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되는 막장 드라마처럼 보면 볼수록 답답함과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웹툰이 있다. `재앙은 미묘하게’가 그것이다. 지난 6월 네어버 웹툰에서 완결된 안성호 작가의 작품으로 독자들 사이에서는 ‘발암 웹툰’, ‘발암은 미묘하게’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재앙은 미묘하게’는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는 주민들 간 층간 소음, 이웃 갈등을 소재로 만들었다. 한적한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주민 간 집단 난장극이다.



주인공 ‘하송신’은 웹툰 스토리 작가로 글을 쓰기 위해 저렴하고 조용한 아파트를 선택한다. 하지만 윗집에서 내는 소음은 심했고 결국 환각과 환청 증상까지 생긴다. 주인공은 윗집을 찾아가 대화를 시도하지만 오히려 윗집 주인은 적반하장이다. 하송신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윗집에 소음 복수를 시도한다. 이렇게 시작된 소음 복수전은 윗집과 아랫집을 넘어 아파트 전체로 퍼진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에 하송신은 아파트를 떠나 산다.



그러나, 일 년 뒤 윗집을 향한 복수를 부추기고 자신의 편을 들어주었던 옆집 여자 ‘민주홍’으로부터 하송신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장을 받고 다시 아파트로 되돌아간다. 다시 찾아간 아파트는 이전보다 더욱 난장판이다. 5억원 손해배상청구는 그 동안 아파트 이웃간의 소음 전쟁으로 인근 축사 가축들이 집단 폐사되면서 요구된 것이다. 주민 간의 연쇄적인 소음 복수로 발생된 5억 원의 공적인 책임을 나누기 위해 민주홍은 각 세대마다 데시벨 측정기를 설치해 매주 벌금자를 선정하자고 제안을 한다. 주민들은 합의를 하고 벌금을 피하기 위한 상호간의 동맹과 배신이 시작된다.







단순한 층간 소음에서 시작한 미묘한 비극을 다루고 있는 이 웹툰은 암을 유발한다고 표현될 정도로 독자들의 짜증과 화를 불러일으킨다. 글자를 마치 하나의 그림처럼 세밀하게 표현하고 캐릭터를 묘사하는 디테일함은 독자를 작품속으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흡인력을 가진다.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캐릭터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현실감 있는 대사는 이 웹툰을 특별하게 만든다. 특히 드센 캐릭터인 민주홍의 대사는 거침없다.



“애나 어른이나 거지 같은 너희들 인성을 확인하니 역시 인간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희들은 내가 제대로 손봐줄 테니까 불만 있으면 전부 202호로 찾아와!! 선전포고다 xx 놈들아!!” ,“착한 척 그만 좀 해요. 혹시 나도 같은 가해자가 되는 건 아닌가. 뭐 이런 거지 같은 얘기가 하고 싶은 거예요? 글로벌 호구 왕이 여기 있었네!”



또 하나 이 작품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이유는 일명 ‘떡밥’이라고 불리는 작가의 스킬 때문이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여러 유추를 하도록 하지만 독자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반전을 툭 던지고 작가는 독자를 바보로 만들어버린다. 매번 당하면서도 감탄하게 만드는 작가의 ‘떡밥 스킬’은 마지막화에서 절정을 이루며 폭발한다. 그래서, 첫화를 본다면 끝화까지 정주행할 수 밖에 없다. 혀가 마비되고 속이 탈 것 같은 매운 음식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먹고 있는 것처럼.



평범한 말뿐인 감정 싸움으로 끝날 수 있는 소재를 게임과 활극으로 연출한 기획력과 치밀하게 구성된 이야기 구조는 ‘재앙은 미묘하게` 이후 내놓을 안성호 작가의 작품을 더욱 기다리게 한다.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 쉿! 데시벨을 낮춥시다. 소음이 우리를 미치게 하지 않도록.




김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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