(공통장)가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공유경제와 플랫폼 경제는 커뮤니티와 사회 증여의 대상들에 '공유'와 '효율'의 명목 아래 아예 사유지의 말뚝을 박으려는 시장 욕망을 반영한다"고 지적하면서 플랫폼 질서에 맞선 '커먼즈'(공통장) 운동을 제안한다.

여기서 커먼즈는 "공통의 삶을 도모할 수 있는 유·무형 자원과 지식을 매개해 소속 공동체 구성원이 공생과 호혜의 관계를 맺고 적극적으로 자본주의 수탈에 맞서서 다른 삶을 기획하려는 대항의 구체적 방법론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책 제목의 '피지털'은 '피지컬'(physical·물질)과 '디지털'(digital·비물질)을 결합하여 만든 조어다.

오늘날 물질계와 디지털계의 공간 지각이 뒤섞인 혼합 현실이 출현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갈무리. 400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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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