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은 커녕 '쪽박'…눈물의 우리사주
국내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A차장은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다.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우리사주 청약 때문이다. 회사 사정을 감안하면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또 참여하자니 대출이자가 부담스럽고 주가 하락도 걱정이다.

A차장은 이 회사가 작년 12월과 올해 6월 실시한 두 차례 증자에 모두 참여, 1년 새 3000여만원을 대출받아 우리사주에 투입했다. 각각 주당 6만3600원과 6만600원에 배정받은 주식은 27일 현재 4만7450원으로 떨어졌다. A차장은 “1월 유상증자 규모가 과거 두 차례 증자보다 2배 이상 큰 만큼 결국 연봉에 육박하는 돈을 우리사주에 넣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근로자들의 재산 형성에 기여하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도입한 우리사주 제도가 오히려 임직원의 재산 형성을 가로막고 노사 간 반목을 부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으로 유상증자 및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폭락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기업들이 설비투자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면 중장기적인 실적 상승으로 연결돼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많았는데 요즘은 유상증자의 상당수가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인 탓에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00억원 이상 유상증자를 한 21개 기업 중 올 들어 우리사주 의무보유 기간(자금 납입 후 1년)이 끝난 직후 주가가 상승한 곳은 9개에 불과했다. 삼에스코리아(1만1900원→6560원), 엘컴텍(1050원→575원)은 ‘반토막’났고 현대상선(1만7900원→1만100원) 동부건설(5000원→3510원) 넥솔론(1550원→1165원) 등도 큰 폭으로 추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이 유상증자를 하거나 비상장 기업이 IPO에 나설 때 전체 물량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는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사주 청약이 미달하면 ‘직원도 기피하는 주식’으로 인식돼 ‘본게임’(주주 배정 및 일반공모) 때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상당수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임직원에게 우리사주 청약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안병룡 ESOP(우리사주신탁)코리아 대표는 “우리사주는 ‘근로자가 회사의 주인이 돼 경영진과 함께 회사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시세 차익만 노리는 일반 투자자와 다른 만큼 원금을 보장해주거나 퇴직연금과 연계해 적립식으로 매입하는 방안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오상헌/조진형 기자 ohyeah@hankyung.com